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온의 눈물, 세월호의 눈물
기브온의 눈물, 세월호의 눈물
  • 안산뉴스
  • 승인 2019.11.0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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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석 안산시독서동아리네트워크 회장

구약 성경 사무엘서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다윗 시대에 세 해 동안이나 흉년이 들게 된다. 이에 다윗은 하나님께 흉년의 원인을 물어보게 되고 하나님은 다윗의 선대 왕이던 사울과 그의 집안이 기브온 사람들을 죽였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신다.

원래 이스라엘은 가나안 정복 당시 기브온 사람들과 그들의 생명은 해하지 않겠다는 약조를 맺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사울은 그 약속을 어기고 기브온 사람들을 학살했던 것이다. 이에 다윗이 기브온 사람들을 불러 그들의 눈물을 어떻게 씻어주어야 할지를 묻자 기브온 사람들은 사울의 자손 가운데 일곱 명을 처형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에 다윗은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사울의 자손을 처형하게 되고, 하나님은 이스라엘에 내렸던 흉년을 거두게 된다.

지난달 31일 사회적 참사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에 대한 중간발표를 하면서 희생자 구조를 위해 현장에 투입된 헬기를 해경 등 현장 지휘관들이 이용했다고 주장하였다.

즉, 4.16 참사 당일 해경이 맥박이 뛰는 학생을 발견했으나 환자 이송용 헬기가 있었음에도 서해 청장과 해경청장이 타고 떠나는 바람에 학생은 배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결국 도중에 숨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희생자가 발견되었을 당시 원격의료 시스템을 통해 전달된 희생자의 산소포화도 수치는 69%로 즉시 헬기로 병원에 이송되었어야 했다. 그런데 희생자는 배만 3번을 갈아타며 장장 4시간 41분 뒤에야 병원으로 이송된 것이다.

헬기를 탔더라면 20여 분만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이는 적절한 응급조치만 취했더라면 살릴 수 있던 목숨이었는데 그 기회를 박탈당해 결국 죽었다는 이야기이다. 한마디로 해경은 살릴 수도 있는 생명을 고의로 죽인 셈이다. 정말 천인공노할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온 국민의 마음에 엄청난 상처를 남겨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일임이 이번 발표로 다시 한 번 증명되었다.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고 그 일에 책임진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리고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사항들이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은 세월호에 대해 이제는 지긋지긋하다며 그만하자고 한다. 또 어떤 이들은 그 정도 보상을 받았으면 되었지 얼마나 더 받아먹으려고 그렇게 시체 장사를 하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어떤 이들은 어차피 살아 돌아오지 못할 이들이니 인제 그만 마음에 묻고 일상으로 돌아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들의 말대로 세월호에 대한 논의는 이제 그만 끝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고 아무도 처벌받지 않은 상태로 끝내서는 안 된다.

세월호에 대한 논의를 끝내는 것은 그 모든 것이 이루어진 다음이어야만 한다. 만일 사고 원인과 희생자들의 원통함이 풀리지 않은 채로 세월호에 대한 논의가 우리의 무관심 속에 망각 속으로 가라앉아 버린다면, 기브온 사람들의 통곡으로 이스라엘에 3년의 흉년이 닥친 것과 같이 우리의 삶에는 또 다른 재앙이 닥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씨랜드와 대구 지하철 화재로 수많은 아이와 시민이 희생당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들 이후 그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과 합당한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진 적이 없었고, 당연히 안전망 구축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러고 나서 또다시 세월호 참사가 우리를 덮친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어영부영 넘어가게 되면 우리는 어느 순간 또 다른 비극을 맛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세월호에 대한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단순히 희생자와 유가족의 원통함을 풀어주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한 평형수를 채우는 일이기도 하다.

기브온 사람들의 원통함이 풀어졌을 때 흉년이 가신 것처럼 세월호의 사고 원인은 밝혀져야 하고 그 죗값은 치러져야 한다. 그것을 방치하는 것은 우리의 죄이며 그 죄는 우리에게, 아니면 우리의 자녀들한테라도 반드시 그 값을 물을 것이다. 이는 우리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부디 세월호의 죗값을 우리 자녀들에게까지 넘기지 말자. 그것은 우리가 반드시 해결하고 우리가 계산해야 할 죗값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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