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승리법은 이제 그만…
정신승리법은 이제 그만…
  • 안산뉴스
  • 승인 2019.07.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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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석 안산시독서동아리네트워크 회장

한 남자가 건달들에게 붙잡혀 얻어맞는다. 분하고 쓰라린 마음을 안고 자신의 잠자리로 돌아온 그는 잠시 후 자신의 오른손으로 힘껏 자기 뺨을 두 차례 연거푸 때린다. 그제야 비로소 그는 마음이 평안해진다. 그는 자기 손으로 자기 뺨을 때려 놓고는 자기가 남을 때렸다고 생각하며, 비록 아직도 얼얼하지만, 몹시 만족하여 의기양양해 드러누워 푹 잠이 드는 것이다.

‘아Q정전’은 중국의 대문호 루쉰의 대표작으로 1921년에 신문 지상에 발표된 중편소설이다. ‘아큐’는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날품팔이꾼이다. 영어 알파벳 ‘Q’는 변발을 한 중국인의 머리 형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루쉰은 신해혁명이라는 거대한 사회의 변혁기에 정신 차리지 못하는 당시의 중국인들을 ‘아큐’라는 인간으로 형상화하여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다.

주인공 아큐는 가족도 집도 없다. 그는 가끔씩 그를 불러주는 사람들의 일을 돕는 날품팔이로 생활하는 무력하고 비겁한 인간이다. 하지만 그는 자존심만은 강해서 마을 주민들을 무시하곤 했다 하지만 이러한 아큐를 사람들은 존중할 리가 없다. 아큐는 종종 동네의 건달패들에게 얻어맞는 등의 수난을 당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아큐는 상처난 그의 자존심을 지키며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독특한 처세술을 발휘하는데 그것이 서두에 기술한 정신승리법(情神勝利法)이다.

일본의 아베 정권이 반도체 소재를 무기로 무역 공격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럽다. 아베 정권의 무도한 무역 공격에 대하여 방송과 신문 가릴 것 없이 각 언론사별로 전문가들을 내세워 그 이유와 이로 인한 파장 및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위안부 협상 파기와 강제 징용의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에서부터, 아베의 참의원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국내 정치용이라거나 혹은 한국의 비메모리 분야 진입을 꺾기 위한 선제공격, 나아가 한국의 경제 하락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 하락과 이로 인한 친일 정권으로의 정권 교체, 그리고 심지어는 미국의 트럼프 재선을 막기 위한 노림수라는 등의 온갖 설명이 그럴듯하게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일본의 처사에 온 국민들은 이로 인해 타격 받을 한국 경제에 대한 염려가 크다. 이에 뉴스에서는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반감이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는 내용과 함께, 국민들의 자발적인 일본 여행의 자제와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우리 국민들의 이런 정서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항상 있어왔던 즉흥적인 반응으로 치부하는가 하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시대착오적인 행동이라며 깍아 내리기도 한다.

일본의 이번 만행은 오래전부터 계획되었을 것이고 그러기에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국난이라 부를 정도의 피해가 있을지도 모르고, 그런 상황에서 상상하기도 싫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 부분 우리가 굽혀야 하는 처지로 몰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때, 이젠 아큐식의 ‘정신승리법’은 더 이상 안 된다. 일본 제품 한 번 안 샀다고, 아베 정권 비난하는 댓글 한번 달았다고 뿌듯해하며 그것으로 반일과 극일을 이룬 것으로 만족해하면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체질을 바꾸는 기회로 삼아야만 한다. 먼저 경제적으로는 일제 강점 하에서 짜여진 일본 의존적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회로 삼아야만 한다. 또한 정신적으로는 일제가 심어 놓은, 우리 스스로 우리 자신에 대한 그릇된 폄하 의식부터 몰아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국가의 위기마저도 자기들의 당파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는 일부 정치인들과 언론사들을 향해 준엄하게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이제 온 국민이, 여·야 할 것 없이 한마음으로 지혜를 모을 때다. 비난도, 책임 추궁도 그 이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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