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문제 제기하는 사람을 키워라
현장에서 문제 제기하는 사람을 키워라
  • 여종승 기자
  • 승인 2019.05.15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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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상의, 서울대 이정동 교수 초청 조찬강연
‘한국산업의 미래를 열어가는 키워드’ 주제로

이정동 서울대 교수가 최근 안산상공회의소가 마련한 조찬강연회에서 우리나라의 미래 산업을 제대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안산상의는 지난 3일 A동 대회의실에서 이정동 교수를 초청해 ‘한국산업의 미래를 열어가는 키워드’를 주제로 138번째 최고경영자 조찬강연회를 가졌다.

저성장 시대를 극복할 새로운 리더십을 제시한 ‘축적의 시간’과 ‘축적의 길’ 저자로 유명한 이정동 교수는 “강의를 듣고 회사로 돌아가 직원들에게 더 이상 창의적이지 말라고 말하면 강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것”이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창의적인 인재’가 기업, 산업, 국가 경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빠져 지나치게 창의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창의적일수록 개념설계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창의 인재’ 대명사로 흔히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거론하지만 ‘고통스러운 시행착오의 축적과정’ 후에 성과를 낸 ‘스케일업의 인재’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날개 없는 선풍기와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등으로 유명한 글로벌 기준 혁신기업 1~2위의 다이슨 제품도 5년 정도 사용하면 고장 난다.

창의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간단한 스케치 정도의 그림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아이디어다. 가장 창의적인 제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다이슨 무선 청소기도 시제품만 5천127개를 만들었다. 이는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제임스 다이슨도 청소기 발명을 위해 실패만 5천126번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시아시장 공략을 위해 싱가포르에 있는 다이슨 현관 입구에 ‘5127’ 숫자가 새겨져있다. 잊지 말자는 의미다. 크레이티브는 희미한 아이디어서 시작해 5천127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다.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절대적인 강자 인텔의 경우도 일본 전자계산기 생산업체인 비지컴의 코지마 회장을 만나면서 10여개 칩을 하나로 모은 중앙처리장치(CPU) 개발요구로 비약한 케이스다.

기업 경영자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고수(高手)’를 알아보고 그들의 능력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 조직의 시행착오가 축적되어 스케일업으로 이어지도록 장려하는 자세의 리더로 변모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조직의 시행착오를 경험의 축적, 역량의 축적으로 생각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 우리나라 스마트 팩토리 예산이 4천800억 원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성공하는 새로운 개념설계가 안 나오고 있다. 원인은 간단하다.

‘스마트 팩토리’ 이렇게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현장 근로자가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솔루션 제공자가 없다. 다시 말하자면 솔루션 제공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없다. 우리나라의 문제점이다.

우리 현장 근로자들은 말을 안 한다. 도전적인 수요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대리, 과장, 부장 라인의 현장에서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다. 일본의 코지마가 반도체 전문가는 아니라서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열 개의 칩을 하나의 칩으로 뭉칠 수 있다는 기술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인텔이 생겼다.

도전적 문제제기는 기술을 알아야 가능하다. 끊임없는 기술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기술을 앞서가려면 현장을 숙지하고 문제를 출제할 수 있어야 한다. 도전적 문제 출제 역량이 개념 설계의 첫 출발이다. 3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까지 기술 교육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문제 출제가 가능해진다.

중국이 다른 나라가 50년, 100년 걸린 시간을 짧은 시간에 극복한 이유가 이질적인 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축적지향의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다. 세 살짜리 아기의 끈기로부터 배워야 한다. CEO가 끊임없는 시행착오가 일어나도록 조직 내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 교수는 진정한 리더십은 풀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여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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