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쏠한 유적 안산
쏠쏠한 유적 안산
  • 안산뉴스
  • 승인 2019.10.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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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삼 (안산시청소년재단 대표이사)

안산 이야기 계속한다. 방석 방번을 제거한 이숙번이 이방원에게 가서 ‘왕으로 추대하고 싶을 뿐입니다’라고 했다는 말은 이숙번에게는 그리 놀랄 만한 말은 아니다. 오늘 우리의 등골이 섬뜩할 뿐이다. 그만큼 이숙번은 야망이 크고 기개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조선실록은 왕의 남자가 된 이숙번의 성품이 광난스럽고 무례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국가 공무원을 사적으로 대동하고 다녔으며 돈의문 앞에 큰 저택을 짓고 살았는데 벼슬을 원하는 문무백관들이 조석으로 그를 찾아뵈었고 왕보다 큰 권세를 부렸다고도 적고 있다. 인사 문제나 국정 운영에 깊숙이 개입해서 국사를 좌지우지 하고 있었다는 말일 텐데 오늘날 말로 세련되게 해석하면 혹시 그것이 권력의 실세가 직권남용하고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강요했다는 뜻은 아니었을까.

국정농단, 어디서 많이 듣던 말 아닌가. 14세기 조선 초기로부터 수백 년 세월이 흐른 2019년에도 이숙번과 흡사한 직권남용과 권리행사 방해 등을 행하다가 재판을 받아 감옥에 가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최순실을 비롯한 측근들이다. 그 사람들은 지난 2016년 말부터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는데 조선 초의 역사에서는 교훈을 얻지 못했을까. 이숙번이라는 조선조 사람과 600년의 시차를 두고 별반 다르지 않는 평행이론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란 때때로 반복의 필연 위로 걸어간다는 말은 이 경우에도 적용된다.

모르는 사이에 많이 성장해버린 이숙번, 조선의 코드-1 태종 이방원이 그런 이숙번의 태도에 눈감을 리 없다. 태종이 그의 저택을 들렀고 한때 혈맹이던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이러지 않았을까.

“이공……가셔야겠네.” 이숙번이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하였다. “…한양을, 떠나셔야 하겠다는 말일세….” “……” “밖에 가마 채비가 되어 있네….” “……”

정권이란 얄궂고도 비정한 것, 이숙번은 자신이 목숨을 벽에 걸어놓고 보위했던 태종에게서 밀려나 황해도 연안을 거쳐 경상도 함양으로 귀양을 가고 만다. 산골에서 쓸쓸한 생을 보내던 그는 세종 때가 되서야 겨우 이곳 안산에 올 수가 있었다.

안산은 공부 잘했던 그가 수석으로 과거 급제하여 스물여섯에 군수로 재직했던 곳이다. 한양을 지척에 놓고 야망을 꿈꾸었던 곳이기도 하다. 물왕리 저수지 기슭에 올라 조선의 풍운아 이숙번의 부침했던 행적을 더듬어보는 것도 쏠쏠한 생각을 하게하는 역사 기행이 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에다 오늘 여기에 소개하지 않은 성호 이익이나 관우물지, 정정옹주, 선사시대 고인돌 등 많은 것들이 추가로 해설되면 안산은 문화의 도시에 손색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안산이 국내 최대 녹지의 도시, 산업단지의 도시, 한국과 해외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라는 것은 이미 앞에서 언급했다. 오래 전에 안산에 붙어져 있던 ‘전원공업도시 안산’은 당시로서는 이런 여러 팩트들을 한 문장에 담으려고 애쓴 흔적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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