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력2
포용력2
  • 안산뉴스
  • 승인 2019.10.3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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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포용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너그럽게 감싸주거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사람 사는 곳에서 갈등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것인데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강대강(强對强)으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마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 따로, 참여는 하지 않으면서 뭘 해도 못마땅한 사람 따로, 관망의 자세로 섞이지 못하는 사람 따로. 직장이나 종교 등의 구속력이나 신념에 기인한 체계가 있는 조직과는 달리 느슨하고 전문적이지 않다. 길 건너에 쓰레기가 수북해도 가져다 버리면서, 내 집 앞에 쓰레기가 놓이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하는 이기적인 행동도 흔하다.

전국에 3,500여개의 읍면동이 있고 그 안에 직능단체를 비롯한 많은 단체들이 있다 보니 갈등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년 10월 주민자치위원에 위촉되어 첫 회의에 참석했을 때의 분위기를 떠올려본다. 서로 편이 갈라져 안건마다 삿대질을 하고 고성이 오가는 상황에 인사말을 하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재능 나눔으로 행정복지센터에 성악교실을 개설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런데 황당한 반응이 나왔다. 꿍꿍이가 뭐냐? 유료로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무료로 하는 것은 사례가 없고 나쁜 선례가 될 거라는 등 초면에 험악한 말들을 쏟아내 기가 눌렸다. 이래서 주민자치위원회를 마을의 빅 마우스라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가로 막고 못 지나가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지난 칼럼 인터뷰의 아이가 말한 느낌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필자는 포기하지 않고 매달 회의 때마다 제안서를 내고 위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6개월 동안 7번의 제안서를 고쳐 쓰고서야 조건부로 강의를 개설하게 되었는데 조건이 독특하다. ‘강의 하다가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져라.’ ‘수강생의 불만이 접수되면 폐강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유료로 전환하라’ 등이다.

우여곡절 끝에 성악교실을 열고 보니 이것이 씨앗이 되어 풍성한 결실이 맺히기 시작했다. 개설 후 얼마 지나지 않아 100명 넘는 주민들이 등록을 했고 매 주 5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반응이 좋아 얼마 후 동요교실도 개설했고 중학교 자율학기 수업도 진행하게 되었으며 우리동네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도 3년 넘게 노래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1년 내내 연습한 결과, 8세부터 87세까지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모여 3년 동안 일동패밀리 100인합창단의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어냈다.

성악교실에 나오시는 분들은, 마을을 위해 할 일을 찾고 고민하시며 마을 축제, 자원순환, 공유경제 등 꼭 필요한 자리에 모이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마을의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계신다. 언젠가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신은 씨앗입니까? 거름입니까? 열매입니까?’ 필자는 거름이 되고 싶다고 했다. 잘 성장하도록 도움을 주고 기름지게 하는 영양분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이는 씨앗이 되어 썩어지는 희생으로 싹을 틔우고 또 어떤 이는 풍성한 결실을 맺어 골고루 나누어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일을 만들어 내고, 조화롭게 잘 진행 되도록 하며 화합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다양한 목소리가 만나는 마을에서 서로 다른 색깔들이 무지개처럼 화려하게 어우러질지, 자신의 목소리만 커져 불협화음을 낼지는 선택하기에 달렸다. 필자가 마을에서 갈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선임 주민자치위원장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마을을 떠나지 않을 거면 ‘섬기고 포용하라’는 것이다.

작은 동네에서 오다가다 만나야 할 텐데 인상 쓰고 피해 다녀서야 되겠냐는 것이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포용의 힘은 이웃의 마음을 움직이고, 마을의 든든한 자원이 되어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그렇게 하나 둘 상대를 배려하고 너그럽게 감싸주는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일이 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모이게 된다. 다음에는 포용의 힘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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