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마을이 필요하다
브랜드 마을이 필요하다
  • 안산뉴스
  • 승인 2019.10.02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자치를 이야기 할 때 서울특별시를 빼놓을 수 없다. 일단 예산의 규모가 타 지역의 추종을 불허한다. 촘촘하게 중간 지원조직이 있고 동마다 주민자치를 지원하는 지원관이 있고 세 명만 모여도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준다. 작은 단위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을 연결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큰 그림을 그린다. 구와 동의 특성에 맞게 공무원을 배치하여 2017년 혁신읍면동 사업에 비견될 만큼의 활발한 체계를 갖췄다.

자치에는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단체위주의 자치와 미국이나 영국을 중심으로 하는 주민주도의 자치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단체자치를 택했다. 힘 있는 자치단체장의 철학과, 힘을 가진 지방의회가 주민자치를 잡고 흔든다.

예컨대 최근 안산형 주민자치 조례가 통과되면서 주민들의 의사가 무시되고 권한은 없고 의무만 있는 주민자치 조례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30명 이하를 정하고, 기관 단체 추천 위원수를 30%에서 20%로 줄이고, 사무국 설치를 삭제해 버렸다. 자치를 하라는 건지 시키는 대로 하라는 건지 황당할 뿐이다. 그러면서,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해 그렇게 했고, 사무국 설치는 비용과 운영에 대해 대부분의 의원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인구 1만 명 되는 동에서도 100명이 넘게 지원하고 필자가 교육에 참여한 대전 서구 갈마동은 114명, 울산 태화동은 120명이 넘게 지원했으며 모집이 어려운 사례는 들은 바가 없다. 안산은 2개 동이 참여하는 것에 비해 서울의 경우 25개구 424개 동 중 20개구 126개동이 올해 안에 주민자치회를 운영하며 자치구별로 마을박람회, 마을축제, 성과 공유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축제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도 안산은 마을계획을 기반으로 전국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주민 스스로 모여 사람을 찾고 마을 곳곳을 돌아보며 분과를 나누고 의제를 만들어 가는 동안 많은 주민이 관심을 가지고 마을 일에 참여하게 되었다. 특히 일동은 전국적인 벤치마킹 장소가 되었고 마을의 대부분 단체가 참여하는 전국 최초의 모범적인 주민협의회를 만들어 지난 해 5억 8천만 원의 예산을 집행할 만큼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또한 주민들이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원사, 퍼실리테이터, 마을 관리사, 노인 일자리 등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동네에서 행복하기 위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고 이를 위해 행정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전국에는 주민들의 역량으로 자치의 꽃을 피운 브랜드 마을들이 있다. 서울 금천구 독산 4동의 경우 자원순환의 모델로 쓰레기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고 공유주차를 활용해 주차문제도 해결해간다. 일반 주택에서 아파트처럼 분리수거를 하고 종이, 플라스틱, 유리 등 표기한 목록을 각기 다른 색깔로 구분해 놓는 등 재활용 분리배출을 잘해 전국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그렇게 도시 광부가 캐는 재활용품을 재활용정거장에 모으는데 이는 주민들이 재활용품을 분리배출 할 수 있도록 마을의 주요 지점에 설치한 분리수거 거치대를 말한다. 도봉구 방학3동은 은행나루 마을방송국을 통해 소소한 마을의 이야기를 전한다. 행정복지센터 안에 있는 이 방송국은 올해 서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주최한 ‘서울공동체상’에도 선정되었다. 센터 안에는 방송국 뿐 아니라 2층의 활력소 카페와 지하에 마을부엌과 청년과 청소년을 위한 댄스연습장도 있다.

안산에도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마을들이 오래 전부터 활동하였고 비록 시범이기는 하나 이제 주민자치회의 출발점에 서있다. 일동에는 거점의 역할을 하는 든든한 마을기업이 두개나 있고 이미 자치를 하고 있는 내실 있는 주민협의회도 있고 건강한 주민모임도 많다. 100회가 넘는 벤치마킹으로 다져져 네임 밸류가 되어가고 있고 사람 모으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들 하는데 모이는 것이 즐거운 주민들도 많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환경이나 조건이라도 좌절하지 않고 진정한 자치로 이름값 하는 브랜드 마을을 꿈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