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로메의 탐욕
살로메의 탐욕
  • 안산뉴스
  • 승인 2019.12.0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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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석 안산시독서동아리네트워크 회장

희곡 ‘살로메’는 신약 성경에 기록된 사건을 바탕으로 오스카 와일드가 쓴 희곡의 제목입니다. 헤로디아는 갈릴리의 영주였던 헤롯의 동생 빌립의 아내였고, 살로메는 헤로디아의 딸이었습니다. 헤로디아는 권력을 탐해 남편을 버리고 헤롯의 아내가 되어 버립니다. 이를 선지자세례 요한이 공개적으로 비난하자 헤롯은 요한을 옥에 가두어버립니다.

한편 헤로디아의 딸이자 헤롯의 딸이 된 살로메는 자신은 자기 어머니보다 더 멋있는 남자를 선택할 것이란 야망을 품고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살로메는 선지자 요한에 관한 소문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요한이 옥에 갇히자 요한을 찾아가 만나게 되는데, 살로메는 한눈에 요한에게 반해 버리고 맙니다.

먼저 선지자다운 그의 목소리에 반하고 다음으로 선지자다운 얼굴에 반하고 육체에 반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메시아가 오시고 계심을 알리는 그의 '입술'에 반해 버리고 맙니다. 그리하여 이 발칙한 소녀는 지하 감옥의 죄수인 요한에게 키스해달라고 요청하지요. 하지만 이것이 어디 가당한 일이던가요? 요한은 근친상간의 죄를 저지른 살로메의 엄마를 지적하며 그 요청을 단칼에 거절해 버리고 맙니다. 이에 살로메는 깊은 상처를 받게 되고 사랑은 증오로 변하게 됩니다.

한편 살로메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헤롯은 살로메에게 연회에서 자신을 위해 춤을 출 것을 요청하게 됩니다. 이에 평소 헤롯의 끈적한 시선을 느끼고 있던 살로메는 헤롯의 청을 받아들여 춤을 추는 대신 한 가지 제안을 제시하지요.

자신이 춤을 추면 자신의 소원을 하나 들어달라고. 결국 살로메는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던 일곱 베일을 하나씩 벗어가는 아찔한 춤을 추면서 헤롯을 비롯한 좌중을 휘어잡아버리고 맙니다. 춤이 끝난 후 살로메는 헤롯에게 약속대로 자신의 소원을 들어달라고 요청하지요. 다름 아닌 요한의 목을 가져다 달라고 말입니다.

이에 깜짝 놀란 헤롯은 다른 것으로 살로메의 소원을 돌리려 하지만 살로메는 끝까지 요한의 목을 달라는 요청을 거두지 않습니다. 헤롯은 무척 난감했지만 한번 뱉은 약속인지라 어쩔 수 없이 살로메의 요청을 받아들여 요한의 목을 잘라 쟁반에 담아 가져오게 합니다. 잠시 후 피가 뚝뚝 떨어지는 요한의 목이 쟁반에 받쳐 들어오자 살로메는 그 요한의 목을 집어 들고는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요한의 입술에 입을 맞추지요. 그리고 치를 떨며 이를 바라보던 헤롯은 병사들에게 살로메도 죽일 것을 명하게 됩니다.

유대의 공주로서 아무런 부족함 없이 살아가던 살로메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바라서는 안 되는 것을 바라고 맙니다. 결국 그녀의 뒤틀린 욕심은 끝내 촉망받던 지도자의 목숨과 함께 자신마저도 파멸로 이끌고 가게 됩니다. 저는 살로메가 죽은 요한의 머리를 부여잡고 입을 맞추는 장면에서 자꾸만 요즘 검찰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조국 사태에서 촉발된 검찰의 수사가 석 달을 넘었지만 아직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정경심 교수에 대한 제2차 공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언론이 이번 공판에서 재판부조차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시간 끌기 식의 행태에 대해 경고했다는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이는 한마디로 그동안의 검찰 수사가 무리한 것이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검찰은 부산의 유재수 경제 부시장 구속과 함께 청와대의 정무수석실에 대한 수사 계획 및 국회의원들의 비리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는 뉴스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이 모든 것이 검찰이 공수처 설치를 비롯한 자신들에 대한 개혁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몸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동시 소유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권한입니다. 검찰이 그것을 놓지 않으려는 이유는 현직에서는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기능이며, 퇴직해서는 전관 파워를 통해 한 몫을 챙길 수 있는 기능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습니다.

촛불 혁명을 통해 깨어난 시민들은 민주적인 권력 질서, 새로운 검찰상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제 검찰은 서초동에 이어 여의도에서 울려 퍼지는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입니다. 무엇보다 지금 검찰은 자신들의 욕심이 바라지 말았어야 할 것을 바랬던, 그래서 결국 자신도 파멸시키고 말았던 살로메의 탐욕이란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때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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