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신축비사 전말
주택신축비사 전말
  • 안산뉴스
  • 승인 2020.01.15 10: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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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삼 안산시청소년재단 대표이사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친의 급작스런 주택신축 발언에는 좀 더 직접적인 동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무슨 말이냐. 용의주도한 어머니의 성격으로 봐서 ‘당신의 체면 유지를 위해서’ 집을 짓는 것이 아닌, 전혀 다른 모종의 원시 모멘텀이 있었을 것이라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자 궁금증이 일어 견딜 수가 없었다. 안테나를 작동시킨 다음 다양하게 분석하고 현장까지 탐문하여 해답을 찾은 것은 새집을 짓고도 일 년여가 지나서였다.

계절 몇 개가 지나가는 사이 마을에서 들은 소문 중 유력한 설은 어머니가 한밤중에 변소깐에 가다가 마룻장이 부서지는 바람에 넘어져서 허리를 다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읍내 공의를 찾아다니며 치료하느라 고생했는데 그 뒤, 성질을 내면서 ‘니미 ××노무 마룻장 널짱 새끼가 어째 뽀사지고 지랄이냐!’고 욕설과 함께 투덜대더니 느닷없이 도시 사는 자식들이 헌집 뽀사버리고 새집 지어준다고 동네 소문을 퍼트리더라는 것이다. 멀쩡한 자식들을 ‘마룻장판’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그러면서 요즘으로 치자면 여기저기서 견적을 빼고 일손을 알아보는 등 분주히 건축 준비를 했다는 것인데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들은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지은 지 오래 되다보니 여기 저기 좀도 슬고 해서 잘못 디디면 마루 널짱이 빠작 부서지는 것이 (기와집이긴 해도) 오래된 목조집이다. 그래도 비대하지도 않고 날렵하게 살림을 잘 하시는 어머니가 설마 마룻장 나부랭이에 허리를 다칠 것이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했던 것이다.

정리하자면, 어머니의 새집 짓기 단초는 마룻장 붕괴사건이 제공했고 이것을 첫 번째 동기라 한다면 내친 김에 깔삼하게 지어서 동네 사람들에게 자랑하자, 이것이 두 번째 동기였던 셈이다. 엎어진 김에 자고 간다는 말 있는데 마룻장 무너진 김에 집짓자는 것이었다. 독자께서는 한 촌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서 ‘그녀의 귀여움’마저 느껴주시기 바란다.

아무튼 도덕적으로 책망할 일이 아닌 주택신축 천명을 들은 우리들은 긴급회의를 거쳐 소형 집 한 채를 지어드리기로 했다. 공사는 신속하게 진행되었고 형태는 시골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냥갑처럼 생긴 사각형 모양 가옥이다. 별도로 기와나 이엉을 얹지 않은 슬라브식인데 전기와 가스는 물론 냉방 온방도 막힘없이 들어오고 수도꼭지만 틀면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져서 ‘천지개벽’이다. 섭생이나 취침 등 주거 환경은 도회지 주택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건축비는 우리들이 부담했지만 솔찬히 들어가는 삼성 텔레비전과 바람 빵빵 나오는 위니아 에어컨 등은 어머니 돈으로 샀다. 자식들이 주도적으로 내고 당신도 적당하게 보태 지은 것이 기분 좋으셨던지, 어머니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온 동네를 자랑하며 돌아다녔다. 특히 건축비 절반 이상을 충당한 성남 둘째 딸 칭찬의 말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니미 ××노무 거실이 너무 좋아. 마룻바닥도 따뜻하고 딴딴하고∼’라는 말을 하면서…. 성질나도 욕설, 기분 좋아도 욕설, 최수진 여사 파이팅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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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순 2020-01-15 10:55:16
최수진여사 화이팅~~^^ 오래오래 건강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