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계획단2
마을계획단2
  • 안산뉴스
  • 승인 2019.04.1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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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어김없이 추위가 물러가고 꽃과 나무들에 화사한 생기가 넘쳐난다. 산에 들에 개나리, 진달래 피어나고 노랫가락이 절로 흥얼거려진다. 바람 타고 씨앗이 날아 이름 없는 돌밭에 자리를 잡아도 꽃으로 피어난다.

화려한 봄을 맞기 위해 지나온 인고의 세월에 숙연해지기도 하지만 봄이 오고 또 봄이 온다. 잠시 가을로 돌아가 보자.

준비하지 않고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없다는 격언처럼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김장인데 여간 품이 많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마을도 김장을 담그는 것처럼 역할을 나누어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오롯이 계획하고 실천할 때 추운 겨울의 든든한 먹거리를 얻는 것과 같은 만족스러운 결과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마을계획을 진행하는 지자체나 단체를 보면 주민의 역량과 참여가 크게 향상되었고 중간지원조직의 방향 감각도 평가할만하다. 전국의 중간지원조직이 서로 협조하고 공유하면서 시행착오는 줄이고 선의에 의한 경쟁을 통해 더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생기고 좋은 사례를 만들어 낸다. 이제 마을이든, 지원센터, 재생센터, 공유센터 등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고민하는 단체들은 연대해야 한다.

마을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공동체성, 네트워크이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살가운 모임들이 만들어진다. 조금 결은 다르지만 주목할 곳 중에 학교와 행정이 있다. 학교와 마을이 만났을 때 반가운 변화가 생긴다.

먼저, 지역사회와 학교가 상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 동네의 경우 학교와 학부모, 마을에서 활동하는 주민조직들이 머리를 맞대고 등하굣길 안전 캠페인이나 학교 행사, 마을 행사에 서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다.

또한, 학교 주변에 위험하거나 통행에 불편한 사항 등을 같이 찾아내고 개선해 가는 과정이나 놀이터 환경개선, 공모사업을 통해 정원을 만들어 주는 등 학교 가는 길이 즐거울 수 있도록 힘을 보탠다. 이것은 한시적인 행사가 아니라 온 동네가 아이들을 키운다는 사명감으로 1년 내내 참여하고 있고 학부모 등 주민의 만족도도 높다. 안전을 위해 파출소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거의 참여할 정도로 마을 안에서 유기적인 관계망이 자리를 잡았다.

이것은 일동 마을계획 4개 분과의 의제인 공동체, 교육, 안전의 문제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문화가 부족한 청소년들을 위해서 재능 나눔을 통해 합창도 가르쳐주고 공원 재생을 진행하는 과정에 청소년 공간도 준비 중이다.

노래하고, 춤추고 뛰어놀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주민들이 모여 디자인 대학도 진행하고 학생들의 의견도 최대한 반영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작년 한양대학교와 협약을 맺고 교육지원, 고급인력 지원을 받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조만간 일동에 자리한 안산대학교와도 협약을 준비하고 있는데 대학의 우수한 시스템과 자원, 공간 등을 주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과거에 대학이 주민들과 소통에 소극적이었다면 이제 대학도 주민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고 긍정적이다.

행정의 변화도 놀랍다. 몇 년 전만 해도 행정과 주민의 관계가 애매했다. 모든 사업은 행정이 주도했고 주민과 상의하거나 역할을 나눌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의 국정철학으로 주민자치가 열리고 그 과정으로 마을계획이 세워질 정도로 많이 달라졌다. 그런데 마을계획이나 주민참여예산 등 주민 역량에 기반을 둔 사업들은 행정 입장으로 볼 때 생소하고 다루지 않았던 업무다.

그만큼 낮 설고 참고할 만한 사례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도 열심히 지원해주고 늦은 시간까지 주민과 함께 해 주는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 마을계획은 이론적으로 연구하는 학자의 논문이 아니고 그것을 배우는 학생의 리포트도 아니다. 현장에서 주민들이 절절히 요구하는 동네의 문제이자 송골송골 맺힌 땀의 결정체다. 비록 한 번에 모두 해결할 수는 없지만 멀리 보고 지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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