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길이는 모두 다르나
손가락 길이는 모두 다르나
  • 안산뉴스
  • 승인 2020.02.0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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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혼자 꾸는 꿈은 꿈에 머물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2002년 월드컵 때를 떠올려 보면,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꿈은 이루어진다’는 온 국민의 열망이 모여 4강까지 거침없이 내달렸고 성과 이상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함께 응원하며 전국이 들썩였다. 덤으로 국가 브랜드가 천문학적인 금액만큼 올라갔다고 하니 함께의 힘은 실로 놀라운데 그 의미 속에는 공동체로서의 가치가 포함되어 있다.

필자의 온통 관심인 마을과, 마을에서 활동하는 주민 모임, 직능 단체, 마을 안에 있는 학교나 병원, 사업을 하는 기업이나 상점가, 마을의 행정을 담당하는 행정복지센터, 마을 사업을 돕는 중간지원 조직까지 함께 하면 성과가 만들어지고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은 멋진 조합이 된다. 그런데 과거의 사례를 보면 화합의 과정에서 때로는 난관을 만나기도 한다. 단체마다 역할이 다르고 성향도 다르다 보니 섞이기 힘들고 불협화음이 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동네에 사는 주민, 이웃과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배려하고 조화를 이루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같은 목표를 정하고 서로의 역할을 나눠 성과를 내는 마을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스스로 해나가는 과정에서 자치의 역량이 커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주민의 의견이 반영되는 과정 하나하나가 소중한 경험이고 결과물이다. 우리가 바라는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왜 자치를 하려고 하는가! 공동체가 활발하고 이웃이 소통하는 마을은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에서 보듯 이웃 간의 관심 하나만으로도 마을은 회복력을 가진다. 아이들이 즐겁고, 다양한 모임과 수다를 떨면서 지혜를 찾는 살가운 마을도 주민들 하기 나름이다. 마을에서 감흥 넘치고 행복하면 그만이다.

필자의 일터인 우리동네연구소 퍼즐이 생긴지 1년 반 가량이 되고 마을의 플랫폼이 되고자 노력한 결과 매일 주민들로 북적거리는 공간이 되었고 다양한 사연들이 채워지고 있다. 그 중에는 아이들과 학부모가 함께, 같은 취미 생활을 하는 이웃들이 함께, 매일 와서 공부하고 요리를 만들어 먹거나 보드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 그리고 간단한 집수리를 의뢰하시는 어르신들까지 세대를 아우른다. 마을에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그것이 돌봄이 됐든 참새 방앗간이 됐든 만나야 하고 정이 쌓여 네트워크로 이어져야 한다.

그 전에는 관심이 없어 그냥 지나치던 건물이었지만 지금은 지나가다 친근하게 바라보고 들르고 싶어진다는 주민의 말씀에서 길이 보이고 방향도 찾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은 ‘참여 민주주의’의 과정으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모든 국민의 동일한 권리이자 혜택이다. 그러나 잘 활용하지 못하면 성과는 고사하고 무미건조할 것이며 과실을 맛보기 힘들다. 민주주의를 이야기 할 때 과거에는, 주민의 의사를 과소평가하고 억누르며 정당한 권리를 행정이 대행하는 관치가 있었고 창조적인 발상이나 수평적인 소통 구조가 허용되지 않는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참여를 통해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시대다.

엄지에서 새끼손가락까지 길이가 모두 다르듯 역할은 모두 다르지만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음표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맡겨진 소임을 다할 때 감동을 주고 명곡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해 준다면 마을을 향한 꿈도 이루어질 거라 믿는다.

공동체란 함께 모여서 관계를 형성하고 목표나 삶을 공유하면서 공존하는 단체, 마을 같은 특정한 공간에서 공통의 가치나 비슷한 정체성을 가진 조직, 협력과 나눔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모임이다. 거기에 더해 마을 공동체는, 골목이 놀이터이고 온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우며 이해와 소통으로 공통의 문제를 서로 의논하여 해결해 가는 주민들의 단단하고 끈끈한 관계망이다. 이웃 간에 서로를 돌아보고 의지하며 협력이 자연스러운, 같은 정서에 근거한 유대 내지는 연대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마을을 고대하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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