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거점 정원(2)
3개의 거점 정원(2)
  • 안산뉴스
  • 승인 2019.07.03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파출소의 쉼뜰 정원과 일동청소년문화의집 꿈뜰 정원에 이어 이번에는 호동 놀이터에 조성한 놀이뜰 정원을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주민들은 모래놀이터에 온실 같은 뼈대를 세워 꽃을 심어 유럽의 정원처럼 그림 같은 공간을 조성했다. 거기에, 예산을 절약하면서 청소년의 참여와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중학생 50명을 모아 테두리 담장도 아기자기하게 칠했는데 파출소 직원들이 힘을 보태 주셨다. 청소년들이 역할을 맡아 참여한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마을의 일원으로서 땀 흘리는 모습이 그렇게 든든할 수 없었다.

그런데 2가지 민원이 들어왔는데 하나는 칠하는 과정에 차에 페인트가 묻었다는 것이다. 민원인과 통화를 하는데 차에 페인트가 묻기는 했으나 따지려고 전화한 것이 아니라 페인트 지우는 법을 알고 싶다는 것이었고, 페인트 칠할 때 차를 빼달라는 안내를 받았음에도 깜박 잊고 외출을 했으니 오히려 미안하다는 말씀이었다. 마을을 위해 수고해 주는 것을 평소에 많이 보고 있는데 기회가 되면 참여해 보겠노라고 하셨고 마을을 위해 애써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통화를 마쳤다. 얼굴을 본 적도 없고 대화를 나누어 본 적도 없지만 짧은 시간 전화 통화를 통해 큰 위로와 따뜻함을 경험했다.

또 하나는 놀이터에 정원이 생기다 보니 벌이 생겨 아이들이 위험하다는 내용으로 젊은 엄마 세 분을 만났다. 필자 혼자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되어 정원을 조성한 업체 대표님과 같이 면담을 했는데 분위기가 차가웠다. 큰 예산이 투입된 정원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진솔하게 양측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찾게 되었다. 정원사의 전문 지식으로 판단할 때, 벌 기피제를 사용하여 위험을 줄이고 내년부터는 벌이 덜 모이는 꽃을 심어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놀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민원으로 오신 엄마들께 반대로 제안을 했다. 마을에서 목소리를 내주고 존재감을 보여, 관심과 참여해 주실 것을 부탁드렸고 젊은 엄마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며 기회를 만들어 마을 일에 함께 해보겠다는 약속해주셨고 노란풍선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아침 일찍부터 참여해 주시고 있다. 자칫, 민원이라는 난제 앞에 감정이 상하고 갈등이 생길 수도 있지만 지혜롭게 접근하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훈훈한 스토리를 만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마을에서 생기는 민민(民民) 갈등은 대부분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거점이라 함은 어떤 활동의 근거가 되는 중요한 지점을 말한다. 우리가 안전한 통학로를 고민하고 꽃을 매개로 ‘정원길 따라 학교가자’라는 슬로건 아래 1년 내내 정원을 만든 이유는 감동의 사연을 간직한 거점을 시작으로 마을공동체가 확장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접근하기 불편한 공간, 닫힌 공간의 이미지를 벗고 누구나 찾는 열린 공간이 마을에 하나둘 생긴다는 것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이제 파출소는 우리동네반딧불 모임이 만나고, 토론하고, 자발적으로 마을 순찰과 모니터를 진행하는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활용된다. 아이들은 목이 마르면 뛰어 들어가 물을 마시고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한다. 일동청소년문화의집은 무대가 생겨 언제든 춤추고 노래할 수 있게 되었으며 건물 내부에 들어와 탁구도 치고 노래도 부르고 컴퓨터를 즐기는 청소년도 부쩍 늘었다. 놀이터는 아이들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호동 어린이 놀이터에는 정원을 즐기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어른들은 정원에서 담소를 나눈다.

2016년 1년 동안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 만든 ‘아이부터 어른까지 자연과 더불어 행복한 일동’이라는 슬로건처럼 ‘정원과 행복한 일동’이 만들어져 또 하나의 모이는 지점으로 자리 잡았다. 3개의 거점 정원을 연결하는 건 아침 일찍 아이들과 물주기를 진행하는 정원사를 비롯한 어른들의 노력이며 틈나는 대로 잔가지를 정리하고 정원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는 주민들, 그리고 놀이터에 설치한 수도시설을 열어 정성스레 물을 주는 등 열정적으로 정원을 돌아보는 이웃들의 노력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