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나중에, 나중에?
(수필)-나중에, 나중에?
  • 안산뉴스
  • 승인 2019.03.2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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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희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어느 가계에 천리향 향기가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나는 은은한 향이 천리를 간다는 천리향 꽃향기를 참 좋아한다. 천리향 화분 하나 집에 들여 나야지 하면서 나중에 하다가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른다.

봄처럼 따스하고 꽃처럼 아름다웠던 청춘! 지치고 힘들 때 누구한명 위로해주지 않는 황량한 들판에서 늘 나 혼자 서있는 것 같아 외롭고 쓸쓸했던 시간도 많았다. 늘 불행하다고 생각을 했고 늘 나만 왜 이러지 하며 부드러운 말보단 짜증스런 말투로 불만이 가득했었다.

지천명(地天命)을 훌쩍 넘어서 쉬지 않고 일하면서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내게 반문해보면 그 순간이 행복인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다.

금쪽같은 삶은 흘러가는 냇물처럼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데 나중에 하며 뒤로 미루다보니 중년 앞에 서있다는 것이다. 봄볕 가득한 반백년 앞에 말이다.

춥고 얼어붙었던 황량한 겨울이 지나고 봄볕에 설레는 마음은 해마다 더해지고 따스한 봄이 오면 훌쩍 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자꾸만 나중에 하고 만 것에 후회를 한다.

여행은 걸어 다니는 독서라 했다.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는 비타민 같은 것이다. 나이 들어서 여행을 하자니 힘겹다고들 한다.

어제 그 시간이 다시 돌아 올 줄 알고 지금 해야 하는 소중한 것들을 뒤로 밀어내고 나중에를 밥 먹듯이 했던 지난날들, 이젠 나중으로 미루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겠다.

자꾸만 미루다 보니 많이 보고 싶었던 가족들도 나중에 미루다가 아쉬운 이별을 하고 난 후에 후회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다.

소중한 친구들이 밥 먹자고 할 때 그저 연락해주며 만나자는 것에 고마워해야 하고. 얼굴 보며 차 마시자는 말에도 지금 바쁘니 ‘나중에’ 라는 말을 습관처럼 말했던 것에 후회를 한다.

어느 단체에 올라온 글 중에 인생은 한번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이제는 쉬엄쉬엄 쉬면서 둘레길 걷듯 여유롭게 앞뒤 돌아보며 살자는 글귀가 생각난다.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들은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이제야 알았다. 부정적인 마음이 불행을 낳았고 불평불만 투정만하고 산다면 내 스스로가 철창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시 나를 되돌아보니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고 내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산 것도 바로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걸 알았다.

모든 것이 내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하고 싶은 것하며, 시냇물 흐르듯 순리대로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 것이다.

지난 금요일 시어머니 생신이라 남편과 여수에 내려갔다. 어떤 이에게는 별거 아니겠지만 봄 향기를 가져온 천리향 한 그루 사서 거실에 놓고 왔다. 밭에 가셨다가 텅 빈 집으로 돌아오시면 은은한 향기가 지친 몸과 맘을 위로해 줄 꺼라 생각 든다. 꽃을 좋아하시는 어머니께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봄 향기를 놓고 온 것에 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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