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문화상품으로 단원콘텐츠를 키우겠다”
“대표 문화상품으로 단원콘텐츠를 키우겠다”
  • 여종승 기자
  • 승인 2019.11.06 1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정희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

그동안 황무지였던 지역문화예술 발전에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 이후 재단법인 안산문화재단이 설립되면서 극대화되고 있는 추세다.

올해로 안산예당 개관 15주년을 맞았다. 그 중심에 백정희(65)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있다. 백 대표는 민선7기 윤화섭 시장 취임 이후 부임해 재단의 조직변화는 물론 단원미술관 정체성 확립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안산이 ‘단원콘텐츠’ 하나로 세계적인 도시 반열에 오를 수 있다며 단원 김홍도를 대한민국 대표 문화상품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백정희 대표를 인터뷰했다.

<주요 프로필>

-1954년 서울 출생

-한양대학교 무용예술학과 교수(전)

-최현춤원보존회 회장(전)

-한국무용과학회장협회 회장(전)

-(사)한국문화콘텐츠산업협회 무용분과위원장(전)

-한양대학교 문화재연구소장(전)

-한국춤협회 부이사장(전)

-한국무용협회 상임이사(현)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의 2년 임기 중 1년 2개월이 지났다. 소감은.

“모든 사물이 다 그렇겠지만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것이 다른 점이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미소가 절로 나오는 일도 있고 반대로 탄식과 아쉬움으로 남은 면도 있다. 하지만 모든 관계와 일들을 하나하나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며 가고 있다.”

-대학 강의할 때와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문화재단 대표로서 느낀 차이점은.

“닮은 점도 다른 점도 있다. 예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후학을 길러내는 일이나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점은 닮았다. 하지만 문화재단 대표는 아주 작은 사소한 것부터 매우 중대한 일까지 들여다보고 결정해야 하는 자리로 느껴진다.

문화예술은 특성상 변화나 결과가 빨리 나오는 분야가 아니다. 농부의 마음으로 우직하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을 질 좋은 공연으로 채우겠다고 했다.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나.

“질 좋은 공연이란 무엇인지가 참 애매하지 않은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텐데. 나 혼자의 기준으로 정하기보다는 재단 사업담당자들과 함께 논의하는 것이 맞고 또 그렇게 해왔다. 그래도 무게를 좀 무겁게 두는 면이 있다면 순수 예술이 조금 더 무대에 많이 오를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도 질 좋은 공연이라 할 수 있겠지만 기본은 순수예술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특정 장르에 치우친 공연계 문화도 바꾸어야 한다. 생생 춤 페스티벌을 유치한 것이나 단원 콘텐츠에 기반한 댄싱 키즈를 기획한 것도 그런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예당 개관 15주년에 걸 맞는 조직변화로 재단의 내실을 다짐했는데.

“예술의전당이 올해로 개관 15주년을 맞았다. 수도권에 이 정도 규모의 공연전문극장이 있다는 것은 안산을 넘어 우리나라 공연문화 발전에도 기여한다고 봐야 한다.

안산문화재단은 극장을 운영해야 하는 막중한 업무로부터 출발했다. 어떻게 보면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극장이 있다는 것은 공연기획부서와 대관, 무대 전문가 등 상당한 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지역문화 활성화라는 과제는 뒤로 밀리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동안 정책기능을 강화하고 지역문화실 인력도 보강 중에 있다. 앞으로 더 들어가 지역의 문화예술인과 접촉면을 확장할 계획이다.”

-단원미술관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단원미술관이 1종 미술관 지정은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다. 전시 공간과 수장고 규모도 작은 편이고 아트숍이나 교육센터처럼 일상적인 관람객 유인 시설을 유치하기에도 어려운 실정이다. 단원미술관은 한 가지 테마에 집중하고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단원미술관 정체성은 김홍도로부터 찾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단원콘텐츠를 우리 것으로 할 수 있는 요소들이 이미 충분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단원 관련 콘텐츠를 다른 도시에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단원은 안산의 위대한 유산이다. 그것을 담는 그릇이 바로 단원미술관이 되어야 한다. 안산시도 단원 김홍도의 그림을 수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단원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단원 김홍도 진본전도 같은 맥락이다.”

-단원미술상 제정과 단원심포지엄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단원미술제는 현재 작품에 대한 시상보다는 작가에 주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단원미술상 역시 작가와 그 작가의 미래 예술에 대한 시상이라고 보면 된다.

몇몇 문제점도 있기는 하지만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 4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있었던 단원국제학술세미나는 단원 콘텐츠의 세계화를 위한 첫 행보로 봐주면 될 것 같다.

무관심 속에 저평가돼 있는 단원 김홍도를 재조명하고 세계의 어떤 화가와도 견주어도 되는 김홍도의 삶 자체가 현대에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안산은 단원 콘텐츠 하나로 세계적인 도시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믿는다.”

-단원미술제가 올해로 21년을 맞았다. 앞으로의 운영 계획은.

“미술제가 권위가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심사과정이 공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잘 해 왔지만 앞으로도 상의 권위를 위해서 심혈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다.

미술제가 현재는 시 위탁사업으로 열리고 있다. 실효성을 견주어 문화재단의 직접 사업이 낫다면 그렇게 추진할 용의도 있다. 재단 직원은 물론 미술계 분들과 잘 협의하며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

-단원 김홍도를 대한민국 대표 문화상품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단원 김홍도는 안산의 문화자산으로 지켜야 하고 미래 지식산업 영역에서도 충분한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홍도는 삶 자체가 콘텐츠 덩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원에게 체현되어 있는 수많은 요소들은 연극과 무용, 영화, 드라마, 게임에 이르기까지 많은 소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보물을 베고 누워서 자면서도 그게 보물인지도 모르는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다.

“변화는 늘 필요하다. 멈춰 있으면 탈이 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역설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거리극축제에 한마디씩 보탤 때는 축제 자체가 이미 정체성이 확고하다는 얘기다.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평가를 한다는 것은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가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다. 결국 거리극축제는 지금까지 쌓아올린 성과 위에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부분적 교체나 일부 보완과 같은 형태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축제감독도 두루뭉술하게 업무가 주어졌던 것을 개·폐막장 연출 등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업무를 명시해 채용했다. 거리극을 오랫동안 문화광장에서만 했는데 장소도 보다 효율적인 공간이 있다면 바꾸어 볼 계획이다.

거리극축제를 둘러 싼 여론에 대해 냉정히 돌아봐야 할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거리극을 둘러싼 수많은 이해관계들이 자칫 스스로의 이익 추구를 위해서만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모두가 사심 없이 공연예술과 지역 발전을 위해 여론을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산문화광장 활용을 넓히기 위해 준비하는 프로그램이 있나.

“개인적으로 광장은 본연의 역할이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떨 때는 개미 한 마리 지나가지 않아도 광장은 광장인 것이다. 반면에 어떤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입추의 여지조차 없어도 그 또한 광장이다.

광장에 대한 문화재단의 역할은 기본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광장에 대한 이미지를 잘 홍보하고 광장을 찾은 사람들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해주고 자잘한 볼거리를 배치하는 일들이 그런 것이다.

올해는 6회에 걸쳐 대학생 예비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공연을 하도록 문화광장 활성화 사업을 마련했다. 12월은 한 해 동안 열심히 달려 온 시민들을 위로하는 겨울축제를 연다.

빛을 소재로 따뜻한 위로와 사랑하는 마음이 물씬물씬 풍기도록 만들 계획이다. 이렇게 광장에 나가면 작지만 소중한, 요즘말로 득템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시민들에게 심어드리고 싶다.”

-재단이 제작극장으로써 제작공연의 유통 확장을 위한 창작플랫폼 역할을 다짐했다.

“안산문화재단이 제작극장을 표방하면서 다른 재단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작품을 제작하고 유통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제작극장을 유지한 투 트랙은 상주단체 지원과 창작희곡 공모전이다.

안산문화재단은 연극과 무용 두 단체를 상주시켜 창작활동을 지원했다. 창작희곡공모전은 당선작을 작품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재작년에 만들어진 전설의 리틀 농구단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서울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고 5개 도시 순회공연을 앞두고 있다.

올해는 안산예당 개관 15주년이기도 하고 단원 콘텐츠에 기반한 창작활동에 시동을 건다는 의미에서 ‘댄싱 키즈(Dancing Kids)’라는 무용공연을 선보였고 단원 뮤지컬도 제작하고 있다. 단원 김홍도와 정조대왕의 우정과 애민 사상이 밑바탕에 깔린 뮤지컬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공연시장은 상업적인 거대 유통구조 속에서 움직이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런 면에서 창작플랫폼이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같다. 건강한 문화예술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공공기관으로서 의미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지역의 문화예술단체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현재 수준의 지방분권 상황에서 지역의 문화예술 진흥을 추구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더욱 확실한 지방분권을 표방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사람이 있는 문화를 기치로 2030 문화비전을 제시했다. 정부는 지역문화진흥법 6조에 따라 2차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지역문화재단이 지역의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해도 근본적인 해결이 없으면 어렵다. 광역문화재단은 정부와 광역지자체에, 기초문화재단은 지방정부에 예산과 행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도 한정된 예산과 사업영역에서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토론할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많이 만나면 길이 보이지 않겠는가.”

-재단 대표이사 취임 후 ‘백정희표’를 하나만 꼽으라면.

“아직 잘 모르겠다. 굳이 말하자면 계속 진행 중인 안산문화재단이라는 점이다. 어디로 갈지 모른다. 저와 직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따라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 것이다. 그 선두에 묵묵히 달리는 백정희가 서겠다.”

-재단 대표이사 취임 이후의 성과와 향후 계획은.

“그동안의 성과는 현재진행형이고 향후 계획은 더 열심히 달리는 것이라고 얘기하면 될 것 같다. 거리극축제와 단원미술제, 극장 운영, 예술교육 등 여러 사업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성격상 개혁적 변화는 어렵다는 사실을 깊게 느꼈다. 현실에 맞게 속도와 내용을 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그 길에 수많은 좌충우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배를 만든 이유가 항구에 정박해 있기 위한 것은 아니듯이 파도를 넘어 망망대해로 나가야 한다.”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가치관과 좌우명은 무엇인가.

“예술가로서 또 대학교수와 예술행정가로서 옳은 것은 늘 주장하고 지키며 살아왔다. 옳은 일은 좀 투박하게 진행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면도 있다. 그래서 좀 세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치 있고 정의로운 일을 하겠다는 신념에는 변화가 없지만 이제 부드럽게 해볼 생각이다. 곡선으로 추구하는 정의 그리고 문화예술. 내 삶은 그렇게 이어질 것이다. 그 뿐이다.” <여종승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