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대한민국에서 부활하신다면
예수가 대한민국에서 부활하신다면
  • 안산뉴스
  • 승인 2019.04.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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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석 안산시독서동아리네트워크회장

이 글을 쓰는 오늘 4월 21일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었다가 삼일 만에 다시 부활했다는 부활절이다. 종교적으로 같은 뿌리를 지닌 기독교와 천주교의 교회와 성당에서는 부활한 예수를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한 예배와 다양한 행사를 거행했다. 그리고 불교를 비롯한 타종교에서도 교회와 성당에 부활절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이처럼 종교를 넘어서 축하하고 기념하는 예수가 만일 이 땅 한국에 부활하여 다시 오신다면 그는 제일 먼저 어디를 가실까?

지난 4월 16일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길에 휩싸였고 그 소식은 실시간 전 세계에 보도되었다. 국내에도 그 소식은 속보로 전해졌으며 많은 한국인들은 화면에서 불타오르는 노트르담의 성당을 보며 놀라움과 함께 비록 우리의 것이 아님에도 세계적인 유산이 불길에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며 같이 안타까워했다. 아마도 그 안타까워하는 마음에는 11년 전 역시나 불에 타 무너져 내렸던 국보 1호 숭례문을 바라보며 가졌던 그 마음이 떠올라서였을 것이다.

이처럼 내 일이 아님에도 내일인양 같이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공감능력’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 공감 능력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자질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그의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앞으로의 미래 인재가 갖추어야 할 6가지 핵심 자질로 디자인, 스토리, 조화, 놀이, 의미와 더불어 공감 능력을 들고 있다. 즉, 공감 능력은 단지 인간이 가지는 도덕적 자질로서 뿐만이 아니라 미래에 갖추어야 할 능력의 하나로 간주되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춘추시대 초나라의 오자서는 모함에 의해 아버지와 형을 비롯한 일가가 몰살을 당하게 되고 본인도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간신히 오나라로 망명을 하게 된다. 오자서는 이후 ‘와신상담’의 주인공이 되는 부차를 만나서 자신의 가족을 죽인 고국 초나라를 향해 칼을 갈게 된다. 이때 초나라에서 백비라는 인물이 오자서와 같이 누명을 쓰고 오나라로 망명을 오게 되는데 오자서는 이 백비를 부차에게 추천해 관직으로 나아갈 길을 열어주려고 한다. 그러자 관상을 잘 보는 오자서의 수하가 오자서에게 백비의 상이 좋지 못하다며 오자서를 막아서자 오자서는 ‘같은 병을 앓은 사람은 서로를 아끼는 법’이라며 그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기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바로 동병상련(同病相憐)이다.

성경에 보면 어느 날 예수의 제자들이 예수에게 나아와 질문을 던진다. “선생님, 말세란 어떤 세상입니까?” 이에 예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말세는 장터에서 피리를 불어도 같이 춤추지 않고, 상갓집에서 애곡하여도 같이 울어주지 않는 세대를 말한다.” 타인의 기쁨에 같이 기뻐해 주지 못하고 이웃의 슬픔에 같이 아파해주지 못하는 세대, 그런 세대가 바로 말세라고 예수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의 삶은 철저히 낮은 자와 함께 하는 삶이었다. 예수는 당시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던 세리와 창녀의 친구라는 비난을 받았으며, 고아와 과부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했다. 모두가 돌을 던지며 저주받은 자라 욕하며 피하던 문둥병자의 몸에 손을 얹기도 했으며, 더러운 이방인의 혼혈족속이라 멸시하며 개와 동급으로 취급받던 사마리아 여인을 찾아가기도 했다.

이런 삶을 살았던 예수가 2019년 대한민국에 다시 부활한다면 과연 그는 제일 먼저 누구를 찾아가셨을까? 24시간 자신의 가르침을 해석하고 당신을 찬양하는 방송국을 찾아가서 신도들의 텔레비전 화면에 자신을 드러내셨을까? 아니면 서울 강남 한복판에 수천억을 들여 올린 건물에서 장엄한 파이프 오르간과 최첨단의 영상으로 자신의 부활을 축하하는 예배에 참석해서 교회들의 환호성에 감격해하며 손을 흔드셨을까?

아닐 것이다. 분명 아닐 것이다. 짐작컨대 예수는 제주 어느 산골 아래 무참히 죽어간 ‘순이 삼촌’의 무덤 앞에, 5,18 군인의 총칼에 죽어간 ‘소년’이 묻힌 망월동의 묘지 앞에, 그리고 ‘징글징글 하다며 시체 장사 하지 말라’는 인간임을 포기한 정치인들의 막말 앞에서 아직도 생때같은 자식들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그 원인이라도 알고 싶어 시퍼렇게 멍든 가슴을 부여잡고 울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 나타나셨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같이 아파하며,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시며, 그들의 마음을 당신의 상처 난 손으로 어루만져 주실 것이리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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