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2
눈높이2
  • 안산뉴스
  • 승인 2020.02.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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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안산대학교는, 마을에 먼저 손을 내밀고 같은 방향으로 가자고 하는 메시지와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여러 가지 제안을 해주었다. 고급 인력과 공간, 학교 내에 있는 편의 시설들을 가능하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담장을 낮추고 공동 연구와 다양한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도 개발할 예정이다. 상생이란 조화로움, 화합의 의미가 크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맞추며 함께 가는 설레는 과정에서 귀감이 되는 좋은 사례를 꼭 만들어 보고 싶다.

행정에서는 대민 관계의 눈높이를 이야기 할 때 혁신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과거 행정은 칸막이로 대변되는, 부처 간 단절이 보편적이고 일을 진행하는데 절차가 걸림돌이 되는 비효율적인 시절이 있었다.

항간에서는 영원히 고치지 못할 불치병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있었지만 혁신이라는 화두는 복지부동의 철 밥통을 부수자는 의식 전환의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실제 성장 중심의 드라이브를 걸다 보니 경제는 성장했지만 양극화와 불평등이 지배하는 시대가 되어 주민의 정서는 메마르고 삶의 질도 하락했다. 혁신은 점점, 해내지 않으면 안 될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었고 그 핵심에는 민관 협치의 틀을 만들어 소통하고 역할을 나누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공동체를 고민하지 못하고 성장에 방점을 두고 달려 온 개발독재의 틀을 완전히 버리는 패러다임의 변화이자 발상의 전환이며 모든 정책의 우선순위는 주민 참여로 채우는 것이다. 진정한 혁신은 묵은 풍속이나 관습, 조직, 방법 등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다.

구태에서 벗어나 완전히 달라지는 탈피를 하는 것이다. 행정이 권위를 내려놓는 김에 주민과 머리를 맞대고,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작은 소리에 귀 기울여 준다며 뭐든 못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는 거스를 수 없고 행정과의 협력 속에 주민자치의 성과를 만들어 내야하는 입장에서 볼 때 행정의 혁신은 실로 반가운 신호다. 이제는 상생하고 협력하는 좋은 시절을 만났으니 물들어 올 때 부지런히 노 저어 볼 요량이다.

필자는 간혹, 마니아의 전문적인 식견에 놀라고 감탄할 때가 있다. 프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두각을 나타내는데, 즐기며 집중하는 열정을 여간해서는 당해낼 수가 없다.

주민의 역량으로 만들어가는 주민자치에도 일머리로 무장한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마을을 위해 열심히 활약하고 성과도 만들어내는 실력 있는 마니아들이다. 지난 수년의 주민자치 활동 과정에서 필자를 비롯한 마을 활동가들은 한 푼의 급여도 없고 활동비도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언젠가 펼쳐질 자치의 소중한 결실을 기대하며 여기까지 왔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고 할 일도 많지만 바라기는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주민들과 더불어 자치의 바다에 이르고 싶고 마을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열정 하나만 가지고 묵묵히 활동하는 주민들과, 언젠가는 볕 뜰 날을 맞게 될 거라 믿고 그런 해피엔딩을 꿈꾼다. 주민과의 눈높이를 맞추지 않고 혁신을 말해서는 곤란하기에, 들불처럼 번지는 자치의 과정에 행정이 혁신을 가치로 삼아 거름이 되고 물도 주며 촉진제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기업도 혁신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데 철저하게 고객의 취향이나 구미에 맞추어 제품을 만들고 디자인한다. 눈에 보이는 성과로 이익이 얼마인가도 중요하겠지만 멀리 보면 기업 이미지, 직원의 역량, 시스템도 중요한 요소로 사회 공헌을 하고 인재 개발에 집중하는 것도 장차 고객의 마음을 사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 감동, 고객의 의중을 헤아리는 것으로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학교나 행정, 기업이 혁신을 통해 눈높이를 맞추듯 마을도 눈높이를 맞추어 가는 노력들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외적으로는 협력할 수 있는 자원을 찾아 협력하고 내부적으로는 서로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관계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정서적인 공동체를 만들지 않고서는 번아웃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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