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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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뉴스
  • 승인 2019.10.2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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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대한민국의 경제규모는 커지고 국가 예산도 해마다 가파르게 늘어나는데 아이러니하게 국민의 삶의 질은 갈수록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를 쓰고 재산을 늘리는 것도, 학벌을 쌓는 것도, 개천의 용이 되고 싶은 것도 궁극적인 목적은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것이리라. 성장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수단이라고 하는데 성장만 하면 행복이 완성되는 것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과 명예를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요즘 부쩍, 교수가 논문을 표절하고 학벌을 속이며, 경제인이 분식회계 등 불법을 밥 먹듯이 하고, 사랑과 자비를 이야기해야 할 종교인이 저주를 입에 달고 사는 뉴스가 자주 보도된다. 여기에 더해 가짜뉴스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와 진실을 가리고 악플이라 불리는 악성 댓글들이 꽃다운 목숨들을 사지로 몰아넣는다.

하루도 조용히 지나갈 날이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니 중용의 지혜가 필요하다. 요즘처럼 진보와 보수가 첨예하게 충돌한 적이 언제 있었나 싶을 정도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분배와 성장 사이에 선을 그어 놓고 이념과 사상을 덧칠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모습에 국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고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불신이 팽배해졌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줘야 하는데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현실에 대해 분노하는 분위기가 심상찮다. 여간해서 삶의 질이 나아지기 힘든 광풍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할 자리가 없고 보릿고개를 지나온 과거에는 가난을 벗어나는 것이 지상목표였지만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하니 민주화 요구가 들불처럼 일어났고 눈에 보이는 이념적 갈등 외에도 빈부 격차 등 사회적 갈등이 커졌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상생의 해법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얼마 전, 아이들 등하굣길에서 벌어진 집단이기주의의 모습을 뉴스로 본 적이 있다. 학교 가는 길 중간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여 통행을 막은 아파트 이야기다. 길을 막은 주민들은 자신들의 땅을 무단으로 지나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고 시끄럽고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는 이유를 들어 길을 막는 것이 정당한 행동이라고 강변했다.

그런데 그 길이 막히면 아이들은 한참을 돌아서 등하교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어른들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놀라웠던 것은 그 길로 가면 학교가 코앞인데 길을 막아 먼 길을 돌아서 가야 한다고 토로하는 아이의 인터뷰였다.

“아니꼽고 치사해서 가라고 해도 안 간다”고 화를 내며 말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러웠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한숨이 나왔다. 이런 님비현상이 전국에서 갈등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행정과 민의 갈등, 민민 갈등이 길을 가로 막아 삶의 질을 하락시키는데도 해결사례가 별로 없다. 문명대충돌이란 말이 있다. 동서양처럼 각기 다른 환경에서 문명을 발전시킨 인류가 어느 순간에 만났을 때, 힘을 과시하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고 제압하는 과정의 충돌이다. 총을 들고 대포를 가진 세력에 창, 화살을 가진 세력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렇듯 국가 간의 갈등은 전쟁이라는 방식으로 표출됐다.

그렇게 식민지를 삼고 인권을 유린해도 강한 자들이 만드는 역사에 약한 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무기만 안 들었지 우리나라의 지역 간 갈등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엄중하다. 1960~70년대 군사정권은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 지역 간의 분열을 조장하고 대결을 유도했다. 좁은 땅덩이에 갈등이 그칠 날이 없었고 특정 지역 사람들이 권력을 독점하면서 응어리가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불행한 시대를 살았고 아직도 끝내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마을에서 포용하는 마음을 가진 이웃들이 만나면 마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야기하려 한다. 포용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신뢰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편안하고 따뜻하며 저절로 칭찬하고픈 마음이 생긴다. 갈등을 이겨내는 마을의 사례들이 확장되어야 하고 일동의 사례도 한 페이지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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