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미래 발목잡는 ‘집세’(1)
청년의 미래 발목잡는 ‘집세’(1)
  • 안산뉴스
  • 승인 2019.11.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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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유진 안산새사회연대일:다 교육팀장

청년의 삶이 어렵고 앞으로도 계속 어려워질 것임을 읽을 수 있는 징후들은 너무나 많다. 3포-5포-N포… 청년들은 계속해서 인간적인 삶의 요소들을 포기하고 있고, 부모 세대보다 자신의 삶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이 한두 가지는 아니지만 그 중에 나를 가장 괴롭게 했던 문제는 ‘집’ 이었다.

직장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얼마 뒤,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을 떠나 자취를 하기로 결심했다. 출퇴근 시간이 길기도 했고, 어엿한 성인으로서 부모님 슬하에서 독립해서 홀로 생활을 꾸려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직장 근처에 부엌과 욕실이 딸린 자그마한 원룸을 계약했다. 보증금 1000에 월세 35만원. 관리비와 공과금을 더하면 한 달에 40만원이 훌쩍 넘는 돈이 방값으로 들어갔다.

월세를 내기 시작하자 삶은 그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다른 모든 지출은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었지만 월세는 달랐다. 어떤 일이 있어도 무조건 한 달에 40만원은 고정된 지출이었다. 그냥 월급이 40만원 줄어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차라리 편했다. 적금을 줄였고, 책을 사는 돈, 영화 보는 돈, 사람들과 차를 마시는 돈, 밥을 먹는 돈, 휴대폰 요금제도 줄였다.

여행을 가서 집에 안 있어도 월세는 그대로 내야 하는 게 아까워 휴가 때 여행도 가지 않게 되었다. 그저 잠자고 머물 공간이 필요했던 것뿐인데 생활비용이 높아지면서 삶의 풍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더 큰 좌절은 직장을 그만둔 다음에 왔다. 소득은 없어졌는데, 월세는 계속 나갔다. 모아둔 돈으로 감당할 수 있을 좀 더 싼 월셋방을 찾아보았지만 여의치 않았고, 전세는 훨씬 큰돈이 필요해 엄두를 낼 수 없었다.(무직 상태일 때는 대출도 받지 못하므로 전세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된다.) 꼬박꼬박 나가는 월세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자립하려던 시도를 실패하고 부모님 집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나마 나는 돌아갈 부모님 집이라도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어떨까. 같은 동네에 비슷한 조건으로 자취를 하던 동료가 있었다.(그는 나보다 보증금이 적어서 월세를 더 많이 내야 했다. 500에 40.) 동료는 직장을 관두고 새로운 공부를 해서 다른 길을 가려고 했지만, 역시나 매달, 월셋날은 돌아왔다.

모아둔 돈은 금방 바닥났다. 결국 그는 전환기를 충분히 갖지 못한 채 상황에 내몰려 ‘월세 벌이’를 위한 직장을 구해야 했다. ‘의식주’가 위협받으니 어떤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 새로운 분야에 대한 그의 배움은 중단됐다.

이외에도 청년들이 겪는 주거 문제는 심각하다. 먼 지역으로 진학한 대학생들은 소득도 없는데 비싼 등록금과 비싼 월세로 이중고를 겪는다. 자취하는 대학생의 경우 생활비의 절반 이상이 주거비용으로 나간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청년기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의 방향을 수립해나가는 시기다. 그런데 청년들이 부담해야 하는 높은 주거비용은 청년들의 삶의 가능성을 억압한다. 무시무시한 월세는 청년들이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게 발목 잡고, 청년들이 삶을 탐색하고 배움을 쌓는 데 써야 할 시간과 돈을 좀먹는다.

그저 잠자고 머무르기 위해서, 우리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2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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