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비무장지대 안보여행
-수필- 비무장지대 안보여행
  • 안산뉴스
  • 승인 2019.06.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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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옥 (한반도문인협회 회원)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고향모임에서는 경기도 관광지를 둘러보고 6.25 때 격전지 강원도로 안보관광을 다녀왔다. 최전방 양구는 수십 년간 군사지역으로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안보여행지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우리 고향은 충청도 시골마을 집성촌이다. 물론 드문드문 타성도 살고 있다. 대부분 할아버지, 아저씨, 조카라고 부르는 일가친척이다. 우리 모임은 일 년에 두 번 야유회가 있다. 봄에는 1박2일로 가을에는 당일로 떠난다. 올해도 어김없이 허물없는 1박2일 패키지여행이 있었다. 우리 회원들만 실은 관광버스는 운전기사가 알아서 구경 시켜주고 때 되면 밥도 준다. 스케줄대로 움직이니 신경 쓰지 않아 아주 좋았다.

요즘 대한민국은 출렁다리가 붐을 이룬다. 새롭게 다리가 건설되었다하면 한 동안은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호수나 절벽을 가로지르는 흔들다리는 관광지마다 최고의 볼거리다. 다리 놓는 솜씨가 국가대표 급이다. 고기술로 점점 다리는 길게 놓지만 흔들림은 적다. 허공에 떠있는 아찔한 스릴이 대단하다. 현대인들은 스릴을 좋아하고 리얼한 것을 좋아한다.

우리 여행코스는 경기도 파주를 시작으로 한반도 중심지 강원도 양구까지다. 먼저 푸르른 산과 파란물빛호수와 출렁다리의 조화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파주의 마장호수를 찾았다. 이 출렁다리는 2016년에 개통되어 그동안 최장출렁다리였으나 지난 4월 개통된 예당호 출렁다리에게 밀리고 말았다. 우후죽순 들어서는 출렁다리들로 예당호 출렁다리도 곧 밀려나게 될 것이다.

이제 눈을 호강시켰으니 입도 호강할 차례이다. 버스로 한 시간 쯤 달려 포천에 있는 식당에 도착했다. 오리능이백숙이 한상 차려져 있다. 밥상을 보니 순간 너무 행복했다. 여행은 볼거리도 중요하지만 먹을거리 또한 중요하다. 집에서 밥상만 차리는 나는 푸짐한 밥상을 보면 볼거리 못지않게 신이 난다. 늦은 점심인지라 허겁지겁 식사를 하고는 비둘기낭폭포와 한탄강하늘다리로 발길을 옮겼다.

포천에 비둘기낭폭포는 비둘기둥지 같이 움푹 파인 현무암협곡과 쉼 없이 쏟아지는 폭포수와 주상절리가 있다. 신비한 자연협곡을 넋 놓고 감상하다가 주상절리길이란 표지판을 따라 수십 미터 걸었다. 한탄강하늘다리가 보인다. 아찔한 하늘다리에서도 흐르는 강물이 나의 시선을 이끈다. 코끼리 발 같이 굽이진 진귀한 주상절리였다.

낯 서른 풍경을 따라 한참을 달려 이번에는 화천이다. 북한강 물줄기 파로호수를 끼고 동구래마을을 찾았다. 주인 없는 카페와 이름 모를 특이한 야생화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천연 그대로의 공원이란다. 건너편에 자리한 파로호는 일제강점기에 완공된 인공 호수란다. 치열한 전투격전지이기도 했고, 텔레비전에서만 보았던 산천어 축제장이기도 했다. 호수물빛이 맑고 바다색을 닮았다. 이렇게 해서 여행 하루의 일정은 마치고 숙소가 있는 양구로 갔다.

왁자지껄 떠들썩한 밤을 보내고, 2일차 양구의 자랑 두타연과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펀치볼로 향했다. 두타연은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다 2003년에 개방했다. 금강산까지 32km 밖에 되지 않는 비무장지대이다. 탐방 길에는 지뢰지대 지역으로 긴장감을 준다. 일행들은 사진 찍는 나를 염려한다.

두타연에는 호국영령들의 위령비가 있다. 우리는 묵념도 하고 한명희 시, 장일남 곡, 국민가곡 비목도 불렀다. 작자미상의 ‘길 가소서’란 시비도 읊었다. 가슴 아픈 전쟁의 흔적을 조각품으로 표현한 공원도 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금강산 가는 길, 표지판을 따라 선조들이 다녔던 금강산 여행길을 뒤밟아 보았다. 선조들은 산수가 수려한 자리에 앉아 시조 한 곡조씩 읊으며 걸었을 것이다.

번뇌를 끊고 청정하게 불도 수행을 했다는 두타사지가 있었다. 두타사는 고려시대에 창건되어 조선중기에 폐쇄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또 의아하게도 영화배우 소지섭길이 있었다. 나도 이번 여행을 통해 양구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소탈한 여행을 좋아했던 소지섭도 양구에 반했던 것 같다. “몸으로 걷기 보다는 마음으로 걸어보라고” 말했다. 그렇다. 자연이 훼손되지 않은 두타연 둘레길은 저절로 자연인이 되어간다.

마침내 마지막 여행지 양구 을지전망대이다. 을지전망대(1,049m)는 가칠봉 능선에 자리하고 있다. 버스로 굽이굽이 올라가는데 가이드는 “저기 내려다보이는 곳이 바로 펀치볼입니다.”라고 말한다. 펀치볼은 전쟁 때 종군기자가 마치 화채접시 같다하여 붙어진 이름이다. 해안면 해안분지는 여섯 개 마을로 이루어졌으며 해발 1,100m 이상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번 여행에서 관람은 못했지만 양구는 훌륭한 두 인물의 고장이었다. 그 시대의 소박한 일상을 그려낸 박수근 화백의 미술관과 인문학박물관이 있었다. 인문학박물관은 이해인 수녀의 박물관으로 지으려 했으나 이해인 수녀가 거절하자 인문학 박물관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섬진강 김용택 시인도 시에서 박물관을 건립하자고 했으나 거절했다고 한다. 누구나가 자기 알리려고 하는 시대인데, 내보이려 하지 않고 내세우려 하지 않는 두 분은 이 시대의 보기 드문 문인이라 생각된다.

난생처음 가본 비무장지대 양구는 지금은 지극히 평화롭게 보이지만 한때는 총부리를 겨누며 뺏고 뺏기는 최고의 격전지였다. 모쪼록 한반도에도 두 번 다시 전쟁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되며 지구상에도 전쟁은 영원히 종식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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