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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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뉴스
  • 승인 2019.04.2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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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미 안산청년네트워크 운영위원

“조금 있으면 수호생일인데, 나 어떻게...” 영화 <생일> 속 수호엄마는 불이 자동으로 켜지는 현관의 등을 보며, 수호를 생각한다. 아무런 기척이 없는데도 켜지는 등을 보며 ‘수호가 왔구나’하고 안심하곤, 이내 돌아오지 못함을 알고 서글피 운다. 수호의 아빠와 딸도, 그날 이후로 많은 것들이 변했다.

평범했던 그들에겐 미소 짓는 것도 죄스러운 ‘유가족’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서로의 슬픔을 알기에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수호의 친구들은 어느덧 성인이 되었다. 여느 20대처럼 공부도 하고 알바도 하지만 크게 자리 잡은 수호와의 추억들, 그리고 더 이상 수호와 함께 할 수 없는 삶에 괴롭고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건 ‘수호 몫까지 살아내야 한다’는 무게감과 ‘수호 부모님의 슬픔보다는 적은 내 슬픔을 티내지 말아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다.

수호의 이웃들의 삶은 어떠할까?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몰라 수호가족 주위를 서성이기도 하고 때론 함께 손잡아주며 작지만 큰 위로를 내민다. 하지만 그마져도 안 될 만큼 자기 삶이 팍팍한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그만하라며 손가락 질 하기도 한다.

2014년 4월 16일. ‘이제 4월은 내게 옛날의 4월이 아니다’라는 노래가사처럼,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은 억울함이라고 한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이들을 억울하게 떠나보냈다. 이러한 억울함은 ‘왜’라는 질문에 답을 얻지 못하면 계속 되는 고통이다.

그래서 우리는 2014년 4월 16일 이후, ‘왜 침몰했는가’,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라는 질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5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누구도 그 답을 알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우리는 억울한 고통 그 상태로 머물러 있다. 그 고통을 없애고자 가족들은 거리에서 5년 동안 싸워왔고, 이웃들은 그 고통이 남아있는지도 모른 채 5년을 살아왔다.

수호의 생일날, ‘혹시라도 수호가 올까봐.’ 가족들은 수호의 생일을 이웃과 함께 보낸다. 그러곤 수호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들을 나눈다.

슬픔을 티내지 못했던 동생도 슬픔을 말하고, 친구의 몫까지 살아야 했던 친구도 무거웠던 마음을 말한다. 다가가지 못했던 이웃도 미안함을 말하고, 그걸 알고도 품을 용기가 없었던 수호엄마도 미안함을 말한다.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치유가 된다.

우리에겐 언제쯤 영화 <생일>과 같은 치유가 될 수 있을까? 아마도 그 치유의 첫발은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왔을 때일 것이다.

30년 지정기록물로 된 박근혜 7시간 기록 공개하고, 조사뿐만 아니라 수사도 할 수 있는 ‘특별수사단’ 설치하고, 2년 남은 공소 시효 안에 처벌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처벌 받고 진실을 알아야만, 우리는 가장 큰 고통인 억울함을 걷어 낼 수 있다.

그래야만 우리에게도 영화 <생일> 같은 치유가 시작될 수 있다. 가족들의 마음과 친구들의 마음, 이웃들의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그날이 어서 와서 함께 ‘생일’을 나누는 날이 오길 바란다.

이번 주말, 우리 모두 영화 <생일>을 보며, 옛날의 4월이 아닌 4월을 함께 기억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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