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소목장
내 친구 소목장
  • 안산뉴스
  • 승인 2019.08.28 1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희삼 (안산시청소년재단 대표이사)

‘행복한 지인 이야기’ 마지막으로 경기도 별내에 살고 있는 또 한 명의 내 친구를 소개한다. 녀석의 직업은 목수인데 먼저 목수 이야기부터 하겠다.

예로부터 목수는 소목과 대목이 있는데 소목이라 함은 입문하여 받는 최초의 직함이다. 시키는 대로 나무를 자르고 잔심부름을 하는 단계인데 알기 쉽게 도제와 같은 직위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칙간이나 상여집을 짓고 그 단계를 지나야 대목으로 신분 상승을 하게 된다. 본래 한옥이나 궁궐을 짓는 데는 나무, 돌, 기와 등 열두 개의 분야가 필요하고 각 분야의 우두머리를 편수라 한다.

그 편수들을 지휘하고 감독하는 사람이 바로 도편수인데 대목장이라고도 부른다. 소목 생활을 몇 십 년 해야 다다를 수 있는 단계이다.

대목장쯤 되어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나무를 다듬거나 흙을 만질 수가 있고 건축물 속에 혼을 깃들게 할 수 있어서 제대로 건축물을 짓게 된다. 장인의 반열에 이른 사람이다.

그러므로 대목장이란 나라의 궁궐이나 대형 사찰과 같은 규모가 웅장하고 중요한 건축물을 짓는 목수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데 요즘 신식 용어로 말하자면 프로젝트 리더 또는 6시그마의 챔피온이라고 할 수 있다. 신라 때 불국사를 지은 사람이나 조선 말기 경복궁을 중건한 사람이 바로 대목장이다.

내 친구는 아직 소목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그는 목수의 참맛은 도편수 같은 관리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나무를 다듬는 소목장의 손끝에서 나오는 것이란다.

관리자가 되면 손끝 감각을 느낄 기회가 적으므로 소목 이상의 신분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 창의적인 일에 몰두 할 수 있는 작업이 좋기 때문에 더 이상의 자리도 싫다는 것이다. 그가 도편수가 될 가망성은 결단코 없어 보인다.

찾아보면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듯이 그의 타고 난 명석함은 주변에 있기에는 살짝 서운하다. 그것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은 독서와 사유다.

해박한 지식은 폭 넓은 독서에서 나오고 넓은 이해력은 깊은 사유에서 나온다. 민들레 꽃잎을 통해서 우주를 볼 수 있다고 장담하는 녀석의 눈은 육신보다도 훨씬 자유스러워서 그리하여 모세 애굽에서 출발하여 한비자를 건너 중세 암흑시대를 돌아 최근세까지 꾸준히 달려온 역사적 공부와 철학적 사유가 트임 시켜준 혜안임에 틀림없다.

가없는 길을 걸어오면서 친구는 위수 강가에서 여상(呂尙)을 만나 대화했을 것이고 주나라 포사(褒姒)에게도 잔 잡아 권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얻고자 하는 자유나 행복을 ‘책 읽음’을 통해 성취시키고자 했음이 분명하다.(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