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모인다는 것1
사람이 모인다는 것1
  • 안산뉴스
  • 승인 2019.11.2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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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필자는 마을에서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힘든 순간마다 사람들에게 위로 받고 힘을 얻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일동이라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난 것도 행운이고 뜻을 같이하는 이웃들과 만난 것도 운명이다.

전에는 마을사람들과 만날 일도 적고 이기적인 삶을 살았다면 이제는 마을 안에서 머리를 맞대 일자리를 찾고 기록하며 같이 행복해지려는 이타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런데 마을 안에서 주민들은, 체계적이지 않다보니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내가 참여해서 달라질게 있겠어! 라는 생각에 선뜻 앞에 나서기를 꺼려한다.

어쨌든 모여야 지지고 볶고 요리를 하고 밥상도 차릴 터인데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먼저 마을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고로움과 오지랖이 꼭 필요하다.

언제든지 찾아와도 어색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민과 주민을 엮어주며 단체 간의 가교 역할도 잘해야 한다. 마을활동가를 비롯해 행정이든 위정자든 대화를 하다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사람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하는 과정에서도 같이 준비할 사람이 필요하지만 정작 준비한 행사에 사람이 적으면 나쁜 평가의 기준이 되기도 하고 성패를 가르는 가늠자가 되기도 한다. 요즘에는 결혼식이나 기념행사에 일당을 받고 가족이나 지인 행세를 해주는 아르바이트가 있다고 한다. 어색하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기록을 남기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사람을 모으는 방법 중에 동원이 있다. 쉽고 달달하지만 능력 없음, 자신 없음을 과시하는 것 같아 어감에서부터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사전적 의미로는 행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람을 모으고 수단과 방법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예컨대, 자리를 채워 줄 사람은 필요한데 자발적으로 모으는 것이 쉽지 않으니 조직이나 단체를 끌어 모으는 것이다. 북적북적 세를 과시하거나 풍성해 보이는데 이것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다.

얼마 전, 정당 지도자의 지역 방문에 지역의원 보좌관이 이·통장 동원 문자를 보냈는데 법을 위반하여 문제가 됐다는 뉴스를 보았다. 발단은 지역 이·통장 협의회장의 명의를 도용하여 전체 이· 통장에게 보낸 문자에 특수 문자와 일반적이지 않은 내용으로 채워졌다는데서 시작됐는데 공무를 수행해야 하는 분들에게 정당행사 동원을 지시하는 것은 엄중한 처벌이 뒤따른다.

관행적으로 했으니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강변하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태도가 한심하다. 최근, 광장과 권력기관 앞에 수백만의 인파가 모여들고 있다. 그런데 자발적인 것과 동원된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과거,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꾸고 민주화를 이루는데 동원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집회를 보면 마치, 이념을 기치로 세를 과시하는 듯 보이는 흔적들이 많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종교 단체에서 동원할 숫자까지 공공연하게 할당하고 홍보한다.

이렇게 왜곡된 민의가 우리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솔직히 부끄럽다.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한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바로 주민참여예산이다. 주민참여예산사업은 주민들이 참여하여 예산을 편성하는 제도로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안산에서도 주민참여예산 지역회의를 통해 25개 동이 100억 원의 예산으로 사업을 정하는 진행하고 있으며 300억 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역회의에 참석할 관심과 역량 있는 주민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다보니 쉬운 방법으로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

직능 단체 특히 통장들로 자리를 채우고 참여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준다. 불만 있는 통장들도 계시고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지 관심도 없으니 좋은 결과물이 나올 리 만무하고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이야기해도 변하지 않는 악순환이다. 주민이 예산을 정하고 실제로 반영되는 제도조차 사람이 없어 못한다면 자치의 길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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