“문화 지킴이, 해설사 활동 보람”
“문화 지킴이, 해설사 활동 보람”
  • 서정훈 기자
  • 승인 2019.03.06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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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안산시문화관광해설사회장

대학 졸업 후 직장 관계로 인천에서 살다 2002년 안산으로 이사 온 필자가 안산에 정을 붙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중고등학생 때 국어와 역사, 미술시간에 교과서에서 배웠던 상록수 최용신 선생과 단원 김홍도, 성호 이익 선생이 안산의 역사 인물이라는 사실이었다. 이사했던 당시 날씨가 우중충했던 날이면 고잔동 등 시내 중심지에서 조차 심한 악취로 머리가 아팠고, 잊을만하면 강력범죄 사건들이 안산에서 터졌다. 서울로 출퇴근하며 직장생활을 했던 아내는 회사 동료와 거래처에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당신 남편은 왜 하필 안산으로 이사하려고 하느냐?”는 소리를 듣고는 안산으로 이사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해 아내를 설득하는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막상 안산에 이사해 살아 보니 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서 출퇴근시간에도 차량정체가 없고, 공원이 동네마다 있어서 퇴근 후나 주말이면 아내와 공원에 나가 산책을 하곤 했다. 무엇보다도 교과서에서 배웠던 3명의 역사적 인물(성호 이익, 단원 김홍도, 상록수 최용신)의 고장이어서 서울이나 인천의 지인들을 만나면 안산을 자랑하곤 했었다. 지인들이 생각하기에 필자는 안산시 홍보대사였었다.

안산은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형성된 ‘합중도시’이지만 그들의 2세들에게는 고향이다. 필자의 아들도 안산에서 태어나 안산이 고향이다. 이들에게 안산이 자랑스러운 고향이 되려면 저평가된 안산을 제대로 알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야 안산사랑, 고향사랑, 정주의식을 가질 수 있다.

안산학연구원이 운영하는 안산품은학교 내 고장 알기 프로그램은 안산지역 청소년들에게 안산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 정주의식을 높여주는 프로그램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단원 김홍도, 성호 이익, 상록수 최용신 선생 등 안산의 역사 인물을 교과서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체험을 통해 알리고 있다. 성호 이익과 상록수 최용신 선생과 관련한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있는 안산시문화관광해설사회 박영희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안산시문화관광해설사회는 해설사 2명이 한 조가 되어 성호기념관과 최용신기념관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안산품은학교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들은 일선 학교 선생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안산의 역사적 인물을 재미있게 알 수 있도록 진행한다. 박영희 안산시문화관광해설사회 회장은 “최용신 선생님을 체험학습 하는 날 ‘가기 싫다’고 했던 초등학생 아이가 최용신기념관을 다녀와서는 ‘너무 재미있었다’고 엄마한테 말하더래요. 그 엄마가 전화를 해서 ‘저도 그 수업 듣고 싶다. 어떤 수업이길래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기념관에 근무하는 분한테 전해 들었습니다.”라며 아이들 반응을 전한다.

성호 이익 선생 체험학습에 대한 반응을 묻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이 나온다. “오전에 수업을 진행하면 시간에 쫒기거든요. 학생들이 학교에 돌아가서 점심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럴 때 선생님들이 ‘나머지 부분은 우리가 학교에 돌아가서 수업을 할 테니 활동지를 제공해 줄 수 없느냐?’고 묻습니다. 학교에서와 달리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제자들을 지켜보셨으니 그 분위기를 학교에 돌아가서도 이어가고 싶으신 거죠.”

최용신 선생이 시계를 남겼다는 가상 스토리를 전개해 ‘최용신 선생의 잃어버린 시계를 찾아라’는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기념관과 묘소, 그리고 최용신 선생이 아이들을 만나는 동상 ‘만남’을 돌아다니며 시계를 찾기 위한 미션 수행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최용신 선생의 일대기를 확인하고 최용신 선생의 삶을 이해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이 제일 감동을 느끼는 곳은 동상 ‘만남’이다. “최용신 선생이 아이들을 만나는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인데 이 동상을 재현하는 활동을 합니다. 이 때 아이들이 최용신 선생으로 감정이입이 되어 최용신 선생의 마음을 갖게 됩니다.” 어둡고 슬픈 일제 36년의 역사와 최용신 선생의 삶을 알게 된 아이들이 체험지에 써놓은 글을 읽다 보면 수업을 진행하는 해설사들이 울컥해진다.

“‘최용신 선생님이 불쌍하다. 최용신 선생님의 위대함을 알게 됐다. 나도 최용신 선생님처럼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 이런 소감 글이 많습니다.”

‘성호 선생님이 밝힌 세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체험학습은 성호 기념관에 전시된 자료들을 통해 성호 이익 선생의 사상과 학문, 이루고자 했던 사회를 이해한 뒤 마지막에는 ‘나만의 성호사설 만들기’를 통해 실제로 책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이 철학은 어렵고 지루하게 생각하지만 체험을 통해 직접 참여해서 알아가는 과정을 재미있어 합니다. 또 바느질을 직접 해서 한지 책을 만드는 과정을 재미있게 생각하고, 만든 책을 소중한 기념품으로 간직합니다.”

안산시에 해설사가 도입된 것은 2002년이다. 당시 1기로 6명이 선발됐다. 23명의 해설사 중 김영미 해설사가 1기로 현재까지 활동하는 최장수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안산시문화관광해설사는 단원전시관, 성호기념관, 최용신기념관, 어촌민속박물관, 향토사박물관, 안산역과 대부도 관광안내소, 조력문화관, 수암마을전시관 등 9곳에서 근무한다. 해설사 1명의 월 평균 근무일 수는 8회다. 대우는 하루 5만원의 활동비가 지급돼 월수입은 40여만 원에 불과하다.

작년부터 회장을 맡은 박영희 회장은 만장일치로 회장에 추대되어 자부심이 크다. 다른 지역 해설사회들이 분란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회원 전체의 뜻으로 회장에 추대된 때문이다. “안산시문화관광해설사회가 단합이 잘된다는 소리를 들을 때 해설사 선생님들한테 고맙죠.”

박영희 회장이 해설사가 된 것은 2007년이다. 제3대 안산시장이었던 송진섭 전 시장이 드라마 세트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관광객들에게 김홍도를 소개할 스토리텔러를 2002년도에 모집했을 당시 스토리텔러로 선발됐지만 드라마 세트장 건립이 부결되면서 활동을 할 수 없었다. 김홍도 스토리텔러로 함께 선발됐던 사람들 중 어선용, 강미옥, 주정애 해설사는 안산시문화관광해설사로 전환해 해설사가 됐다. 함께 지원하지 않았던 박영희 회장은 2007년 해설사가 됐다.

박영희 회장은 해설사가 문화 지킴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신길역사유적공원과 수암마을전시관에서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동아리 ‘석기마녀’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안산품은학교 수업에 가장 많은 4곳(성호 기념관, 최용신 기념관, 신길역사유적 공원, 수암마을 전시관)에서 참여하고 있다. “관람하신 분들이 ‘고맙습니다.’ ‘해설을 들으니 더 잘 알게 됐습니다’라는 인사말을 들으면 흐뭇하고, 문화 지킴이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역할이 중요하기에 계속 공부를 하는 것도 해설사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해설사란 직업이 참 매력적입니다. 마치 거미줄 같아요. 빠져 나올래야 빠져나올 수 없게 하는 매력이죠. 안산의 역사를 시민들에게 공유하는 것이 재미있고, 관람객들이 흥미를 갖도록 전달하기 위해 계속해서 공부를 해야 해서 좋습니다.”고 말한다. 그래서 박 회장은 창덕궁에서 여는 궁궐지킴이 교육과 국립중앙박물관 해설사 교육 등을 자원해서 수강했고 정기, 비정기적으로 답사와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안산과 아무런 인연이 없었지만 결혼 후인 1993년 남편 직장이 있는 안산으로 이사 오면서 부터 안산사람이 된 박영희 회장이 13년차 해설사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바탕엔 남편의 이해가 있기 때문이다. “휴일이 다르다보니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이 함께 여행을 할 수 없어 불만이 많아요.”라며 미소 짓는다. <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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