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누리과정 유감
개정누리과정 유감
  • 안산뉴스
  • 승인 2019.10.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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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하 안산대학교 교수

개정누리과정이 지난 7월 19일 확정, 발표되었습니다. 교육부 위탁으로 육아정책연구소가 2018년 6월부터 누리과정 개정 정책연구를 수행한지 약 1년 만입니다. 누리과정 개정에 대한 논의는 2017년 5월, 새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발표된 국정과제 중 ‘교실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의 세부과제로 제시된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 개편을 위해 유아와 초등학생의 적정학습시간 및 휴식시간 보장’을 위한 법제화가 제안되며 시작됐습니다. 교육부는 그해 12월 ‘유아가 중심이 되고 놀이가 살아나는 유아 중심, 놀이중심의 교육과정 혁신’을 골자로 하는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했고 이것이 누리과정 개정논의로 이어졌습니다.

국책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는 누리과정 개정을 위한 연구진을 구성하고 2018년 7월 5일부터 8월 20일 사이 총 5차례의 전체 회의를 거치고 8월 23일 서울권 유아교사 24인, 30일 부산권 유아교사 36인으로 이루어진 2차례의 교사간담회를 통해 현장 의견을 수렴한 후, 8월 30-31일 1차 연구진 워크숍을 통해 영역별 누리과정 개정 초안을 작성했습니다. 7월 5일 1차 회의가 시작되고 두 달이 채 안 되어 개정 초안이 나온 셈입니다.

초안이 나온 1주일 뒤, 9월 7일 7차 전체 회의에서 영역별 누리과정 개정초안을 검토하고 9월 14일 대전권 유아교사 41인의 추가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여 9월 28-29일 2차 연구진 워크숍에서 영역별 누리과정 개정초안을 수정한 후, 10월 7일 8차 전체회의를 통해 영역별 누리과정 조정안을 검토합니다. 그리고 11월 2일과 23일 이루어진 2회의 자문회의를 거쳐 11월 29일 누리과정 개정 연구 중간보고가 진행됐습니다. 초안이 작성된 후, 1회의 간담회, 2회의 자문회의로 세 달 만에 개정누리과정 중간보고가 완료되었습니다.

이후 12월 14일과 21일 서울과 광주에서 개정누리과정 토론회가 진행되었고, 2차 토론회 당일부터 진행된 1박2일 연구진 워크숍에서 토론회 의견을 반영한 보고서가 작성되었습니다. 2019년 1월 14일 10차 전체회의에서 작성된 보고서를 검토하여 2월 27일 누리과정 개정 연구 최종 보고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2018년 7월 첫 회의부터 2019년 2월까지 8개월만에 만 3세부터 만 5세아가 교육받을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최종보고서가 작성됐습니다.

이후 2019년 5월 16일의 개정누리과정안 공청회를 진행하고 7월 19일 12페이지 분량의 고시문을 통해 ‘2019 개정 누리과정’이 확정, 발표됐습니다.

9월 27일과 28일, 10월 4일과 5일에는 개정누리과정 현장 적용을 위해 전국 대학 유아교육 관련 학과 교수 400명을 대상으로 8시간짜리 ‘개정누리과정 강사요원연수’가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11월부터 지역의 유치원, 어린이집 교사들을 대상으로 역시 8시간짜리 개정누리과정 연수가 시작됩니다.

경기지역은 500-800명, 심지어 서울지역은 1000여명의 교사들이 한번에 연수를 받게 됩니다. 8시간, 한 번에 몇백명을 대상으로 한 집단연수가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개정누리과정에 대한 교사의 이해를 돕는 연수로 제 역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지점입니다.

개정누리과정의 가장 큰 변화는 유아의 자유놀이를 확장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교사 주도적 계획안 대신 유아놀이를 관찰하여 교육적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는 관찰 기록에 초점을 두도록 하는 것입니다.

추후 놀이 사례집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현재까지는 13권으로 이루어진 기존 누리과정 지침서가 12페이지짜리 개정누리과정 고시문 하나로 대체된 상황입니다. 현장 교사들에게는 큰 변화일 수밖에 없고, 계획안 중심의 예비유아교사교육을 받은 내년 2월 졸업생들에게는 준비과정이 한참 부족한 급작스런 변화이기도 합니다.

개정누리과정의 철학과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12페이지짜리 고시문과 8시간의 연수를 통해 현장에 적용하겠다는 생각은 무모하다 못해 무책임합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폐기된 낡은 표어지만 교육과정이 몇 개월 만에 준비되어 현장에 던져놓듯 투입되는 상황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부모, 교사, 교육지원청, 육아종합지원센터, 육아정책연구소, 유아교육진흥원, 유치원, 어린이집, 그리고 대학 등 유아교육과 관련된 이들은 어떤 경계도 없이 개정누리과정이 충분한 시간을 통해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부는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체계적 준비를 통해 현장 적용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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