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명
(시)-이명
  • 안산뉴스
  • 승인 2019.03.20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재성 한반도문인협회 부회장

창백한 달이 실눈을 뜨고

흑표범 같은 어둠 속 기와지붕 위의

이슬 맺히는 소리를 엿듣던 귀

밤잠을 설친 바람은 빈 가지를 흔들고

흉물스런 벌레의 기억을 감춘 채

끝내 묵비로 침묵하는 누에고치처럼

빛으로 분해된 어제의 허상을 거머쥐고

야수의 울음 같은 하루를 접는 밤이면

소리의 잔해가 더께 쌓인 귓속을 파고들어

숨은 달팽이를 물어뜯으며

무차별 교란전파를 발사하는 벌 떼

귓전의 달콤한 속삭임에 취해

쓴 소리 외면하고 살아온 벌

꿀벌 말벌을 구분 못한 벌

이순(耳順)에야 겨우 찾아 낸 귓속의 벌

벌, 그 지독한 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