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력3
포용력3
  • 안산뉴스
  • 승인 2019.11.0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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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에서 시작해 밑그림을 그리고 연결하다 보면 디자인이 되고 그림이 그려진다. 작가의 의도를 잘 이해하면 재미있기도 하고 배우고 싶은 의욕이 생기기도 한다. 일을 할 때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즐기는 사람은 더더욱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여기에 착안하여 일동은, 재미있고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수다모임 등 즐겁게 모이는데 집중했다. 지속적으로 사람을 찾는 일에 열중하고 연결하는 일에 힘쓰다 보니 사람이 없어서 일을 못하는 경우는 없게 되었다.

다른 마을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가장 힘든 부분이 사람 모으기라고 하는데 사람이 안 모아진다는 것은 즐겁게 모이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모이면 에너지가 생기고 활력이 넘쳐 뭐든지 할 수 있다.

그렇게 잘 모여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다보니 마을에 들어서는 공간에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결정하는 디자인대학을 개설하게 되었고 체육문화센터 건립, 일동공원 재생사업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도 만들어내게 되었다. 주민과 행정, 전문가, 중간지원조직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니 당초 예정된 계획보다 예산이 2.5배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 해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도 얻게 되었다.

과거, ()이 주도하는 사업에 주민이 참여할 기회가 없었다. 관공서를 짓는데 주민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주민의 참여가 미약하고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역량이 향상되고 전문화 되어 수평적인 소통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반영하는 좋은 사례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주민의 참여로 길을 찾고 제도를 만드는 자치의 시대가 될 것이다.

디자인대학을 통해 주민의 역량이 모아지고 성과를 냈듯이 디자인은 앞으로 특정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영역을 넓혀 활용될 것이고, 특정한 장르 안에서의 역할 뿐 아니라 민관의 거버넌스(협치)의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근래에 주목받고 있는 글로벌 이슈 중에 포용디자인(Inclusive Design)이란 것이 있다. 포용의 의미처럼 한사람도 소외되지 않고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발맞추어 정부에서도 국민 모두가 풍요롭게 사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구체적 추진을 위한 전략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혁신적인 포용국가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체계적인 디자인을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름답고 실용적인 것에 몰두하던 시대를 지나 가치 있는 디자인, 연결과 소통을 고민하는 디자인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는 공동체와도 닮아 있다. 과거의 분열과 반목, 대립의 시대를 마감하고 우리가 살아갈 미래의 대안으로서 포용이 절실하다.

다시 마을로 돌아와 보자. 삶터인 마을을 디자인하기 위해 모이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행정이나 전문가와 격식 없는 토론을 거쳐 성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일에 치여 지치기도 했고 관계에서 힘든 일들도 있었지만 인내하고 협력하는 과정에 포용하는 내공도 생겼다.

지난 칼럼에서, 포용은 상대방을 너그럽게 감싸주거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는데 마을에서의 포용은 거기에 더해 기다림도 있어야 한다. 눈높이가 맞을 때까지, 보폭을 맞출 때까지,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이제 일동은 주민자치위원회를 마감하고 주민자치회 시범동에 선정되었다. 행정의 보조 역할을 하던 것에 머무르지 않고 마을 일을 계획하고 마을 총회까지 스스로 해야 한다. 결정되는 과정에 여러 이야기들이 있었다. 자치하는 주민의 역량에 한참 못 미치는 조례에 대한 불만으로 참여하지 말자는 의견과 그래도 참여하자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시장 직권으로 선정된 일동과는 달리, 나머지를 놓고 추첨하겠다는 선정 방식 때문에 참여하지 않은 동이 대부분일 만큼 시작부터 어수선하고 안개속이다. 새로운 길을 가게 되는 구성원들은 부디 포용력을 발휘하여 서로를 밀고 끌어 주민자치회가 안착하도록 힘써주기를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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