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청년생활
슬기로운 청년생활
  • 안산뉴스
  • 승인 2019.06.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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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원 안산청년네트워크 운영위원장

2017년 말 시작해 2018년 초 종영한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란 인기 드라마가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 신원호 피디가 연출을 맡아 큰 주목을 받았다. 초등학교에서 배운 ‘슬기로운 생활’ 교과서를 기억하는 나와 같은 대중들이 제목을 보고 기대하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하루아침에 교도소에 갇히게 된, 슈퍼스타 야구선수 김제혁의 교도소 적응기이자, 최악의 환경에서 재기를 위해 노력하는 부활기이며, 교도소라는 또 다른 사회에서 살아가는 성장기를 담고 있다.

안산에도 이와 비슷한 이름의 ‘슬기로운 청년생활’이란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노동 편과 주거 편, 두 주제로 격주 금요일 총 4회 진행되는 안산청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안산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노동·주거 정보를 노무사와 주거 복지사가 소개하고, 50여명의 청년들이 서로 꿀팁을 나눈다. 드라마나 방송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슬기로운~’ 시리즈처럼 인기리에 종영되기를 기대해본다.

이달 14일 금요일 저녁, 노동편 첫 시간이 있었다. 대학생은 시험 기간임에도 시간을 냈고, 취업 준비생은 도서관에서 잠시 나왔다. 직장인은 일을 마치고 안산에서, 시흥에서, 화성에서 모여들었다.

수십 명의 안산청년들은 불금에 왜 모였을까? 그들의 공통 답변은 둘이었다. 하나는 지금 내게 꼭 필요한 정보이기 때문이고, 하나는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대학생은 시험 기간이 끝나면 여름 방학이고, 알바를 시작하려고 한다. 취업 준비생과 같이 새로이 일을 구하는데 있어 주의해야할 정보가 궁금한데, 학교나 사회에서 배울 수 있는 자리가 없다.

일을 하고 있는 직장인이나 아르바이트생들은 사업장에서 겪고 있는 부당한 경험들, 일한 만큼 임금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함, 정책의 변화가 내게 끼치는 영향 등 다양한 고민거리가 있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속 시원히 알기 어렵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친구들 대다수는 안산에서 일을 하거나 생활하는 20~30대 청년들이다. 청년들은 실제 본인의 경험을 소재로 질문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나와 동생, 친구들이 일하고 생활하는 우리 안산에도 아르바이트하다 임금을 제대로 못 받은 청년들, 어렵게 취업한 직장 생활에서 여러 갑질 문화, 부당한 야근 등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많다.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어서, 공부하고 취업 준비하고 생활하느라 바빠서, 일과 집을 구할 때, 관련 법 정보가 부족해 큰 피해를 볼 때도 많다. 올 초 발생한 오피스텔 부동산 사기사건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청년 당사자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문제 제기해 노동자로, 세입자로 우리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안산시와 시의회, 책임 있는 정치인들은 안산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능동적인 활동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야 할 것이다.

헬조선 사회에 적응하며 버티고 있는 청년들이, 안산 지역사회에서 결국 부활하고, 크게 성장하는, 한 편의 청춘 드라마 주인공들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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