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재생사업2
소규모 재생사업2
  • 안산뉴스
  • 승인 2019.04.2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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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도시재생 하면 대규모에 행정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관행이고 거기에 소통의 구조가 없다 보니 내 세울만한 변변한 사례가 많지 않았다. 그런 고민의 지점에서 관심을 끌게 된 것이 소규모 재생사업이다. 이는 지역 공동체가 추진하는 소규모 점(點) 단위 재생사업을 지원하고, 주민참여 확대를 지향하며, 주민의 역량 강화를 기반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점 몇 개만 보면 보잘것없어 보일지 모르나 점이 연결되어 선이 되고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루어 그림이 되는 이치다. 점, 선, 면, 체 수학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주민을 점으로 보고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는데 몇몇 지역의 사례를 들어보자.

먼저, 광주의 시민총회다. ‘정책이 바뀌면 삶도 바뀐다’는 슬로건 아래 시민들이 민회(작은 시민회의)라는 점으로 출발하여 다양한 의견을 내고 수십, 수백으로 확장하는 과정을 거쳐 제안된 내용을 모아 다 같이 모이는 시민총회를 연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디어는 현장 투표로 순위를 정해 정책에 반영되는 직접민주주의 만민공동회가 된다.

다음은 대전의 누구나 정상회담이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는 슬로건을 걸고 지역 곳곳에서 시간, 장소, 형식, 규모에 제한 없이 삼삼오오 점으로 모여 누구든지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대화모임을 구성하여 기획단을 구성하고, 대화모임의 주제를 등록하고, 대화모임 전체 홍보 및 참가자를 모집한다. 그리고 대화주간을 정하여 16일 동안 대전 곳곳에서 누구나 정상회담이라는 이름으로 대화모임을 개최하는데 여기서 발굴된 의제를 모은 시민 공약은 실제 공약에 반영된다.

서울은 주민 3명 이상이 벌이는 소소하고 만만한 마을 작당을 유도하고 지원하는 팔꿈치로 툭 치는 넛지(Nudge)전략을 썼는데 그 결과, 3인 이상의 모임이 5천 개 이상 만들어졌다. 이런 모임은 일명 오지라퍼(남의 일에 관심 있고 상관하는 오지랖 넓은 사람)의 자발적인 활약으로 연결되면서 작은 동네 단위의 모임까지 확장되기에 이른다. 행정이 점을 찍는 지원을 했다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선으로 연결되고 네트워크가 되는 면을 만들어냈다.

소규모 재생사업은 우리 동네 살리기, 노후주택 정비 사업 등 처음부터 주민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가정에 소화기나 화재경보기 등을 지원하기도 하고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거점 공간을 만들어 집수리나 공구를 대여해 주기도 하며 질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하기도 한다. 워킹맘을 위한 등·하원 서비스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공동체 활동 거점을 마련해 주민참여의 장을 제공하기도 하고 텃밭이나 정원을 만들어 식물이나 꽃을 재배하는 판매 수익으로 일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이는 지역 거버넌스 구축과도 연결된다. 우리 동에는 대학교가 있고 행정과 대학, 주민들의 관계가 좋은 편이라 대학이 주도하고 청년, 지자체 등이 협업하여 지역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특화하는 대학 타운형 재생사업이 가능하다. 지자체와 학교, 마을이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시설, 지식자원을 공유하고 고급 인력을 통해 창업지원을 하거나 지역 상가의 맞춤형 컨설팅도 해 볼만하다.

우리 옆 동네인 서울예술대학교는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마을예술창작소를 학교 안에서 마을 속으로 이전했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학 중심의 지역사회 공헌이라는 상생의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지역 주민들에게 평생학습 교육 기회가 만들어지고 지자체는 행정, 재정 지원으로 공공시설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으며 지역 상가들은 가로환경 개선, 문화거리 조성, 대학 축제 연계 등 협력이 가능하다.

황폐해져 가는 도시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주민이 고민의 중심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마을의 희망도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점으로 만났지만 선을 만들고 면이 되는 공동체성이 절실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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