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예술단 처우개선이 예술도시 지름길이죠”
“시립예술단 처우개선이 예술도시 지름길이죠”
  • 여종승 기자
  • 승인 2019.10.30 10:28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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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민주노총 전국운수공공노조 안산시립예술단지회장

주요 프로필

-1972년생

-안산시립합창단 베이스 파트장 수석(현)

-해방교회 가브리엘 성가대 지휘자(현)

-팝페라그룹 ‘트루바’ 베이스 맴버(현)

-매니아 합창단 부지휘자(전)

창단 24년째로 접어든 안산시립예술단이 지난 6월 노조조합을 창립했다. 안산시립예술단의 노조 설립은 지난해 11월 시립국악단이 일본공연을 다녀오면서부터 촉발됐다.

시립국악단의 일본 공연 당시 시의회 정종길 문화복지위원장의 동행 때 갑질 논란으로 단원들에게 자극을 줬다.

시립예술단은 6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민주노총 전국운수공공노조 안산시립예술단지회를 설립했다.

시립예술단 노조는 설립 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정종길 시의회 문복위원장 갑질에 대한 사과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의 의견을 의회에 전달하며 수면위로 떠올랐다.

시립예술단 노조는 안산시민사회연대와 1인 릴레이시위를 벌이며 정종길 문복위원장이 사임하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민노총 전국운수공공노조 안산시립예술단지회를 이끌고 있는 김정범(45) 초대지회장을 만나 현장 인터뷰했다.

-안산시립합창단에 언제 입단했나.

“안산시립합창단이 1995년 4월 창단됐다. 저는 1997년 대학교 4학년 재학 당시 비상임단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정식 시립합창단원은 1998년 1월 오디션을 통해서다. 개인적인 일을 위해 2003년 7개월여 정도 합창단을 떠났다가 다시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오디션을 통해 재입단했다.”

-안산시립합창단과 국악단이 창단된 지 24년여 정도 됐다.

“안산시립합창단은 풀뿌리 민주주의가 시작된 1년여가 지나면서 박신화 상임지휘자를 중심으로 1995년 4월에 창단됐다.

창단 8년 차로 접어들면서 세계 합창 심포지움에 참가해 국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시립국악단은 시립합창단 창단 이듬해인 1996년 10월 창단됐다. 기초 자치단체 중에서 합창단과 국악단 동시 창단은 찾기 힘들 것이다. 현재 시립합창단과 시립국악단을 합쳐 시립예술단으로 부르고 있다.”

-시립예술단 노조를 설립하는데 어려움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노조 설립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안산시의회 정종길 당시 문화복지위원장이 시립국악단원 수석과 차석들을 모아 놓고 노조 만들면 공무원들이 힘들다.

정 위원장이 단원 개별 접촉을 통해 ‘노조 주동자가 누구냐, 가만두지 않겠다.’, ‘자신에게 해를 가한 단원들에게 00을 꽂겠다.’는 등의 말을 서슴지 않았다. 노조 설립을 하면서 매우 힘들었다.”

-시립예술단이 민주노총 전국운수공공노조에 속한 이유는.

“전국의 대부분 예술단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에 가입돼 있다. 수도권의 수원, 성남, 부천, 안양 예술단들도 전국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해 있다. 노조 설립 자체가 처음이므로 경험이 많은 타 노조에게 자문을 구하기 위해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안산시립예술단지회 노조원들의 권익을 위해서다.”

-안산시립예술단의 노조 설립 목적은 무엇인가.

“주변 도시 예술단에 비해 명성은 높았지만 임금 등의 처우가 좋지 않았다. 시립국악단의 시의원 갑질 논란과 시립국악단과 시립합창단의 임금 등 처우개선이 맞물리면서 노조를 설립하게 됐다.

시립국악단은 금년 6월 17일 창립됐고 시립합창단은 6월 26일 창립됐다. 시립국악단이 먼저 창립한 뒤 시립합창단이 뒤이어 창립했다. 노조 설립 목적은 시립예술단원들의 처우개선이다.”

-시립예술단 노조위원장을 맡게 된 동기는.

“시립예술단은 창단 24년이 되도록 노조가 없었다. 예술단이라는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조업이 아니고 ‘문화예술’ 분야라는 고유의 특성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시립합창단원 가운데 선배 측에 속한다. 단원들의 선출에 의해서 지회장을 맡게 됐다. 시립예술단원들의 처우와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예술단원들이 창단 연수에 걸 맞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 이제는 희생을 강요하는 시대가 아니다.”

-시립예술단의 현재 노조 가입 회원은 몇 명인지.

“시립예술단원이 총 90명이다. 그 중에서 시립국악단 42명과 시립합창단 42명 등 총 84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시립예술단원의 노조가입률이 93%를 넘는다. 경이로운 숫자다. 그만큼 시립단원들이 처우개선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는 얘기다.”

-시립예술단지회 노조설립 후 근무 환경이 바뀌었나.

“그동안 시립국악단의 합주나 시립합창단의 합창은 관행적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연습해왔다.

휴식시간 없이 연습이 끝나면 개인별로 연습하는 시간을 가져왔다. 한마디로 개인연습시간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노조 설립 후 개인훈련이 중요한 예술단의 특성을 무시하고 조례상 정해진 기준으로 바뀌었다.

안산시가 조례대로 원칙을 요구해서 현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연습하고 있다. 시립예술단원들은 처우개선을 위해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립예술단지회와 안산시가 현재 단체협상을 진행 중이다. 근로기준법에 의거한 근무환경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안산시가 아직 가동은 안하고 있지만 지문인식 출근시스템도 도입했다. 연주나 공연이 있는 날에도 연습실로 복귀해서 나머지 시간을 채우고 퇴근하라고 통보받았다.”

-안산시가 시립예술단원들의 노동을 탄압했다고 주장했는데.

“시립국악단이 지난 6월 17일 노조를 먼저 창립했다. 노조 설립 후 근무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였는데 19일부터 조례상의 오후 3시로 곧바로 변경했다.

시립합창단은 그 이후 6월 26일 창립하자마자 이튿날 27일부터 역시 근무시간을 변경했다.

같은 시립예술단인데 국악단과 합창단 근무시간을 다르게 바꾼 행태는 노조 설립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퇴근을 기록하기 위한 지문인식기를 곧바로 설치한 것도 문제다. 시립예술단원들의 신체 인식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설치부터 했다. 절차를 무시한 처사 아닌가.”

-시립예술단 노조 설립 후 정종길 시의회 당시 문화복지위원장의 노조탄압과 시립국악단 여성단원에게 갑질 행위를 의회에 문제 제기했다.

“외부에 드러날 경우 사회적으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노조입장에서도 괴로움이 컸다.

하지만 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정종길 당시 위원장의 갑질을 저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정 전 위원장 갑질은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나열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심했다. 이미 언론에 많이 보도된 만큼 재론하고 싶지 않다.”

-정종길 전 위원장에 대한 문제 제기 후 의회의 입장을 전달받았는지.

“문서로 공식 답변은 오지 않았다. 송바우나 의회 운영위원장과 김동규 의장이 면담을 요청해 지회장과 권새별 사무장이 함께 만났다.

송 위원장에게는 당시 사실여부 확인 후 ‘의회 차원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만 전달받았다. 이후 시립예술단지회와 안산시민사회연대가 합동 기자회견 준비에 들어가자 김동규 의장이 면담을 요청해서 만났다.

김 의장이 당시 정종길 문화복지위원장이 위원장직을 사임하고 타 상임위로 옮기는 한편 본회의 공개사과를 요청할 테니 기자회견을 하지 말아 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21일 저녁 정종길 위원장직 사퇴 수리 소식을 알려왔다. 시의회 본회의 모두발언에서 시의장이 사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시립예술단지회 노조활동에 안산시민사회연대가 합류했다.

“의회에 정종길 당시 위원장의 갑질 내용이 접수된 후 언론에 기사가 나오면서 시민사회연대가 알고 힘을 보태겠다고 연락이 왔다.

시립예술단지회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할 따름이다. 현재보다 발전한 수준 높은 공연으로 시민에게 보답하고 싶다.”

-시립예술단지회와 안산시민사회연대가 정종길 전 위원장의 공개사과와 의원직 사퇴를 주장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시립예술단이 노조를 설립하고 의회에 정종길 당시 문화복지위원장의 위원장직 사퇴와 본인 사과, 타 상임위로의 옮기는 세 가지를 요청했다.

세 가지 가운데 위원장직 사퇴만 수용됐고 본인 사과와 상임위 옮기는 문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지난 23일부터 시립예술단지회와 안산시민사회연대가 의회 앞에서 정종길 전 위원장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에 들어갔다.

오는 31일까지 1인 릴레이 시위를 계속하고 의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을 지켜본 후 계속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다.”

-시립예술단 노조설립이 공연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는 여론도 있다.

“그렇지 않다. 노조활동과 공연의 질은 상관이 없다. 앞으로의 일을 장담할 수 없지만 현재 상황으로 봐서 연습거부나 공연파업은 없을 것으로 본다.

그 때문에 공연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이유가 없다. 단체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될 경우 쟁위에 들어갈 이유가 없기 때문에 공연서비스 하락은 기우에 불과하다.

노조 설립 후 현재까지 연습이나 공연거부를 한 적이 없고 연습을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시립예술단이 안산시에 바라는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단체협상이 현재 진행 중이다. 시립예술단원들의 여가문제를 비롯 연습실 부족문제, 근무시간 이후의 제대로 된 연습실 환경을 만들고 싶다.

임금개선도 시급한 현안이다. 타 시립예술단에 걸 맞는 수준의 임금이 책정되도록 협상을 추진해 나가겠다.

조례상 책임자만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일반 단원은 겸직불허다. 시립예술단원들이 종일 근무도 아니고 임금을 제대로 받는 것도 아닌데 어쩌란 것인지 모르겠다. 단협 결과가 나오는 대로 조례 개정에도 힘쓰겠다.”

-시립예술단 노조의 앞으로 계획은.

“민노총 전국운수공공노조 안산시립예술단지회가 설립된 지 얼마 안됐다. 이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할 일이 많다.

안산시립합창단과 시립국악단원들의 자긍심이 크다. 단원들이 시립예술단의 명성에 걸 맞는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우선 단체협상이 잘 이뤄지고 국악단과 합창단이 공연을 현재보다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여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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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건하루 2019-10-30 23:13:08
힘내세요~응원합니다~화이팅!

김진영 2019-10-31 08:15:18
안산시립 화이팅!

화이팅 2019-10-31 09:27:33
안산시립예술단 화이팅!!

늘 처음처럼 2019-10-31 10:21:57
안산 예술단의 발전을 위해 애쓰시네요~
힘내세요. 늘 지켜보고 응원합니다~^^

김미숙 2019-10-31 13:09:19
노조 설립하신것 축하드립니다. 참 잘하셨네요. 더 나은 환경과 질 높은 공연을 위해 소리내어 주시니 시립예술단에게 감사드립니다.

갑질쟁이에 위기만 모면하고자 잘못에 대한 사과를 회피하는 시의원은 우리 시에서 아웃시켜야죠!

시립예술단 소식에 시민사회도 연대한다고 하니 고맙고 다행입니다. 시립예술단 여러분 힘내시고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