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전용이 우민(愚民)을 만든다
한글전용이 우민(愚民)을 만든다
  • 안산뉴스
  • 승인 2019.03.2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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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진(金昌辰) (초당대 명예교수)

전국 농협 조합장 선거가 끝났다. 언론에서는 ‘당선인’ 인터뷰를 싣고 있다. 과거에는 ‘당선자’라 했는데 근래는 ‘당선인’이라는 잘못된 단어를 쓰고 있다. 한글전용 정책 때문에 한국어가 날로 타락한다.

‘人인, 民민, 者자’는 모두 사람을 가리키지만 그 쓰임은 조금씩 다르다. 의미를 정확히 알고 구별해 써야 한다.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當選者당선자’의 ‘者자’를 시비 걸어 ‘當選人당선인’으로 바꾸라 했다. 한 개인이 단어를 바꾸라 한 것도 무식하고 거기에 부화뇌동한 언론도 한심하다.

‘者 놈 자’는 낮춤말이 아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故愚民有所欲言而不得伸其情者多矣.”라는 구절이 있다. “그러므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제 뜻을 시러 펴디 못할 놈[者]이 하니라.”는 뜻이다. 여기서 ‘者 놈 자’는 ‘사람’의 뜻이다. 고어사전은 ‘놈’을 ‘보통 사람’이라 풀이한다. 이명박과 언론이 무식한 것이다.

‘者 놈 자’는 어떤 상황에 처한 사람을 가리킨다. ‘당사자’는 ‘그 일과 관련된 사람’, ‘수상자’는 ‘상을 받은 사람’, ‘범죄자’는 ‘죄를 저지른 사람’, ‘피해자’는 ‘해를 입은 사람’이다.

‘人 사람 인’은 본디 사람 중 지배계층을 가리킨다. ‘貴人귀인’, ‘良人양인’, ‘大人대인’ 등으로 쓴다. 사람의 국적을 말할 때도 ‘人’을 쓴다. ‘韓人’, ‘日人’, ‘미국인’, ‘중국인’ 등이다. 또 ‘人’은 사람의 직업도 가리킨다. ‘문인’, ‘무인’, ‘상인’, ‘언론인’ 등이다.

‘人 사람 인’은 그 사람의 속성을, ‘者 놈 자’는 상황에서의 처지를 말한다. ‘정치인’이 선거에 나서면 ‘후보자’, 당선되면 ‘당선자’, 낙선하면 ‘낙선자’가 된다. ‘상인’이 물건을 팔면 ‘판매자’, 사면 ‘구매자’가 된다. 상황이 지나면 ‘者 놈 자’라는 명칭은 사라지지만 ‘人 사람 인’은 변하지 않는다. ‘당선인’이라면 평생 당선된 상태로서 당선이 직업이라는 사람을 가리킨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

‘民 백성 민’은 訓훈이 ‘백성’인 것처럼 피지배계층을 가리킨다. ‘平民평민’, ‘常民상민’, ‘賤民천민’, ‘農民농민’, ‘漁民어민’처럼 쓴다.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愚民우민’은 ‘어리석은 백성, 곧 양반이 아닌 피지배계층을 가리킨다. 세종대왕이 당시 한자를 배우고 쓰지 못했던 상민을 위해 훈민정음을 만들었음을 밝힌 것이다. 양반은 쓰던 한자를 그냥 계속해서 쓰라는 뜻이다. 세종 당신이나 양반들은 愚民우민이 아니기에 훈민정음을 만든 뒤에도 한자, 한문을 계속해서 썼다. 세종의 뜻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훈민정음을 만든 데는 중국 한자음을 적기 위한 발음기호, 토박이말을 적기 위한 소리글자의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훈민정음을 문자로 주로 쓸 계층은 상놈이라는 사실을 세종은 ‘愚民우민’이라는 단어에 밝혀놓았다. 『龍飛御天歌용비어천가』 는 국한자혼용인데, 세종이 문자사용의 본보기로 보여준 것이다. 국한자혼용이 세종의 뜻이었던 것이다.

오늘날 한국 정부는 모든 국민을 ‘愚民우민’으로 만들고자 한글전용 정책을 편다. 그래서 한국어가 망가진다. 올바른 ‘당선자’가 틀린 ‘당선인’으로 바뀐 것이 한 예이다. 한글전용은 한국인의 국어능력을 하향평준화시킨다. 우민이 되지 않으려면 한자를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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