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행복을 찾겠습니다”
“주민의 행복을 찾겠습니다”
  • 여종승 기자
  • 승인 2020.03.11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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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일동 주민자치회 초대회장

주요프로필

-1968년 전북 익산 출생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현)

-일동100인합창단 지휘자(현)

-일동주민자치위원장 역임

-허밍뮤직 대표 역임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 기능에서 한발 더 나아간 주민자치회가 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 자치를 강화하고 주민자치센터의 운영 사항을 심의·자문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설립돼 각계각층의 주민 대표가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주민자치회는 행정 권한을 위탁받아 자치센터를 운영하고 주민참여 예산안을 직접 만들어 신청할 수 있는 기구다.

안산은 25개 동 가운데 일동과 원곡동이 주민자치회 시범동으로 선정돼 금년 1월 본격 출발했다. 일동은 2017년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안산시장 직권으로 주민자치회 시범동으로 선정됐다.

일동 주민자치회 초대회장은 오병철(52)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이 맡았다. 물론 주민자치회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서 결정됐다.

그동안의 주민자치가 사실상 관주도였다면 이제는 주민주도로 바뀌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며 주민자치는 주민들의 행복을 만들어내는 곳이어야 한다는 오병철 회장을 현장 인터뷰했다.

-일동이 ‘안산시 주민자치회’ 시범동으로 출발했다.

“안산은 타 도시에 비해 주민자치회 출발이 늦었다. 행정기관과 의회의 주민자치회에 대한 무관심이 원인이었다.

시의회에서 지난해 ‘안산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 운영에 관한 조례’가 뒤늦게나마 제정되면서 준비가 시작됐다.

주민자치회는 당초 시범동을 3개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상록구 지역의 동이 신청하지 않아 직권으로 미리 결정된 일동만 선정됐다.

상록구의 주민자치회 참여를 준비했던 다른 동들이 평가방식을 원했으나 추첨방식을 고집해 불참했다. 아쉬운 부분이다. 단원구는 원곡동과 신길동, 초지동의 3개 동이 참여해 원곡동이 뽑혀 2개 동만이 출발했다.일동은 2017년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의 대상 수상과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시범동으로 선정돼 마을활력소 등을 설치해 안산시장 직권으로 선정됐다.”

-일동 주민자치회 초대회장을 맡았다.

“일동이 3년 전 여수에서 열린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주민자치박람회에서 대상을 받을 당시 주민자치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일동 주민들의 열정으로 대상을 받아 현재까지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 당시의 역할을 인정받아 주민자치회 초대회장을 맡게 된 것 같다. 모 자치위원과 같이 경선을 했다. 일동 주민자치회장 선거를 축제처럼 했다. 현재 23개 동이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를 그대로 운영하고 있고 2개 동만 주민자치회로 운영 중이다. 좋은 사례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감을 느낀다.”

-안산시 주민자치회 조례 연구모임에도 참여했다.

“주민자치회 조례 제정을 위해 1년 동안 활동했다. 아쉬운 부분은 주민들이 주민자치회 조례를 준비하기 위해 연구모임을 하는 동안 시민을 대표한다는 선출직 의원들이 함께 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일동은 주민들이 한양대에서 전문교육을 받고 삶에서 느낀 내용을 담은 마을조례를 만든 경험이 있다. 주민자치회 조례연구모임에서 마을조례를 만든 경험을 담으려고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주민자치회 조례연구모임에서 요구했던 것들이 제정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산시의회가 주민자치회 조례를 제정하면서 행정안전부의 표준조례안을 따르지 않아 충격이었다. 안산만 주민자치회 위원수를 30명으로 제한했다. 주민자치회 위원 30명 제한은 활동 자체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일동의 경우 주민자치회 참여 욕구가 강하다. 위원 30명과 50명은 엄청나게 다르다. 정작 일할 주민이 못 들어갈까 노심초사했다.

주민자치를 하라고 하면서 조례에 사무국도 못 만들게 해 놨다. 시의회가 주민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조례를 만들었다.

주민자치회가 권한은 없고 의무만 있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2년 동안 관철될 때까지 계속 요구할 생각이다.”

-시작 단계에서 주민자치회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주민자치회 시범동은 행정안전부 제도 도입 시행 이전까지 운영될 계획으로 알고 있다. 안산시에서 전담 직원 1명을 동에 배치해주고 공간개선과 마을계획 수립, 자치사업비 등으로 1억7천만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주민자치회 예산이 한 푼도 없다. 현재의 예산이 0원이다. 말이 되는가. 예산이 언제 편성될는지 기약도 없다. 주민자치회 시범동을 추진하면서 관련 예산을 전혀 세우지 않았다. 이유가 뭔지 알고 싶다.

그 뿐만이 아니다. 독립된 사무실이 없다. 자치를 하라고 하면서 사무실조차도 없으면 무슨 일을 하라는 말인지 묻고 싶다. 어떤 일을 하려면 사무공간부터 만드는 일이 순서 아닌가.

빠른 시일 내 조례 개정을 통해 주민자치회 위원 수 제한과 사무국 미설치 문제, 권한 문제 등 독소조항을 없애야 한다.”

-일동 주민자치회는 어떻게 구성됐나.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면서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가 자동 소멸됐다. 주민자치회 희망 자치위원 교육을 이수하고 주민들 중 지난해 12월 공개모집과 추첨으로 30명의 위원을 구성해 올해 초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일동 주민자치회는 일등동네주민협의회에서 활동한 주민들과 마을단체 활동가, 직능단체 활동가, 예전의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개인 등이 다양하게 참여했다.

현재 공동체복지와 생활환경, 문화교육, 기획경제 등 4개 분과로 나눠 한 개 분과 당 7~8명이 활동하도록 구성했다.”

-일동 주민자치회는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일동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와 협의·수탁업무 등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주민자치회 예산이 현재 제로 상태다. 왜 이렇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 상태로는 어떤 계획도 세울 수 없다. 주민자치회를 시행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서둘러 출범만 시킨 꼴이다.

주민자치회에게 무엇을 하라는 말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지역 출신 의원들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무작정 손을 놓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예산이 없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갈 계획이다.”

-일동이 사람 잘 모이기로 유명하다.

“일동 주민들이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발견’이라는 말이 있다.

오랫동안 씨를 뿌린 결과다.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경기도와 안산시 매칭사업으로 추진한 정원가꾸기사업도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 만들기에 주력했다.

일동 주민들이 수년 동안 자주 모이면서 공동체운동이 무엇인지를 알았고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민자치시대의 일동마을 현주소는.

“일동이 이웃 친화적인 마을이어서 주민 전출입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일동 인구가 몇 년 전 3만여 명이었다. 하지만 일동 주민도 3천여 명이 줄어들었다. 1인가구가 평균 3명이므로 1천 가구가 떠난 셈이다.

일동은 그래도 자치를 통해서 주민역량이 많이 올라가 있다. 일등주민협의회가 1년 예산으로 5억 원 이상을 사용한 적도 있다. 주민 스스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 타 지역에 비해 앞서 있다.”

-일동이 10년 후 어떤 마을로 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주민자치 시대는 마을에서 안전을 지켜줘야 하는 시대다. 마을에서 일자리를 통해 먹고 살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런가하면 마을에서 문화예술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마을 안에서 주거환경을 가꾸는 일도 이뤄져야 한다.

마을 안에서 안전과 일자리, 문화예술, 주거환경 등을 제대로 가꿔내려면 관계가 많은 마을이 되어야 한다. 관계가 없는 마을이 불안한 마을이다. 시골정서가 살아있는 마을이 안전하고 살기 좋은 마을이다.

이웃과의 소통 단절로 향후 마을의 30%가 자연 소멸된다는 예상이다. 일동은 10년 후 관계가 살아 있는 마을이 되어 있을 것이다.”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의 차이는.

“권한의 차이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 스스로 수익사업을 못한다. 관공서 지원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주민자치위원회는 행정의 보조 역할이다. 보조 진행자일 뿐이다. 마을 자치를 해나가기 위해서는 한계가 많다.

주민자치회는 다르다. 위·수탁사업이 가능하다. 주민자치회는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행정의 보조역할에서 벗어난 대등한 관계다. 주민자치회는 행정기관의 컨트롤 없이 주민자치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이다.”

-진정한 주민자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주민자치의 지향점은 마을의 공동체를 살리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공동체가 무엇인지를 먼저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주민 스스로 마을에서 같이 살아가는 구성원의 가치와 의미를 알게 되면 그 가치를 스스로 찾아 나서게 된다.

주민들이 자치 속에서 행복을 찾고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주민자치라는 생각이다. 곧 주민이 행복한 마을을 가꿔 나가는 것이다.”

-마을활동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마을활동의 매력은.

“일동 주민자치센터에서 무료 성악교실을 시작으로 주민자치위원장과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까지 마을 일을 시작한지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밤낮없이 활동하다 보니 주변에서 선거 나오려고 열심히 하느냐고 묻는 주민이 많았다.

일동 주민자치위원장 시절 여수에서 열린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전국을 돌며 마을자치와 사례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안산과 일동을 전국에 알리는 일이다. 마을활동의 매력은 마을이 변해가는 것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앞으로 마을이 되어 질 것에 대한 기대감이다. 온 나라가 마을계획을 세우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일동의 마을활동이 전국의 좋은 사례가 되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일동100인합창단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데.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주민 센터 성악교실이 휴강을 하고 있다. 안타깝다. 성악교실을 기다리는 주민들이 많다.

일동주민센터 성악교실 시작이 일동100인합창단의 모태다. 주민들이 성악 배우는 시간을 기다리고 행복해 한다. 올해는 정기공연을 마을에 위치한 안산대에서 할 계획이다. 지휘는 전공이 아니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사실 지휘보다 노래를 하고 싶다. 일동을 노래하는 마을로 만들고 싶다.”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도 맡고 있다.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은 이제 열정공간이 됐다. 퍼즐 사무실 문을 연지 1년 5개월이 됐다. 지난해 일동 경기행복마을관리소가 경기도내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도내에서 기관이나 단체가 아닌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일동 경기행복마을관리소가 유일하다.

일동 경기행복마을관리소는 사람을 기다리지 않고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며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도 직접 하고 있다. 퍼즐 협동조합에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퍼즐에 모두 쏟아 붓고 솔리스트 앙상블에 가서 노래하며 살고 싶다.” <여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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