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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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뉴스
  • 승인 2019.03.1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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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주 (시인·한반도문인협회 회장)

기해己亥년 아침 출근길

콧김 날리는 추운 겨울바람을 가르며

달려가는 이층 트럭 안

몸을 비비며 꿀꿀거리는

붉으스레한 피부의 돼지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불안한 눈동자를 굴리며

서로에게 의지해 보려하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지.

 

기해년 아침 출근길의 고속도로

저들을 기다리고 있을 도살장의 전기충격기

능숙한 칼질에 분해되어 포장된 채

푸줏간으로 마트로 백화점으로

트럭에 실려 팔려갈 것이다.

 

한 겨울 찬바람은 붉으스레한 피부의

뒤엉킨 돼지들 사이로 지나가고

흔들리는 이층 트럭 안

자꾸만 뇌리에 박혀 떠오르는

돼지들의 불안한 검은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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