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의 ‘일상’ 키워드를 주목하라”
“김홍도의 ‘일상’ 키워드를 주목하라”
  • 여종승 기자
  • 승인 2018.11.0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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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단원심포지움 안산예당에서 열려
정병모·진준현·권혜은 발제자로 참여
“안산이 조선후기 문화예술 중심지다”

“조선후기 문화예술 중심지로 부상했던 안산은 성호 이익과 표암 강세황, 단원 김홍도가 한 하늘 아래 같은 시대에 살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1일 열린 금년도 단원심포지움에서 정병모 경주대 교수가 한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원심포지움은 정병모 경주대 교수와 진준현 서울시·경기도 문화재위원, 권혜은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주제 발제를 한데 이어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3팀이 스토리개발 프리젠테이션을 가졌다.

박본수 경기도미술관 학예관과 이경화 서울대박물관 연구원, 이우석 안산문화원 팀장이 지정토론자로 참여했다. 백정희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날 인사말에서 “안산은 아름다움과 비전이 있는 도시다.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해보겠다. 김홍도의 흔적이 남아있는 있을까하는 의문들을 풀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첫 발제자로 나선 정병모 교수는 조선시대 안산의 예맥과 학맥을 주제로 이익, 강세황, 김홍도의 역사적 만남을 부제로 풀어나갔다. 정 교수는 “성호 이익, 표암 강세황, 단원 김홍도가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시기, 같은 지역인 안산에서 보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김홍도는 강세황의 제자이고 강세황은 이익의 사상적 제자다. 이익, 강세황, 김홍도가 동시대에 살고 동시대를 인식했다는 사실은 안산의 문화와 역사를 살피는데 매우 중요하다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2살 차이의 김홍도 아이와 강세황 아저씨, 이익 할아버지 세 사람의 만남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 교수는 주문했다. 정 교수는 “김홍도가 이룬 회화적 성취는 풍속화다. 강세황은 김홍도 풍속화의 특징으로 일상이란 키워드를 내세웠다. 김홍도가 풍속화를 통해 추구한 일상의 아름다움은 강세황의 실학적 사상과 무관하지 않다. 강세황은 이익이나 안산에 유행한 실학사상을 김홍도에게 전했고 김홍도는 풍속화를 통해 실현했다”고 분석했다.

진준현 문화재위원은 ‘김홍도가 자라난 도시 안산’을 주제로 발표했다. 진 위원은 강세황이 벼슬살이를 포기한 처지 때문에 안산과의 인연이 깊어졌고 단원 김홍도를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라고 밝혔다.

진 위원은 “단원 김홍도는 안산의 대표적 문화인물 3인 중 한 사람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안산시가 단원사업을 시작했고 구청 명칭도 사용하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아직까지 김홍도와 안산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고 전한다.

하지만 ‘단원아집첩’을 비롯 성호 이익의 조카이자 안산15학사에 속하는 당시 문단의 지도자 이용휴가 쓴 ‘대우암기’에 김홍도의 인품과 재능에 대한 평가가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강세황이 전하는 김홍도의 성품과 모습은 물론 김홍도의 초기 호 ‘서호(西湖)’는 안산에서 자랐기 때문에 생겨난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고 진 위원은 애기했다.

진 위원은 김홍도의 ‘어물장수’나 ‘행려풍속도 8폭병풍’, ‘어물행상’ 등의 풍속화의 소재에 바닷가풍경의 등장을 알 수 있다며 어린 시절 살았던 안산의 모습으로 생각된다고 발제했다. 최근(2013) 국립박물관에 입수돼 공개된 ‘균와아집도’도 김홍도가 19살 때까지 안산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중요한 사료라고 진 위원은 밝혔다.

권혜은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균와아집도와 안산의 서화가들’이란 주제의 발제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 2013년 흥미로운 회화 1점이 입수됐다. 나무 그늘 아래 모여 앉아 바둑을 두거나 거문고와 퉁소를 연주하고 있는 인물들이 그려진 ‘아집도’이다.

권 학예연구사는 ‘균와아집도’에 나오는 인물 중에서 표암 강세황과 김덕형, 심사정, 최북, 허필, 균와를 비롯 19살 때 김홍도가 등장하고 있고 있다며 강세황이 그린 ‘현정승집도’에 나오는 인물들과 중첩되는 점이 주목된다고 해석했다. 이 부분이 안산 지역과의 연고내지는 인연이 있을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전했다.

‘균와아집도’는 작품의 상태나 필치가 유려하지 않지만 작품이 갖는 화화사적인 의미는 적지 않다는 권 학예연구사는 무궁무진한 이야기 거리를 품고 있어 아직 규명되지 않은 추계와 균와가 누구인지, 균와라는 장소가 어디인지 등은 앞으로 밝혀져야 할 과제라고 숙제를 던졌다.

단원 김홍도의 주제발제에 이어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학생들이 ‘균와(조병한, 정다영, 박재희)’, ‘균와아집(윤태현, 윤요섭, 김은빈)’, ‘집으로 가는 길(김예진, 강범석, 송명선)’ 3팀의 단원콘텐츠 애니메이션 스토리 발표가 이뤄졌다.

단원콘텐츠 애니메이션 프리젠테이션 감상 후 박본수 경기도미술관 학예관은 단원이나 강세황의 서사성을 주제로 영화나 드라마로 가기 위해서는 지리적 위치와 사실고증이 중요하다. 예·학의 협력 시도 자체를 발전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정승집도’와 ‘균와아집도’를 합쳐서 콘텐츠 소재로 삼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안산문화재단과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가 협력해 향후 김홍도 관련 애니메이션을 만들 계획이다.

지정토론에서 박본수 경기도미술관 학예관은 김홍도 풍속화의 이론적인 뒷받침이 성호 이익이라는 주장은 이중적인 면이 보인다. 강세황은 교주적이고 김홍도는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내세웠다. 정병모 교수는 이에 대해 18세기는 이중적인 면이 보인다. 양면성이 있다고 응수했다.

이경화 서울대박물관 연구원은 강세황이 있어서 김홍도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천재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학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애니메이션)은 위험하다. 김홍도 화첩이 2013년 등장하면서 김홍도가 안산과 인연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진준현 위원은 얼마 전 김홍도의 새로운 화첩이 발견됐다. 화첩 발문에 김홍도가 낙성 한양인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그 문구를 근거로 얘기한 것이다. 증거가 될 수 없다. 김홍도가 그림을 그릴 때 서울에 살았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하지만 김홍도 출생지가 어디라는 확실한 기록이 없어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이우석 안산문화원 팀장은 ‘균와아집도’가 2013년 대중에게 알려졌다. 균와가 누구인지, 장소가 어디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균아’라는 호를 가진 사람이 한 사람 있다. 신현정의 고조부 신광익이다. ‘균아’는 신광익이 아닐까 생각한다.

권혜은 학예연구사는 ‘균와’의 신광익 가능성도 생각했지만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균와의 장소 자체도 안산이냐 아니냐 논란이다. 정병모 교수는 김홍도가 안산인이냐 아니냐를 놓고 두 갈래로 나뉘어 있지만 김홍도가 안산에서 화가로서의 기본을 배운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김홍도 그림에 안산의 풍경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김홍도 고향이 안산이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박본수 경기도미술관 학예관은 대부도에 어촌민속박물관이 있다. 김홍도 그림에 나오는 실경을 조사해보는 것도 향후 이뤄져야 할 과제라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여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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