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가 나면 사람이 모인다”
“사람냄새가 나면 사람이 모인다”
  • 여종승 기자
  • 승인 2020.01.15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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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식 안산문화원장

주요프로필

-1946년 경기 수원 출생

-안산문화원 7·8·9대 원장

-(주)경진산업 회장(현)

-국제라이온스 354-B(경기)지구 총재(전)

-경기도의회 의원(제3대)

안산문화원을 12년 동안 이끌어온 김봉식(74) 원장이 이달 말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김 원장의 3번 원장 연임은 안산문화원 최초다.

젊은 시절 안산JC 회장부터 새마을지회장, 경기도의원, 라이온스 총재, 안산문화원장 등의 역할을 맡아오면서 평생 무보수 봉사만 해 온 김 원장이다.

김 원장처럼 지역사회에서 살아오면서 평생 무보수 봉사를 해온 인물을 찾기도 어려울 듯하다.

인생 마지막 봉사 자리로 안산문화원을 선택한 김 원장은 12년 임기 동안 안산향토사박물관을 1종 박물관으로 등록했고 8권의 방대한 ‘안산시사’를 편찬하는 한편 안산지역 비지정문화재 조사도 해냈다.

김 원장은 지역 내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안산역사문화탐방’ 프로그램을 만들어 8년째 이어오고 있고 ‘안산문화학교’도 활성화시켰다.

낙천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주변에 사람이 많이 모이기로도 유명하고 지역사회에 ‘아주 좋아’라는 유행어도 탄생시켰다.

문화원장 퇴임 이후 전원의 농장으로 돌아가 여생을 조용하게 보내고 싶다는 김 원장을 현장 인터뷰했다.

-안산문화원 3선 연임 원장 임기 만료가 다가왔다.

“안산문화원 유해엽 초대원장을 시작으로 정봉진 2대 원장, 유천형 3·4대 원장, 이정태 5·6대 원장에 이어 7대 원장으로 부임했다.

지난 2008년 1월 시작된 안산문화원장이 8대와 9대에 이르기까지 12년 동안 몸담았다. 장기간 문화원장으로 재임했다.

‘시원 섭섭’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동안 문화원장으로서 후회 없이 일했다. 문화원장 재임 기간 동안 함께 일해 준 이사진과 운영위원, 회원들, 직원들에게 고맙다. 시민들에게도 안산뉴스 지면을 빌어 먼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안산문화원 설립 이래 최초의 3선 연임 원장으로서 중압감이 있었을 텐데.

“제가 문화원을 맡기 전은 위상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지만 1984년 안산문화원 설립 이래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원장 취임 이후 문화원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다. 먼저 이사진을 충원하고 예산을 확충하고 운영위원회를 활성화하고 프로그램을 새롭게 만들고 문화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그러다보니 안산향토사료관을 1종 박물관으로 등록했고 안산시사도 편찬했고 초등학생을 위한 안산역사문화탐방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원장 직에 대한 중압감보다는 일을 즐기며 했다. 즐기다보니 4년 임기의 원장 직을 세 번이나 수행하게 됐다.”

-7대 문화원장 시절 1종 전문 ‘안산향토사박물관’을 등록했다.

“문화원 내에 2005년 12월 만들어진 안산향토사료관이 있었다. 2008년 1월 7대 원장 취임 이후 곧바로 안산향토박물관으로 지정받기 위해 노력했다.

문화원장 취임 8개월 만인 2008년 9월 1종 전문 안산향토박물관으로 등록됐다. 같은 해 11월 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하고 준공했다.

향토박물관은 1991년부터 시작된 지역 향토유물 수집사업으로 현재 2천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그중에서 안산의 역사와 민속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500여점의 유물 상설전시는 물론 지역에서 내려오는 고문서를 비롯 산업화가 이뤄지기 전 수집된 민속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당시 문화원 야외 전시장에 지역의 전통초가는 물론 연자방앗간, 물레방앗간 재현 전시로 휴식공간이 됐고 동시에 아이들에게는 전통문화체험 공간으로, 어른들에게는 문화적 향수를 충족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연인원 누적 관람객은 3만5천5백여 명에 이르고 있다.”

-문화원장 8대 원장 임기 중 8권의 방대한 ‘안산시사’를 발간했다.

“안산시사 발간이 2011년 11월이다. 벌써 10년이 되어 가고 있다. 안산시사는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연구 활동을 통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안산의 역사를 총망라한 3권으로 발간했었다.

제가 원장으로 취임한 후 2008년 11월 안산시사 재편찬을 위한 안산시사편찬위원회를 구성하고 80여 명의 전문가들로 집필진을 만들어 2011년 총 8권의 ‘안산시사’를 발행했다.

문화원장을 12년 동안 해오면서 안산향토사박물관 1종 등록과 안산시사 편찬, 초등학교 3학년 대상 안산역사문화탐방 프로그램 신설은 아마도 잊지 못할 업적이다.”

-초등학생 대상 ‘안산역사문화탐방’을 8년째 이어오고 있다.

“8대 원장으로 2011년 12월 연임하고 나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지역 초등학교 3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안산역사문화탐방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2013년부터다. 벌써 8년째다.

이 프로그램은 어린 학생들에게 애향심과 정주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했다. 안산 지역 박물관은 물론 문화유적지를 탐방하는 프로그램이다.

문화원 내의 향토사박물관을 비롯 성호기념관, 최용신기념관, 안산읍성, 사세충열문, 신길역사 유적공원, 오정각, 고송정, 별망성지, 청문당, 어촌민속박물관 등을 탐방하는 것이다.

그동안 첫해 157학급 4천252명을 시작으로 매년 적게는 100여개 학급에서 많게는 234학급에 이르기까지 4천명에서 7천여 명의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 뿌듯하다.”

-문화원이 안산지역 비지정문화재조사도 해냈다.

“지역의 비지정문화재 조사는 2013년 1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4년 동안 장기간 프로젝트로 네 차례에 걸쳐 추진돼 조사보고서가 발간됐다.

1차는 건건동 김양택 묘를 비롯해 안산김씨 사재감정공파 묘역, 팔곡일동 민대생과 여흥민씨 묘역, 도당제우물과 은우물 등의 옛우물 등을 조사했다.

2차는 성포동 노적봉 도당지와 신길동 선사유적지, 조선시대 안산의 제의시설, 완평군 이승용 묘역 등을 조사했다.

3차는 오언 장균묘와 윤민준 장군묘, 테미산 구석말 청주한씨 묘, 화정동 암각자, 소물산 안동장씨 묘역과 집성촌을, 4차는 진주유씨 유시행·유명묘역과 을사육적이 된 이하영 등을 조사하는 성과를 거뒀다.”

-문화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안산문화학교’가 엄청나게 활성화됐다.

“안산문화학교는 문화예술진흥법에 의거해 1998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정을 받아 설치된 것이다. 문화학교는 연중 수시로 모집하고 있고 매월 첫째 주 접수를 받는다.

프로그램도 음악과 무용, 미술, 어학, 철학, 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음악과 무용분야는 경기민요를 비롯 풍물놀이, 한국무용, 대금, 드럼, 아코디언, 통기타 등의 강좌가 진행 중이다.

미술은 서예는 물론 서양화, 한국화, 민화, 서각, 캘리 POP글씨, 연필인물화 등을, 어학은 한문서당과 중국어, 일본어, 영어회화를, 철학은 명리학을, 생활은 재봉틀홈패션과 침선공예, 동서양 꽃꽂이 등이 이뤄진다. 매년 연인원 수강생이 4천700여 명에 이른다.”

-문화원이 추진하고 있는 향토문화 전승 사업은 무엇이 있나.

“매년 안산시가 주최하는 성호문화제를 주관하고 있다. 성호 이익 선생의 ‘경세치용(經世致用)’ 정신을 되새기고 후세에 전승하는 행사다.

향토문화 전승 사업은 ‘잿머리성황제’와 ‘팔곡당산 산신제’다. ‘잿머리성황제’는 성곡동동민회 129가구 회원들과 안산시, 문화원의 노력으로 경기도무형문화재 제58호로 지정됐다. 잿머리성황제는 단원구 성곡동 산76의 해봉산 정상에 위치한 젯머리성황당에서 매년 음력 시월 초하루에 열리는 줄타기, 풍물놀이 등을 겸한 무속행사다. 백성들이 마을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마을 축제굿으로 승화시켜 치성을 드리기 시작한 것이 천년이 넘은 오늘날까지 맥을 이어오고 있다.

‘팔곡당산 산신제’는 7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마을기원제로 매년 음력 시월 초 정오에 치러지는 전통유교의식이다. 마을의 수호와 안녕은 물론 풍요를 기원하는 마을공동체 의례다. 팔곡당산 산신제는 안산시 향토유적 제22호로 지정돼 있다.”

-문화원장 12년 재임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문화원 위상을 높였다는 점이다. 무슨 일이든 맡으면 열심히 한다. 12년이란 시간동안 원장으로 일했다. 개인적으로 너무 오래했다는 생각이다.

굳이 꼽으라면 1종 전문 안산향토사박물관 등록과 안산시사 편찬,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8년째 하고 있는 ‘안산역사문화탐방’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둔배미놀이로 문화원이 경기도민속예술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올해 전국대회에도 출전한다. 그리고 문화원이 안산읍성에서 8회 째부터 주관하고 있는 정조 대왕 어가행렬도 기억에 남는다.”

-문화원장 임기를 마치면서 아쉬운 점은.

“반월공업도시로 자연부락이 없어지면서 계획도시로 탈바꿈한 안산에 전통테마 마을을 만들어 랜드 마크로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사동 문화원과 맞붙어 있는 문화부지에 전통테마 마을을 만드는 구상이 있었다. 부지 활용을 위한 용역비를 만들었지만 적은 예산과 관심 부족으로 실현하지 못했다. 사동의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경기가든과 안산갈대습지 등을 둘러본 후 들를 수 있는 랜드 마크로 만들어볼 계획이었는데 하지 못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추진했으면 한다.”

-문화원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지향점은 무엇이라고 여기나.

“문화원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과거에 집착하고 있으면 발전이 없다. 과거를 제대로 활용하면서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시민들이 행복한지를 생각하고 변화해가는 문화원이 되어야 한다.

문화원은 향토전통문화의 발굴과 정리, 보존은 물론 문화자료의 조사와 보존, 문예 진흥을 위한 일반 활동과 국제문화교류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의 향토문화의식을 높여 시민들이 정주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차기 문화원장을 선출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문화원장은 그 도시의 정신을 이어가도록 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리다. 안산은 이익 선생의 실용주의 정신, 단원 김홍도의 창의정신, 최용신의 늘푸른정신이 살아있는 1천년 역사를 가진 도시다.

10대 원장으로 이한진 부원장이 역할을 시작한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혼자서는 힘들다.”

-김봉식 원장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모인다. 그 비결은.

“한마디로 친화력이다. 저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나이도 가리지 않는다. 정당도 따지지 않는다.

사람과 나이와 정당을 가리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이더라. 그 다음은 지갑을 여는 것이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 그냥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석에서 자주 쓰는 ‘아주 좋아’가 지역사회의 유행어가 됐다.

“초긍정 마인드를 갖고 있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어떤 자리에서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사석에서 사람들과 정을 나눌 때 ‘아주 좋아’란 멘트를 자주 사용했다.

‘아주 좋아’란 말이 누구랄 것 없이 지역사회에서 자주 사용되니 마음이 뿌듯하다. 대만 라인온스를 방문하면 현지 회원들이 한국말로 ‘아주 좋아’로 인사할 정도로 나의 특허가 됐다.

이제 글로벌한 유행어가 됐다.”

-문화원장 은퇴 이후의 활동 계획은.

“이제 현역에서 은퇴할 나이가 되어 가고 있다. 현재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어 회사 일을 거들며 지인들과 풍류를 즐기고 농장에서 소일하며 지내고 싶다.

문화원장을 은퇴하면 개인적인 애경사를 챙기며 가급적 공식행사는 자제하며 조용하게 살고 싶다.” <여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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