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사태에서 표출된 국민의 정서는 ‘사회적 불평등’
조국사태에서 표출된 국민의 정서는 ‘사회적 불평등’
  • 안산뉴스
  • 승인 2019.09.0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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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안산학연구원 학술연구센터 소장

연일 뉴스에 탑을 장식하는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사태는 역사 이래 없었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선언과 독도방어훈련 이지스함·특전사 투입과 같이 대일 초강수의 대형 뉴스가 터져도 꺼질 줄 모른다. 법무부장관 임명에 대한 찬반의 수치로 양측 주장이 분분하고 이 와중에 조국 후보자가 재산환원 발표에도 국민들은 시쿤둥하다. 온 국민의 분노 속에 특히 청년 2030층에 반대가 들끓고 서울대, 고려대 학생들은 시위로 나서고 있다.

이건 조국 후보자의 법적인 문제보다 도덕과 양심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당이나 어떤 유명 인사들은 법적인 문제여부를 운운하며 변론에 나선다. 국민의 정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조국 후보자는 지난 문재인 정부 이전 서울대 교수 시절에 트위터를 통해 정치, 사회적 이슈마다 시대적 양심의 잣대인양 의견을 제시해 왔다. 그래서 많은 국민은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무의식적으로 그의 삶도 글과 동일하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사뭇 배신감의 분노이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정서는 사회적 불평등이다.

해방이후 대한민국은 친일청산을 못한 채 정부가 수립됐다. 남한은 자원이 없는 상태로 정부수립을 맞이했기 때문에 임시정부는 일제청산은 커녕 정당하게 그들을 사회지도층으로 흡수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일제에서 대한민국으로 그들이 지닌 헤게모니가 이동한 셈이다. 문제의식도 죄의식도 갖지 않은 채, 그렇게 대한민국 사회는 구성되어 현재 2019년을 맞이했다.

일제강점기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정유정의 단편소설 만무방은 그 당시 시대상을 잘 묘사하고 있다. 소설은 주인공 응우가 소작농으로 힘겹게 1년 동안 농사지은 벼를 도둑맞은 사건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도둑은 응우 자신이다. 지식, 돈, 권력을 가진 친일파 지주는 가난한 백성 소작농에게 땅을 빌려준 대가로 추수한 수확의 1/2을 가져간다. 나머지는 빚으로 진 농사를 짓기 위한 제반비용과 채무 등을 상환하고 나면 가족들과 먹고 살 식량이 없다. 궁리 끝에 추수 전 벼를 훔칠 수밖에 없는 응우의 비애로 끝난다.

살펴보면 그 당시 소작농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제도를 받아드리며 힘겹게 살아낸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지금의 현실과 다름이 있는가.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병들고 삶이 망가져가는 힘없는 백성과 국민! 그래서 분노하는 것이다.

돈, 권력, 지식을 갖춘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분노하는 국민은 공정성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법을 만드는 권력자들이 그들 유리하게 제도화하고 국민에게 지키라면 받아드릴 수밖에 없겠지만 그 간극은 더 확연해 지는 것 아닌가. 노력할 의지가 상실된다. 조선말 상황과 똑같아 지게 되는 것이다. 양반은 담뱃대 농사를 지으려 하고, 천민은 노력해 봐도 삶의 변화가 없으니 적당히 눈치보고, 마침내 일본에게 침략을 당하게 된 것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만연된다면 국가 전체에 희망이 없다. 사회적 불평등에 의해 계층 간 이동이 불가능해 지면 자구 노력 없이 자조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장 용이한 방법이 교육이었는데 교육조차에서도 스펙싸움에서 ‘아빠가 조국이 아니라 미안해’라는 표어가 나올 정도로 그들만의 리그라면 자라나는 후세대는 주어진 계층에 매몰될 것이다. 계층 간 이동이 가능해서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희망 있는 사회, 사회적 불평등이 없는 사회, 이것이 조국 후보자 사태에서 분노하는 국민이 전하는 메시지다. 문재인 정부의 상징인 조국 후보자나 낙마시키겠다고 야당에 전담팀까지 꾸린 나경원 원내대표 모두 82학번 동기이다. 또한 필자도 동시대를 산 82학번으로서 성장환경이 확연히 달랐음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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