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후반부 용기는 성공하기를
친구의 후반부 용기는 성공하기를
  • 안산뉴스
  • 승인 2019.09.0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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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삼 안산청소년재단 대표이사

열 번째 앞의 목수 친구 이야기 마무리다. 그가 일찍이 10세 미만에 사서삼경과 논어를 읽어 신동 소리를 들었고 나이 열일곱 여덟 살 어린 시키가 태어난 산골이 좁다고, 그래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며 학교 선생님과 싸우고 표표히 고향 산천을 떠났다는 이야기는 주변 사람들에게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그에게 보내온 관심은 그 알음알이(智識)와 가리사니(智惠), 소목의 정신이 지금의 삶에도 고스란히 녹아있으리라는 기대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도회로 들어온 지 청년 시절부터 치자면 기십 년 강산이 서너 번이나 변했건만 여전히 경계선 부근에 머물러 있다. 다양한 업들이 그를 거쳐 갔지만 스스로 말하는 자신의 명석함에 맞는 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나와 그가 만나면 과정과 지향점 불일치로 늘 충돌한다. 그럴 경우 짜임새 있는 그의 논조를 내가 이길 재간은 없다. 그래도 물욕이나 난제에 봉착해서 해답을 얻지 못할 때 이 친구를 만나는 것이 나에게는 즐거움인데 이것이 나에게 유붕이 자원방왕(自遠方往)하는 즐거움이다.

10년도 넘은 기억 하나 - 내가 어느 한 사람을 소개해주어서 사업을 했는데 나중 그 사람과 견해가 틀어져 친구가 손해를 본 적이 있다. 각자 이해가 일치하여 판단했을 것이므로 굳이 말하자면 나와는 무관한 일이다. 그러나 나로 인해서 비롯된 것 같아 지금도 미안하다.

몇 달 전에도 어느 한가한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친구는 그것과 관련된 말은 꺼내지 않았다. 내게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다. 녀석을 만나고 돌아오는 발길이 무거웠다.

막힘없는 재사이자 박람강기(博覽強記)에서 목수로 변신한 친구를 어떻게 해독할 것인가. 변신이란 당치 않다고 할 것이지만 판단컨대 용기와 신념의 미비가 원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 없이 명석만 내세운다면 꿰매지 않은 구슬이다. 명석에 신념이 더해질 때 용기이며 용기를 세상 이치에 붙이면 지혜가 되고 거기에 의협이 갖춰진다면 덕이다. 우리는 그렇게 배웠다. 친구가 명석함에다가 추가할 많은 것들을 도외시한 상태에서 자신을 계발하기에는 내가 보기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

나 자신 앞길도 못 보는지라 그럴 자격 없지만, 그러나 ‘생각해서 행복한 친구’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몇 마디 전한다. 자신에게 많은 것들이 불비하다고 분석하면서도 점점 약소인이 되어 가는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흔적은 잘 안 보인다는 것이다. 눈에 띠는 흔적 중 하나는 아주 오래 전에 제 자식들 이름을 ‘든든 어진’과 ‘든든 나름’으로 지었다는 것이다. 자식들만은 저를 닮지 말고 ‘든든하고 어질게 살라’고 훔쳐가기 힘든 상상력을 동원하여 작명을 한 것인데 못다 일을 성취하려는 안간 힘을 아들의 이름에 묻힌 것이다.

내 친구의 역작 ‘나름’과 ‘어진’이가 제 부친 속을 신속히 헤아려 쉽게 망각될 뻔했던 업을 다음으로 넘긴 제 아비의 ‘용기’만은 지혜로웠다는 것을 증명하기 바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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