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박스
플랜트 박스
  • 안산뉴스
  • 승인 2019.06.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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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지난해 경기도와 안산시의 매칭 사업으로 3억 원이 투입되는 정원 공모사업에 우리 동네가 참여하기로 했을 때 가장 먼저 고민했던 부분이 공동체 활성화와 네트워크의 확장이었다. 엄청난 혈세가 투입되는 일에 그저 꽃을 심고 관람하는 정도의 역할이었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큰 예산 대비 주민의 참여가 안 되거나 역량이 따라주지 못한다면 예산 낭비의 나쁜 사례가 될 것은 뻔한 일이다. 단순히 정해진 장소에 꽃을 심고 오다가다 눈에 띄어 들르는 정도의 사업이라면 굳이 주민들이 참여할 것도 없이 전문가들의 기술로 뚝딱 만들어내면 그만이다.

정원 사업은 경기도와 지자체의 매칭 사업으로 경기도 31개 전체 시군과 564개 읍면동 중 21개가 선정되었고 그 중, 안산이 가장 많은 4개 동에 정원을 조성했다. 과정을 지나면서 모이고, 공부하고, 연결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일동의, 유별나지만 감동이 있는 사례들을 몇 주에 걸쳐 소개해 보고자 한다.

오늘은 플랜트 박스로 네트워크가 어떻게 확장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정원이 만들어지면서 남은 예산으로 플랜트 박스 10개를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가로 1m 20cm 세로 40cm 높이 80cm 정도 되는 화단인데 마을에 박스 10개는 눈에 띄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주민들이 만나 이야기하던 중 나무를 재단해서 직접 만들자는 의견들이 있었고 뜻을 모았다. 그런데 나무의 양이 생각보다 많아 하루 이틀에 제작할 수 없어 보관할 장소와 삼복더위에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 일동청소년문화의집의 도움으로 넓은 마당에서 작업하고 재료들도 보관할 수 있었다. 재단한 나무를 조립하고, 피스 작업을 하고, 형형색색 페인트를 칠하는 과정에 함께 한 주민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수다를 떨고 마을 이야기를 나누며 며칠 동안 즐겁게 작업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 10개의 플랜트 박스는 70개가 되었다.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이 박스들은 마을 곳곳에 주인을 찾아 분양되었고 골목 정원, 가게 정원 등에 예쁘게 자리를 잡았다.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70곳에 배달하면서 흙과 영양분, 꽃을 채워서 전달했다. 그런데 마을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 못하고 일부 지역에 정원을 만들다 보니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같은 동네인데 왜 우리는 혜택을 안 주느냐는 것이다. 틀린 말씀은 아니다. 다만, 모든 지역에서 할 수 없으므로 정해진 곳으로부터 진행하고 기회가 생기면 차차 확대하기로 했고 대신 열심히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드렸다.

감사하게도 주민들께서 이해해 주셔서 수 백 개의 거점 정원, 가로수 정원, 골목 정원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정원길 따라 학교 가자’라는 슬로건에서 보듯, 동네 중간에 있는 학교 가는 길에 조성한 정원은 학부모나 이웃 주민들의 이해와 애정 어린 참여로 따뜻한 사연들을 남기며 조성될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많은 주민이 마을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마을에서 네트워크가 확장된다는 의미는 관계가 생긴다는 의미이고 새로운 활동이 수월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한 사람을 모으기도 만만치 않지만 힘들다고 포기할 수 없기에 일이 만들어질 때마다 공동체 활성화를 고민하고 네트워크 만들기를 가장 먼저 염두에 두는 것이다.

참여하는 주민이 늘어난다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일하는 과정에서 주민이 주민을 더하는 덧셈, 곱셈의 확장이 된다는 점에서 큰 보람이 있다. 플랜트 박스 10개 가격으로 70개를 만든 것은 10개의 네트워크를 70개로 만들었다는 것에서 귀감이 될 만하지만,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연결된 주민들이 주인이 되는, 교육에 아이디어를 집중하고 있다. 모여서 만들어 낸 긍정의 경험들이 소중한 밑 걸음이 되어 오늘도 마을은 웃음꽃을 피우며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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