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 시대
주민자치 시대
  • 안산뉴스
  • 승인 2020.01.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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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새해가 밝았다. 스코틀랜드 출신 게리 비숍은 ‘시작의 기술’ 이라는 책을 통해, 누구나 저마다의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운을 탓하거나 남을 탓하지 말라고 한다. 또한 환경이나 이웃, 자기 자신도 탓하지 말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일이 뜻대로 안 풀릴 때 남을 탓하거나 자책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또한 기술이 부족한 것이다. 다람쥐가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에 번아웃 (Burnout) 되기도 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같은 문제라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스트레스가 되거나 해결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문제를 만났을 때 객관화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면 지혜롭게 풀어가는 방법도 생길 것이다. 난제라 해도 풀지 못할 문제가 없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프롤로그(Prologue). 수필이나 소설, 연극 등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기 전에 서문이나 서시 등의 방법으로 독자의 마음을 끌어내는 것을 말하며 시작의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안 가봤으나,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열심히 달려보는 시작의 의미는 부담과 함께 설렘이다. 어릴 적 명절 즈음이나 소풍가기 전 날의 두근거림을 기억한다. 한참을 뒤척이다가 새벽녘에 잠이 들었던 시절이다.

정초. 안산의 주민자치회가 닻을 올렸다. 비록 시범이고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본격적인 주민자치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는데 의미가 있다. 전국에 3,500여 개의 읍면동이 있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실시지역이 확대일로에 있는데 서울의 경우 전체 424개 동 중 102개 동(24.1%)에서 시행 중이며 조만간 전동으로 확대할 예정이고 인천도 150개 읍면동 중 33개에서 시행중인데 올해 55곳이 더해져 88개가 주민자치회로 전환한다.

반면 경기도는 수원을 비롯하여 아직 시작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든 지역에서 공히,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은 괄목할 만한 사례가 거의 없는 초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행정의 도움이 없이는 자립조차 어려운 주민자치회도 있다. 제도 정착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원관 제도를 운영하는 곳도 있으나 갈등이나 마찰로 자치의 가치마저 훼손되는 경우도 본다.

자치는 스스로 다스리는 것이고 역량이 필요한 것이 너무나 당연한 건데 그런 기준으로 보면 미달인 것이다. 얼마 전,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이런 질문이 있었다. 시, 구마다 주민자치사업단이 있고 동 단위로 자치 지원관을 두는데 왜 주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고 행정이 보내느냐는 것이다. 주민자치라 함은 지역의 자원으로 주민들이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시키는 것인데 지금의 시스템은 관치라는 것이다.

내부에서 사람을 키워낼 생각을 해야 하는데 주민이 모르는 사람을 파견해서 이루어지는 자치 활동이 자치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묻는 것이다. 장단점이 있겠으나 생각해 볼 대목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주민자치회의 성패는 공동체성을 얼마나 발휘하느냐에 달려있다. 이웃과 화목하고 교류하며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마을공동체이다.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모두가 함께 하는 마을 자치계획을 수립하고, 총회를 거쳐 공유하고 논의, 결정하여 실행해야 하는 것이다. 동원하지 않고 개인적인 욕심도 버려야 한다. 우리 마을에 내가 어려울 때 의지할 이웃이 있는지, 아이를 맡기고 안심하고 외출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고 방향을 정해 보면 어떨까! 바야흐로 주민자치 시대를 맞아 필자도 추첨을 통과해 위원의 자격을 얻었고 시장님으로부터 위촉장도 받았다.

이제 길을 나섰으니 역할을 해야 하고 사례도 남기고 싶다. 시간, 자금을 쓰면서도 입에 풀칠하기 힘들더라는 푸념보다는 더 연구하고 발로 뛰어 하나라도 더 얻고 나눠주고 싶다. 수년간의 경험을 얻었고 스스로 할 것에 대한 노하우도 있으니 영감(靈感)을 주는 자치의 사례를 만들어 보고 싶다. 시작부터 길이 험하다. 상반기 예산 편성이 안 되어 사업에 위축이 예상되지만 자치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수어지교(水魚之交). 유비가 삼고초려로 재갈공명을 얻었듯, 물 만난 고기처럼 신명나게 한판 벌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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