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그 날에!
4월 그 날에!
  • 안산뉴스
  • 승인 2020.01.1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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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석 안산시독서동아리네트워크 회장

‘십팔사략’의 ‘제요편’에는 중국 신화에 나오는 요임금에 얽힌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요(堯)임금은 자신의 정치로 인해 백성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서민들이 사는 거리로 미복 잠행을 나가게 되었다. 요임금은 어느 시골길에서 한 노인을 만나게 된다. 이 노인은 나무 그늘에 앉아 배불리 먹었는지 배를 두드리며 땅바닥을 치면서 박자에 맞추어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해 뜨면 나가 일하고, 해지면 들어와 쉬네.

우물 파서 물을 마시고, 농사 지어 밥을 먹네.

임금의 힘이 어찌 나에게 미치리오!

이 노래를 들은 요임금은 비로소 기쁨의 미소를 띠면서, “이제는 되었구나!”라고 만족해하였다. 이 이야기에서 태평성대를 가리키는 ‘배를 두드리고 땅바닥을 치며 노래한다’는 ‘고복격양(鼓腹擊壤)’이란 말이 유래하였다.

또 한편, ‘예기’에 나오는 공자에 얽힌 이야기이다.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태산 부근을 지나갈 때였다. 어디선가 구슬픈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공자는 제자 자로에게 어디서 나는 울음소리인지 살펴보라고 말하였다. 이에 자로가 사정을 알아본즉 이곳은 호랑이가 많이 살아서 예전에 시아버님과 남편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는데 이제 아들마저 물려 죽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호환이 무서운 곳이라면 진작 안전한 곳으로 이사하지 않고 왜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계속 살고 있느냐고 여인에게 물었다. 이에 여인은 비록 호랑이가 무섭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곳에는 가혹한 정치는 없다고 대답하였다. 이에 공자는 제자들에게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법이다.’라고 하였는데,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이 이 이야기에서 유래하였다.

국내적으로 작년은 펄펄 끓어올랐던 한 해였다. 경제적으로는 일본이 도발한 수출 규제로 인해 국내 경제에 위기의식이 감돌았다. 하지만 경제계의 기민한 대응, 정부의 WTO 제소 방침 및 지소미아 카드의 활용을 통한 원칙 있는 대응, 더불어 국민들의 일본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 등을 통해 그 파고를 잘 넘어선 듯하다. 반면에 북미의 하노이 회담의 결렬은 모처럼 한반도에 부는 평화의 분위기를 다시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의 운명이 걸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은 세계정세의 역학 속에 취약한 우리의 입지를 다시 한 번 확인케 하였다. 그러한 와중에 일명 ‘조국 사태’는 시민들을 광화문과 서초동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함께 국론을 둘로 나뉘게 하였다.

여야의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전통적 미디어는 물론 개인 방송들도 홍해가 갈라지듯 둘로 나뉘어 자신들의 목소리에 호응하는 대중들만 향해 스피커의 볼륨만 높였을 뿐이다. 그 사이에 ‘민식이법’을 비롯한 수많은 민생법안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러한 혼돈 속에서 정치는 어느 경우에는 제 역할을 하면서 국민들의 박수도 받았지만, 때로는 무기력하거나 아니면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면서 지탄을 받기도 하였다.

전통적 인식론은 하나의 명제에 대해 사람들이 그 명제가 참이거나 거짓, 혹은 참도 거짓도 아니라는 3가지 중 하나의 태도를 갖는다고 규정하는 것에 비해, 베이즈주의는 믿음을 정도의 문제로 바라본다. 가령, 각 인식 주체는 ‘내일 눈이 온다’가 참이라는 것에 대하여 가장 강한 믿음의 정도에서 가장 약한 믿음의 정도까지 가질 수가 있다. 즉, 베이즈주의는 하나의 명제에 대한 믿음의 정도를 믿음의 태도로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 소개한 두 편의 일화는 우리에게 정치가 무엇이며 정치가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이 어느정도인가에 대해 울림을 준다. 백성들이 먹고사는 데 근심이 없어 임금이 누구인지 알 필요도도 없던 요순시대를 한쪽 끝으로 놓고,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서워 숲속으로 도망치던 공자의 시대를 또 한쪽 끝에 놓아보자. 이때 베이즈주의에 따른 국민들의 한국 정치에 대한 인식은 과연 두 세계 중 어느 정도의 지점쯤에 자리하고 있을까?

경자년 새로운 한 해가 밝았다. 국민들은 다시 4월에 한국 정치의 앞날을 위한 중요한 선택의 시점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가 정치를 통해 희망을 볼 것인지, 아니면 계속해서 염증과 암울함을 볼 것인지, 즉 우리나라의 정치를 어느 지점에 자리매김하게 할 것인가는 바로 우리의 두 손에 달린 것이다. 4월 그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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