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 관계학’이 최근 들어 화두로 떠올랐다. 이모티콘은 이모션(emotion·감정)과 아이콘(icon·그림기호)이라는 영어 단어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이다.
이모티콘은 특수 문자나 기호, 숫자 등을 조합해서 문자 메시지나 인터넷 채팅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80년대 초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의 학생이 컴퓨터 자판을 이용해 ‘:-’이라는 부호를 사용하면서 이모티콘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이모티콘은 날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어 사용 개수를 파악하기 조차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이모티콘은 말로 표현하기 곤란한 것들의 표정을 형상화한 것으로 일종의 그림기호 언어다. 모바일이나 컴퓨터로는 감정이나 표정 전달이 어려워지니까 SNS 상에서 많이 사용한다.
우리네 방식으로 ‘그림말’로 표현되는 이모티콘은 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요즘은 남녀노소 누구나 애용하는 시대가 됐다.
아마도 우리나라처럼 수많은 이모티콘이 인터넷언어로 사용되는 국가가 있을까 하는 정도로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글자 표현보다 빠르고 재미있어 사용하기 시작한 이모티콘이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 된 셈이다. 이모티콘 시장은 그림이나 동영상으로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주목받으면서 10여년 만에 거침없이 성장했다.
비공식 통계로 국민 3명당 1명이 유료 이모티콘을 구매할 정도다. 필자도 무료로 제공되는 이모티콘 보다는 감정전달이 잘되면서도 귀엽고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좋아해 유료로 구입해서 사용할 정도다. 이모티콘은 현재 수많은 캐릭터 개발로 로열티 수입까지 올리며 산업화되고 있다.
이제 이모티콘은 법정 판결에서 증거자료까지 등장하는 시대가 됐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또 하나의 언어가 되면서 ‘이모티콘 관계학’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이모티콘의 이같은 열풍은 현대인들의 일상이 바빠지면서 모바일 메신저의 한계로부터 생긴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인간은 상대방의 얼굴표정이나 손짓, 몸짓, 목소리 등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고 정서를 파악해야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로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모티콘 시장의 급성장은 결국 사람이 직접 만나지 못해서 생기는 다양한 감정 표현을 전달하기 위해서라지만 얼굴을 대면하며 느낄 수 있는 공감능력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헬렌 리스’와 ‘리즈 네포렌트’가 공동집필한 ‘최고의 나를 만드는 공감능력’에서 일곱 가지 공감 열쇠를 밝혔다. ‘눈 맞춤, 표정근육, 자세, 객관적으로 감정읽기, 어조, 사람 전체에 귀 기울이기, 당신의 반응’ 등이다.
최근 들어 안산 지역의 관가와 의회, 사회단체, 시민들 간의 소통을 위한 전반적인 공감이 사라지고 있다.
SNS나 컴퓨터상의 ‘이모티콘 관계학’으로는 진정한 공감을 기대하기 어렵다. 모든 문제 해결의 열쇠는 직접 대면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