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詩낭송회 ‘세월호 추모’ 시낭송
안산詩낭송회 ‘세월호 추모’ 시낭송
  • 여종승 기자
  • 승인 2019.04.24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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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시낭송회는 오산 ‘물향기수목원’에서
대동서적 사동본점 ‘시낭송아카데미’ 개강

논어의 위정편에 ‘시삼백(詩三白)편이면 사무사(思無邪)’라는 글이 있다. 좋은 시 삼백 편을 읽으면 마음속에 삿된(사악함) 생각이 없어진다는 의미를 담은 글귀다.

시가 흐르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안산詩낭송협회(회장 박가을)’가 지난 2월 창립됐다.

창립식과 3월에 이어 이달 17일에도 대동서적 중앙점에서 세월호 5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위한 특별 추모시 낭송회가 세 번째로 열렸다.

4.16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돌아오지 않는 신발’(박일신)의 편지글을 임진이 낭독과 사회로 시낭송회의 막을 열었고 박가을 회장의 ‘산다는 것은’ 자작시 낭독과 감사 인사가 이어졌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마종기의 ‘우화의 강’(류미자 낭송)에 이어 박미향 자작시 ‘이팝나무’, 박노해의 ‘이별은 차마 못 했네’를 주애경이 낭송해 세월호 희생자들을 생각하게 하는 가슴 먹먹한 순간으로 슬픔을 모았다.

계속해서 도종환의 ‘화인’(선막례), 고정희의 ‘쓸쓸한 날의 연가’(김근숙 낭송), 이수인의 시 ‘내 맘의 강물’(정여란), 문정희의 ‘가을노트’(서광석 낭송), 문병란의 ‘인연서설’(김정숙 낭송), 박경리의 ‘넋’(장숙자 낭송)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위한 기도의 마음으로 훌쩍이는 눈물의 소리는 여전했다.

시낭송회는 신석초의 ‘바라춤’(이향숙 낭송), 이기철의 ‘어떤 이름’(염만순 낭송), 정호승의 ‘봄길’(장윤숙)이 낭송됐고 처음이라는 유미성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박미미 낭송)이 담담한 목소리로 전달됐다.

시낭송 사이에 박기형 무형문화재 9호 대금이수자의 대금연주로 시낭송회는 절정으로 치달았고 슬픔 마음이 위안이 됐다.

이어 유안진의 ‘내가 얼마나 외로워져야’(윤남희 낭송), 이수익의 ‘승천’(이가원 낭송), 시낭송 입문 일주일 지났다는 이장호 낭송으로 문정희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는 큰 박수를 받았다.

종반부로 접어들어 이혜인의 ‘친구야, 너는 아니’(신영식 낭송), 박용순의 자작시 ‘바람이 되고 싶다’와 홍사용의 ‘나는 왕이로소이다’(정인성 낭송), 이옥천의 자작시 ‘초연길’과 마지막 이상부의 ‘봄꽃’(전필주 낭송)을 끝으로 세월호 5주기 추모시낭송회를 모두 마치면서 못 다한 이별에 대한 슬픈 마음을 시로 읊으면서 세월호 유가족의 마음을 위로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마련했다.

안시협의 시낭송회는 안산 시민은 물론 인근 지역의 시낭송 애호가 들이 함께 참여하며 매월 셋째 주 수요일 4시 대동서적 중앙점에서 시를 낭송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지역 대표서점인 대동서적 중앙점의 협찬으로 열리고 있는 세 번째 시낭송회는 회원들의 시낭송이 끝난 후 윤금아 시낭송가가 마이크 잡는 법과 어미처리와 시선처리, 몸짓과 청중에 대한 예의 있는 시낭송에 대한 강의와 함께 자작시 낭송 ‘어서, 일어나거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시낭송회에 참석한 시민 박모(61·사동)씨는 “특별히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위로의 마음을 느끼며, 시라는 힘이 이런 것일까요? 시가 이처럼 아름답다니요. 저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시가 흐르는 서점 너무 멋지고 감사하며 힐링으로 충분합니다”라고 말했다.

다음달 시낭송회는 5월 셋째 수요일인 15일 오산의 ‘물향기수목원’에서 ‘야외 시낭송회’로 열린다.

한편, 안산시낭송회 창립에 힘입어 5월 14일부터 매주 화요일 12주 과정으로 대동서적 사동본점에서 ‘시낭송아카데미’를 시작할 예정이다.

시낭송아카데미는 윤금아 시낭송가가 시낭송에 관한 이론과 실제를 기초부터 체계적인 강의로 진행할 예정이다. 수강 대상은 시인과 시낭송가를 포함해 일반 시민 누구나 가능하다. <여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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