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 안산뉴스
  • 승인 2020.02.0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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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하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

‘힘내라 우한’, ‘우리가 아산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우한지역과 우한에서 귀국하는 교민에 대한 격려메시지가 최근 SNS에 등장했습니다.

우한을 비롯한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누적사망자와 확진자가 각각 400명과 2만 명을 넘어서면서 중국은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 곳곳에서 의료진들이 우한으로 파견되고 있고, 우한 지역 내에서 의료진들은 환자들의 치료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우한 교민 중 의사 1명은 우한에 남은 교민들을 위한 진료소 운영을 위해 귀국 대신 정부에 진료소 물품지원을 요청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우한을 벗어나려는 행렬 중에도 우한에 자발적으로 남는 사람, 심지어 우한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힘내라 우한’은 그런 우한에 대한 기도인 셈입니다.

우한의 교민들은 지난 1월 31일과 2월 1일 2차례에 걸쳐 입국했습니다. 입국 날짜가 29일에서 30일로, 30일에서 31일로 늦춰지며 조정되는 동안 교민들은 SNS 단톡방을 만들어 서로의 불안과 두려움을 위로하고 노약자와 임산부가 우선 탑승할 수 있도록 논의했다고 합니다. 우한으로 떠나는 전세기에는 감염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도 관련 항공사 노조의 승무원들이 자원하여 탑승했습니다.

귀국한 교민을 2주간 격리수용하게 될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은 불안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몇몇 정치인들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산이다’라는 피켓을 들었습니다. 진천과 아산에는 교민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도 각지에서 의료물품과 구호품이 전달되었습니다. 1차 입국자 368명과 2차 입국자 333명, 총 701명 중 700명은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고 1차 입국자였던 28살 청년 1명만이 확진을 받았습니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키츠는 ‘부정적 수용 능력’이 삶을 문학으로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말합니다. 모호함으로부터 기인하는 초조와 두려움, 불안 등의 부정적 감정을 다루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이를 유발하는 대상을 혐오하고 배제하는 것이지만, 문학은 이를 삶의 일부로 인정하고 수용하며 의연하게 직면할 때 탄생된다는 의미입니다.

문학뿐 아니라 인간다움을 상정하는 모든 것이 ‘부정적 수용 능력’과 관련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종교학자 배철현 교수는 이를 “현상을 성마르게 파악하고 삶에서 흔히 마주치는 모순을 기존 질서 안에서 쉽게 해결하려는 유혹을 뿌리치는 태도”라고 설명합니다. 그리하여 “삶은 우리가 경험한 것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발굴하고 그 질문과 함께 살아가는 것” 아니겠냐고 제안합니다.

‘힘내라 우한’, ‘우리가 아산이다’란 외침은 두려움과 불안이란 삶의 모순 앞에서 손쉬운 선택 대신 우리가 발굴한 질문이고 그 질문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제안인 셈입니다. 공감과 연민, 연대와 환대를 전제한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란 간절한 기도인 셈입니다. 우리와 당신의 그 외침이 오만으로부터 기인하는 혐오와 배제 대신, 기꺼이 고통 속으로 들어가는 공감과 연민,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도 고통을 함께 슬퍼하고 위로하는 연대와 환대로 우리를 구원하는 단초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언론과 정치와 삶으로 해야 하는 기도와 실천은 고통의 공간에서 고통을 겪는 이들과 그 고통 한가운데로 들어간 이들을 위한 간구로부터 시작되길 희망합니다.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의 두려움과 공포를 우리가 함께 연민하고, 기꺼이 고통의 장소로 들어간 이들이 그들과 함께 고통을 견뎌내게 하소서. 숫자가 존재를 은폐하는 수단이 아니라 존재의 고통을 드러내는 무거움으로 우리가 함께 울도록 하는 매개가 되도록 하소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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