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재생사업1
소규모 재생사업1
  • 안산뉴스
  • 승인 2019.04.1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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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필자는 소통하는 마을 공동체, 화합과 배려에 물든 마을을 꿈꾸며 산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 중에 '근자열원자래(近者說遠者來)'라는 말이 있다.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즐거워야 먼 곳에 있는 사람도 찾아온다는 말이다.

마을에서 활동하면서 즐거울 거리를 만들고 소통하는 중에 화합하고 이웃을 배려하는 훈훈한 이야기가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시시때때로 한다. 그렇게 소문이 나서 다른 마을 사람들이 찾아오고 자연스럽게 벤치마킹도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뜻은 좋은데 2,500년 전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조금 절박한 면이 있다. 춘추전국시대 정치 지도자들이 공자를 찾아와 길을 묻거나 조언받기를 번번이 청했는데 초나라 섭공이라는 제후가 찾아와서 ‘백성들이 날마다 도망가니 장성을 쌓아서 막을까요?’라고 하는 우문(愚問)에 대한 현답(賢答)이다. 당시에는 국경의 개념도 없고 살기 좋은 곳으로 가서 정착하고자 하는 백성의 이합집산이 많은 시대였지만 공자의 대답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번에 이야기 할 소규모 재생사업은 작은 단계의 도시재생으로, 과거에 성공하지 못한 도시재생의 리스크를 줄이고 작은 단위의 성공을 이루어내는 지역에 가점을 부여해 큰 사업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취지의 재생사업이다.

2030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288개 지방자치단체 중 85곳이 사라진다는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이 나왔다. 생산 가능 인구와 전체 인구수가 감소하고, 고령화를 지나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경제 성장률도 2%대가 유지되는 저성장 시대가 유지될 거라는 예상이다. 거기다가 인구의 90%가 도시에서 거주하는 삭막한 시대가 될 거라는 것이다.

농촌의 경우, 인구가 감소하고 빈집, 유휴, 방치 부동산이 증가하고 있으며 도시는 도시대로 개발로 인해 외곽이 확장되는 만큼의 기반시설과 관리비용 등이 증가해 대부분의 도시가 재정적자에 처해 있고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 삶의 질도 나빠진다.

정부는 쇠퇴지역을 정비하기 위해 재개발, 재건축의 법제를 마련해 서민 주거지역을 지원하였으나 물리적 개발의 한계가 나타났다. 그것은 지역 주민의 참여가 없고 공공성도 결여된 토목 행정의 한계인 것이다. 문제는 개발의 주체가 토지 소유자나 개발 사업자 위주이다 보니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주민들은 개발의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정비 사업으로 인해 오랫동안 유지되었던 공동체가 훼손되거나 아예 사라지고,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진행되는 것인데 원주민의 재정착이 담보되지 못하다 보니 이웃과의 관계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공자의 말씀처럼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즐거워야 먼 곳에 있는 사람도 찾아올 텐데 재생이라는 좋은 의미의 단어를 쓰면서 즐거움은 특정인의 몫이고 가까이에 있어야 할 주민들은 외곽으로 내몰리는 공동화를 겪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갈 때가 있다.

누구를 위한 재생인가! 과거에 이렇다 할 성공사례도 없고 마을 공동체를 분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큰 재생사업에 참여해야 하는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의 중심에서 성공사례가 없으니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고민이 시작되었다.

지역 주민이 중심이 되어 지역의 공동체를 살리고 지역자원을 활용해 경제, 사회, 문화 등을 회복하는 재생이라면 기꺼이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최근, 소규모 도시재생 사업인 ‘가꿈주택’ 사업이 성북구 장위동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대규모의 개발 방식이 아닌 소규모의 주민주도 방식이다. 조그만 골목길에 도시재생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15채 주택에 집수리와 골목 정비도 병행해 주택마다 담장을 낮추고 담 안쪽으로 개인 땅을 조금씩 양보해 골목을 넓혔다.

넓어진 골목길은 벤치와 꽃, 나무를 심었고 노후 하수관 개량, 바닥 포장, 보안 CCTV 설치, 보안등, 바닥등을 설치해 주거환경을 개선했다. 이런 재생은 개발업자의 몫이 아니라 참여하는 주민주도라는데 큰 의미가 있고 소규모 재생의 성공 가능성을 열어주는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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