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분의 1은 안된다
N분의 1은 안된다
  • 안산뉴스
  • 승인 2019.10.1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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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마을 일을 하다가 자주 듣게 되는 말 중에 형평성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 동등한 자를 동등하게, 동등하지 않은 자를 동등하지 않게 취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큰 그림으로 볼 때 소외되는 단위에 대한 배려거나, 개선하여 평등을 추구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균형을 맞춘다는 점에서는 당연한 말이지만 성과를 내는 데에는 아쉽게도 한계가 있다.

오늘은 필자가 지금까지 현장 경험을 통해 느꼈던 이 역설적인 말에 대한 소회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2016년 마을계획을 하면서부터 시작된 고민은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공모사업을 활용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모여 700개가 넘는 의제를 발굴하고 35개의 핵심의제를 선정하면서 이를 실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람을 찾고, 마을 구석구석 돌아보며 문젯거리를 찾아 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그 후 열심히 공모사업을 진행했고 지금까지 의제 중 70% 이상 해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주거안전, 공동체 육아, 생태, 경제 분과에서 각자 역할을 정해 맡은 바 열심히 참여한 결과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형평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예를 들어 안산 25개 동에 100개의 공모사업이 있다면 4개씩 공평하게 나눠야지 어떤 동에는 왜 많이 주느냐는 것이다. 당시 10개가 넘는 공모사업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 여러 채널로 듣게 되는 견제에 혼란스러운 마음이 생겼다.

열심히 해서 정당한 결실을 얻으려고 해야 하는데 같이 일하지 말자는 이야기로 들렸다. 거기에 행정도, 의회도 이런 문제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한 것이 있다. N분의 1은 하향평준화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열심히 해도, 대충 해도 같은 보상이라면 의욕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고 성과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

사업을 위탁 맡고 있는 중간지원조직에서도 외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살다보면 다른 사람의 비판을 받거나 본의 아니게 관심거리가 될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신경 쓰이고 불편할 때가 있다.

필자가 활동한 지난 5년여 동안 주민자치의 기대로 설레기도 했지만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에 좌절하기도 했다. 변변한 보상이나 대가는 없었지만 그래도 서로 의지하여 길을 찾고 터주는 주민들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

때로는 민민 갈등으로 인해 상처를 입기도 했고 앞서가는 것에 대한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주민의 힘을 믿고 마을에서 행복해지자고 다짐했다. 이제 자치는 시대정신이고 대세라고 봤을 때, 곳곳에 보고 배우고 따라 갈 사례가 많아져야 하는데 아직은 부족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주민자치박람회를 통해 전국에 이름을 알렸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를 찾고 연대하는데 최선을 다해 집중했다. 격식 없는 주민자치위원회와 직능단체, 20여 주민모임이 협의회를 만들어 지난해 6억 원 가까운 예산을 집행했고 외국에도 소개될 만큼 역량이 커졌다. 네트워크로 강하게 결합하고 역할을 나누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지역 활성화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졌다.

마을 안에 두 개 공동체가 행정안전부에서 지정하는 마을기업이 되었고 경기 행복마을관리소 등 100개가 넘는 일자리도 만들어냈다. 협의회는 그 자체로, 주민자치회 시스템을 구현해냈고 자원순환, 공유경제에서도 많은 주민들과 모임들이 참여하여 100인 원탁 토론과 지역 자원을 활용하는 변화도 만들어내고 있다.

지역 활성화의 취지는 주민자치와 마을 공동체가 조화를 이루어 어떻게 지역을 활성화시키고 성과를 내는지 평가하는 것인 만큼 일동의 사례는 평가할 만 하다. 이제 또 평가를 받는 자리에 섰다. 기준이 무엇인지, 어떻게 평가할지는 알 수 없으나 숲을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번 자리에 올랐으니 기회를 골고루 나누자는 것은 N분의 1이다. 이는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고 전진을 방해하는 독배(毒杯)라는 것을 직시하고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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