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 대한 오래된 기억
친구에 대한 오래된 기억
  • 안산뉴스
  • 승인 2019.08.2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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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삼 안산시청소년재단 대표이사

재미있는 옛날속여행이야기 여덟 번째다. 오늘은 잊혀진 친구 이야기를 살짝 내려앉는 분위기로 마무리할 것 같은데 윤색을 거치면 다음과 같다.

수십 년 전 기억을 소환하면 우리들은 군대에서 짬밥 먹으며 나라 사랑을 알았고, 대학은 노는 것과 개똥철학과 전자오락 갤러그를 섭렵시키며 젊음을 풍성하게 해주었다.

자유분방한 대학은 또 다채로운 동아리 활동을 체험케 하여 책상 공부에서 모자란 공동체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교양과 겸손을 가르치고 훈련시켰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젊은 시절 한 때 그러하듯이 우리 세대도 정신적 갈등에 휘청거리기도 했다.

그래서 가끔씩 삼등열차에 몸을 싣고 여행하면서 남도 천리를 상념으로 채우기도 했지만 흡수력이 신속하고 행위적 도전에 갈증 나던 시절을 거쳐 오는 동안 우리들의 뇌세포는 무럭무럭 자랐으며 자라는 것만큼 조금씩 탁마되고 갱신되어 갔다.

그리하여 상아탑의 긴 그림자가 졸업반으로 향해갈 무렵 우리들은 모두들 슬거워졌고 어딘지 닮아있었다.

어느덧 끝 겨울이 도착되고 친구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래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고민을 마친 내 친구는 모자란 공부를 더 하고 사업을 하겠다며 열심히 살터이니 나에게도 눈을 크게 뜨고 삶의 고갱이를 찾아 알차게 살 것을 주문하였다.

땅위에 떨어지면 쇠 소리가 날 것 같던 우리의 동행은 거기서 갈렸다. 그때부터 우리는 각자 걸어가야 했다. 이것이 우리의 청년시절을 설명하는 문법이다.

오랜만에 헌걸차게 세상을 살고 있을 친구를 촘촘히 추억했다. 오래된 기억 속에서 친구는 여전히 웃고 있다. ‘빤듯했던’ 그의 언변도 아직 귀 둘레에 있다.

그러나 오늘날 현실은 하는 일이 다르고 멀어서인지 어쩌다 만나도 쫓기는 시간으로 겨우 아메리카노 한잔이고 백반집 반주 한잔 정도이니 우린 거의 낯선 타인으로 되어 있다.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무심하고 비배려이며 지난날 치기분분에 비추어 쓸쓸 그 자체다. 마무리하고 커피 한 잔 마시니 예상대로 그리움을 무거움이 덮는다. 이어서 은은하게 허기가 밀려온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본다. 딴 거 있겠는가. 비록 앞으로 만나지 못하고 살지라도(꼭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막걸리 잔 가운데 놓고 밤을 하얗게 보내며 바람벽에 낙서하던 기억만은 손상시키지 않고 잘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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