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일자리
마을 일자리
  • 안산뉴스
  • 승인 2019.09.0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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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일동은 지리적으로 안산의 오른쪽 끝자락에 있고 일부러 찾아오지 않으면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다른 동네는, 지나다니다가 배고파서라도 식당에 들를 수 있지만 일동은 변방이라 지나다닐 일이 없으니 식당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번화한 지역에 비해 교통량이 적고 교통체증이 적다. 또한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가 한 채도 없다. 1986년 안산이 시로 승격하면서 도시계획을 세울 때 일동지역에는 아파트를 짓지 않기로 정함에 따라 도시지역에서는 드물게 녹지율이 높은 다가구 주택지역이다.

아파트가 없다보니 브랜드에 따라 비교 당할 것도 없고 평수에 따라 눈치 볼 필요도 없다. 특별한 부자도 없고 가난한 사람도 눈에 띄지 않는다. 흔히 아파트에 사는 분들은 사람 모으기가 힘들다는 말을 한다. 주택지역처럼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공동체를 구성하기가 여간 어렵다는 것이다. 아파트로 인해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 같은 이웃, 시시때때로 모이던 동네 안에서의 유대감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도 씁쓸함을 더한다. 칸막이처럼 막혀 있는 각자의 공간에서 생활하며 층간 소음, 흡연 등의 문제로 대립하고 반목하는 일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파트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 속에 같이 살아갈 방법을 이야기하고 생활 분쟁을 극복하는 과정과 해결의 길을 모색하는 시례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 개인주의로 고착화 될 우려가 있는 콘크리트에 꽃을 피우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공모사업이나 아파트 내에서의 소통 강화, 모임 구성 등이 그것이다. 최근, 아파트공동체에 대한 지원사업도 많아지고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로 반가운 일이다.

얼마 전 군포시 마을계획으로 수리동에 갔는데 주민 100%가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니 예상대로, 같이 일할 사람 찾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계셨다. 그렇게 보면 아파트가 없는 곳에 사람 모으기가 유리한 것은 맞는 것 같다. 작년, 마을 주민들과 학생이 참여한 산타학교 때도 짧은 시간에 100명 넘게 모았고, 마을 축제 때도 3~4천명이 참여했으며 얼마 전 진행했던 자원순환마을 토론회에도 100명이 쉽게 참여한 것을 보면 그렇다. 그런데 주택이 주를 이루다 보니 부족한 것들도 많다.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것이 일거리가 적다는 것이다. 마을 안에 큰 사업체가 적고 영세하다 보니 일자리가 부족하여 대부분의 주민들이 다른 지역 직장에 다니고 마을 안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주민들도 안산시에서 정한 300m 안의 50개 점포가 필요한 상점가에 등록할 자격 요건에 미달하여 혜택을 못 받고 있다.

어찌하면 좋을까 궁리하며 안산시 일자리를 찾아보던 중, 일자리정책과를 통해 다양한 일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렇게 나온 것이 노인 일자리 60개다. 일자리를 관리하는 행정의 손이 부족하여 다 처리하지 못하는 일자리를 주민들이 모니터하여 매칭해 주겠다는 것으로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가 나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일하실 60명의 어르신들을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연결하여 지금까지도 활기차게 일하고 계신다. 우리는 더 많은 일자리를 찾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마을 안에서 꼭 필요한 주민과 일자리가 연결되도록 할 것이다.

며칠 전 안산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는 경기도 70%와 안산시 30% 매칭 사업으로 ‘행복마을관리소’ 면접이 있었다. 시흥의 동네관리소와 비슷한 기능으로 공구대여, 간단 집수리 등과 생활 민원처리, 안심 동행 서비스까지 함께 할 10명의 일자리가 또 만들어져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안에 기존 5명을 포함 15개의 일자리가 생긴 것이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2동도 주민자치위원회 프로그램을 140개로 늘려 4명의 상근 직원을 고용해 자치회의 일을 돕는다고 하니 참 좋은 사례다. 주민이 만드는 일자리! 참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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