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드네의 실
아리아드네의 실
  • 안산뉴스
  • 승인 2019.08.2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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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석 안산시독서동아리네트워크 회장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는 자국의 젊은이들이 크레테 미노스 왕의 강요에 의해 미궁에 갇힌 미노타우르스의 먹이로 바쳐지는 현실을 타파하고자 직접 제물의 일원으로 자원하여 크레테로 향한다. 이들이 크레테의 항구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크레테 사람들이 괴물의 먹이로 선정된 불쌍한 젊은이들을 보기 위해 항구로 몰려들었고 그중에는 크레테의 왕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도 섞여 있었다. 그런데 이때 아리아드네는 배에서 내리던 테세우스를 보고는 한눈에 그에게 반해버리고 만다.

결국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에게 미노타우르스를 물리치는 방법과 함께 미궁에서 빠져나오는 해결책으로 실타래를 건네준다.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가 일러준 방법대로 실을 입구에다 걸어 놓고 실을 풀어가며 미궁에 들어간 후 미노타우르스를 죽이고는 실 줄기를 따라 미궁을 빠져 나와 크레테를 탈출하게 된다. 이 신화에서 유래하여 어떤 난제에 대한 주요한 해결책을 ‘아리아드네의 실’이라고 부르고 있다.

일본이 경제 공격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온 나라는 일본에 대한 분노로 끓어올랐다. 자발적으로 일본 상품 불매 운동과 일본 안 가기 캠페인이 펼쳐졌고, 서점에서는 근대사 관련 서적의 판매가 급증하였으며 곳곳에서 역사 강좌가 개설되기도 하였다. 더불어 정치권과 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해결할 ‘아리아드네의 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었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고종은 국제사회를 향해 일사늑약이 무효임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고종이 취했던 방법은 조선 문제를 국제 이슈로 만들어 국제사회의 외교 중재로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고종은 이준을 비롯한 밀사를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파견하여 을사늑약의 불법성을 알리고 열강의 힘을 빌어 일제의 예속에서 벗어나려고 하였다. 이때 조선은 러일전쟁에서 패전한 러시아의 힘을 빌리고자 하였다. 러시아도 처음에는 조선의 청을 받아들여 러시아 황제와 조선 대표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하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자국의 이익을 내세워 결국 조선의 청을 무시하고 일제에게 조선 대표의 만국평화회의 참석 시도를 알려주기까지 한다. 결국 이들은 아무런 성과를 올릴 수도 없었고 이준은 현지에서 분사하고 말았던 것이다.

크레테를 찾은 테세우스와 만국평화회의에 참여했던 조선 대표는 모두가 당시 자신의 조국이 처한 위태로움을 해결하고자 자신들의 몸을 던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불어 이들은 그 위기의 해결책으로 외부의 도움을 이용하였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테세우스는 성공했고 조선의 3인은 실패했다. 그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결국 본인이 갖춘 실력의 유무에 있었던 것이다. 아리아드네가 실을 이용한 방법을 알려주었다고 하더라도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르스를 물리칠 실력이 없었더라면 테세우스는 미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미노타우르스의 먹이가 되어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반면 조선은 러시아를 너무나 철저히 믿었고 또 의지했지만 결국 러시아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조선을 철저히 배신하고 말았고 혼자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조선은 고종의 강제 퇴위라는 결과를 맞이하였던 것이다.

많은 매스컴에서 일본의 무역 공격을 해결 방식으로 미국의 개입을 언급한다. 하지만 미국은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움직이는 국가이다. 따라서 미국은 상황을 주시하다가 자국의 이익이 침범당할 듯할 때 자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태를 조정하려 할 것이다. 결국 답은 우리가 실력을 갖추고 힘을 기르는 것 밖에는 없다. 비록 지금 시점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극일 구호와 불매 운동 등은 진정한 승리를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결국은 힘을 키워야만 한다. 비록 시간이 걸릴지라도 과학 기술과 소재 산업의 육성에서부터 친일잔재 청산과 올바른 역사 인식의 확립까지 전 분야에 걸쳐 새롭게 변혁되어야만 한다. 이것만이 우리가 경제적, 정신적, 역사적으로 일본의 예속에서 벗어나는 진정한 ‘아리아드네의 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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