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확립이 진정한 경쟁력
정체성 확립이 진정한 경쟁력
  • 안산뉴스
  • 승인 2019.11.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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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안산학연구원 학술연구센터 소장

정체성(identity)이란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일관되고 총체적인 느낌과 인지를 말하는데, 정신분석학자 에릭슨은 그 느낌과 인지는 자아 인식이나 타자 인식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정체성의 개념은 사람이나 지역에 별 차이 없이 적용된다. 개인의 자아정체성(ego identity)은 시·공간의 어떤 변화에서도 자신의 고유성, 독특성이 연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도시 정체성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역이 오랜 역사 속에서 그것만큼은 변함이 없다는 동일성, 타 도시와 다르다는 특이성, 그리고 그 무엇인가 뛰어나다는 우월적인 차별성이 그것이다. 그래서 흔히 표현하길 “그 사람답다, 그 도시답다”라고 말한다.

자아정체성 확립은 자신의 꿈이 무엇이며 어떻게 실현할지 기준을 제시하고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이겨낼 근성과 동력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나는 누구인가’라고 자문했을 때 명쾌하게 답하기란 쉽지 않다. 이것은 보통 청소년 사춘기에 신체적 변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찾아드는 질문인데 필자도 돌아보면 35살의 나이까지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아정체성이 형성돼야 세상에서 역할을 찾고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격, 취향, 관심, 능력, 가치관, 세계관, 미래관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인식하고 그 어떤 것에 대해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판단해 보면 내가 파란색인지 빨강색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발견된 자아정체성은 자석과 같은 힘이 있어 한 방향으로 이끌고 또 폭발력이 생긴다. 정체성의 속성 즉, 안정된 지속성과 고유성은 개인과 지역에 진정한 경쟁력으로 작동하게 된다.

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노인 문제는 사회현상을 넘어서 사회문제로 닥쳐오고 있다. 만약 100세까지 삶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살아내야 할 것인가는 개개인의 당면한 현실의 문제가 되었다. 때문에 필연적으로 주어질 삶이니 70~80대 이후에 살아야 할 생애주기별 정체성 정립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100세에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60~80대가 인생의 황금기라고 한다. 이때는 부질없는 욕망 다 버리고 진짜 나를 위한 삶, 자아정체성에 부합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선행 연구에서도 자녀교육에 대한 책임과 대출금에 대한 부담이 끝난 이 시기가 가장 행복하다는 통계가 있으니 이를 뒷받침한다. 김형석 교수는 정신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동안에는 늙지 않는다고 하면서, 행복한 노년의 조건은 일, 공부, 취미, 봉사로 꼽고 마음이 젊은 사람들이 많아야 나라가 잘산다고도 빠트리지 않고 제언한다.

한편 지역의 정체성을 확대하여 국내 도시마케팅에 성공한 대표적인 도시는 부천이다. 문민정부 지방화 일환으로 문체부는 지역축제를 활성화하여 지역 특성을 살리는 사업을 추진했는데, 부천시는 만화를 콘텐츠화하여 이를 성공시켰다. 그러나 필자는 과연 만화가 부천지역의 정체성을 대표할만한 상품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었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부천시가 도시 정체성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도시브랜드 개발사업을 통해 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 형성 및 이미지화를 하고 있으나, 도시브랜드 가치로서의 믿음 체계가 약하다고 하며 도시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천시는 이를 상품화에 성공했고 여타의 지자체가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 이즈음이면 안산지역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봐야 하고 지역 전문가 집단은 이에 대답해야 한다. 안산시 도시마케팅이 단순히 이벤트적 홍보 매개 수단이 아닌 도시 정체성에 기초한 브랜드를 개발하고, 개념을 정립하여, 도시문화형성과 지속적인 도시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제시해 ‘안산다움’으로 확립시킬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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