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독(愼獨)
신독(愼獨)
  • 안산뉴스
  • 승인 2020.01.1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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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종승 발행인 / 대표이사

지난 연말 ‘바로 선 경영인’의 대표 격이었던 구자경 LG그룹 전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94세로 세상을 떠난 구 명예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지냈고 LG그룹을 재계순위 빅4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재계 10대 그룹 중 시가총액은 삼성이 435조로 부동의 1위이고 SK 121조, 현대차 86조, LG그룹 80조 등의 순이다. LG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재계순위는 지난해 역전됐다.

LG그룹을 재계순위 빅4에 올려놓은 실용주의 성품의 상남자로 알려진 구 명예회장은 1970년 매출 260억 원에서 퇴임한 1995년 30조 원으로 키워냈다. 임직원수도 2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늘었다.

그런가하면 국내 최초로 서울 우면동에 기업중앙연구소를 설립한 후 회장 재임 기간 중 70여개의 연구소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구 명예회장은 특히 1994년 회사명을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꾼 뒤 이듬해인 1995년 장남 구본무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겼다.

이는 당시 국내 대기업 총수 가운데 최초의 ‘무고(無故) 승계’로 기록돼 재계에서 회자된다고 한다.

회장직을 퇴임하기 전 고인은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자율책임 경영체제를 만들어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에게 재량권을 부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문경영인에게 재량권 부여는 대부분의 대기업이 1인 총수 체제를 유지한데 비해 순수 지주사를 최초로 세우고 최적의 경영 결정을 내리는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 명예회장과 LG그룹의 이 같은 ‘정도경영’은 ‘사람은 모름지기 혼자 있을 때도 항상 처신을 바로 해야 한다’는 뜻의 ‘신독(愼獨)’이 밑바탕이 됐다.

신독(愼獨)은 대학 전문 6장 성의편에 나오는 글귀다. 원문은 ‘소위성기의자(所謂誠其意者) 무자기야(毋自欺也) 여악악취(如惡惡臭) 여호호색(如好好色) 차지위자겸(此之謂自謙) 고군자필신기독야(故君子必愼其獨也)’다.

직역하면 ‘이른바 뜻을 성실히 한다는 것은 스스로 속이지 말아야 하는 것이니 악한 냄새를 미워하는 것같이 하고 좋은 빛을 좋아하는 것같이 함을 이르되 스스로 쾌족함이니,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홀로를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의지를 성실하게 다지는 것의 근본은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므로 사람은 겉으로 드러나기 이전의 자기 자신의 내면을 더욱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문장에서 ‘신독(愼獨)’이라는 단어가 생겼다. 김구 선생의 좌우명이기도 한 신독(愼獨)은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가는 것을 말한다. 의미를 압축시켜 얘기하자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다.

경자년 새해가 시작돼 벌써 보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있다. 새해가 시작되면 누구나 새로운 각오를 세우고 실천하려 애쓴다. 하지만 매우 어렵다.

우리의 일상을 항상 주위에서 열 개의 눈이 지켜보고 열 개의 손가락이 지적하고 있는 듯이 신중하게 할 경우 조금은 덜 어렵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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