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투어리즘 : 오래 그리고 널리 기억하는 방법
다크 투어리즘 : 오래 그리고 널리 기억하는 방법
  • 안산뉴스
  • 승인 2019.08.2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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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욱 안산관광두레PD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용어가 있다. 어두움을 뜻하는 ‘다크’와 관광, 관광업을 뜻하는 ‘투어리즘’의 합성어인 이 단어는 잔혹한 참사나 재난이 벌어진 현장을 돌아보며 추모와 슬픔을 공유하는 새로운 관광 형태를 뜻한다. 아직 대중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 연구된 이 관광 개념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관광(CBT)’ 개념 중 하나로써 기존의 관광 패러다임을 깨는 새로운 형태로 부각되고 있다.

사실 용어만 생소할 뿐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들이 많다. 전쟁기념관, 서대문형무소, 제주도 4.3평화공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다크 투어리즘 관광지이다. 외국에선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뉴욕의 그라운드제로 등이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관광지로 손꼽히고 있다.

왠지 ‘관광’이라는 단어에는 경박스러운 이미지가 따라 붙는다. 추모의 현장과 관광이라는 두 단어는 물과 기름처럼 좀처럼 섞이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불편함과 이질적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는 그간의 자본과 소비 위주의 천편일률적 관광이 주는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다크 투어리즘을 통해 외부 방문객은 지역이 가진 슬픔을 공유하고 아픔의 기억을 승계하는데 동참한다. 지역 사람들 또한 외부인들의 공감과 기억의 승계를 통해 치유의 힘을 얻는다. 더불어 참사로 고착화된 지역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한다. ‘체르노빌 다크투어리즘 가이드’의 저자 아즈마 히로키는 “이미지의 폭력에 저항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관광’이다”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결국 다크 투어리즘은 참담함을 함께 공감하려는 여행을 뜻한다. 아무리 부차적인 기능이 따라붙는다 해도 참사를 공감하고 기억하는 움직임이 가장 최우선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왜 지나간 참사를 기억해야할까. 누군가는 이제 가슴에 묻고 우리 사회에선 지워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가슴 아프니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고, 그래서 그만 들춰냈으면 좋겠다고도 말한다. 지역 이미지 침체와 그로 인한 주민 생활권 피해를 또 다른 이유로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유형의 형태로 남기지 않으면 비극의 기억은 서서히 옅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옅어진 기억 속에서 또 다시 비극은 반복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사업인 ‘관광두레’의 안산지역 PD로 활동하며 주민주도형 관광사업 창업을 육성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처음 관광두레 PD 지원서를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았던 순간부터 안산관광두레 PD로 선정되어 활동하고 있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가지고 있는 목표가 있다. 세월호를 테마로 한 관광을 활성화시키는 것, 이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우리 사회가 떠안은 숙제, 별이 된 아이들의 추억과 꿈, 이를 통해 얻은 생명과 안전의 소중함을 오래 그리고 널리 기억하고 알리는 것이다.

물론 아직 세월호를 관광으로 다루기엔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있다. 너무 무거운 주제라는 걱정도 있다. 그러나 4.16 생명안전공원 부지가 확정되고 첫 삽 뜨기를 앞두고 있는 지금, 4.16 기억교실과 고잔동 ‘기억과 약속의 길’을 따라 세월호 기억여행 프로그램이 주민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지금이 세월호를 활용한 지역 관광과 이를 통한 참사의 기억, 가치의 승화, 주민들의 상생, 지역 관광의 발전 등을 함께 고민하고 상상해볼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라 생각한다.

단지 아픈 것만 기억하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유가족의 입장만 대변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세월호 테마관광을 통해 참사에 대한 기억과 동시에 지역관광 활성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과 상생을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상상이 마치 추모의 현장과 관광이 물과 기름처럼 좀처럼 섞이지 않는 것처럼 다소 불편할 순 있지만 결코 불가능한 상상만은 아닐 것이다. 폴란드의 아우슈비츠가,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가, 그리고 제주의 4.3평화공원이 그렇게 관광객을 유인하고 있다.

이제 안산이 그 흐름에 놓여있다. 관광을 통해 세월호를 오래 그리고 널리 기억해야만 한다. 이렇게라도 기억하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 마지막으로 ‘체르노빌 다크투어리즘 가이드’를 인용하며 생각을 갈무리하고자 한다.

“사고의 기억만은 잃지 말아야 한다. 역사는 계속되는 사고의 기억으로 이루어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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