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돌봄 정책
거꾸로 가는 돌봄 정책
  • 안산뉴스
  • 승인 2020.03.2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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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하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국내에서도 노동자의 재택근무와 단축근무가 권고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대학까지 개강을 연기하고 대학은 개강 후에도 원격강의로 집합 강의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유아교육과정인 개정누리과정이 2020년 3월, 첫 적용되는데도 불구하고 교원에 대한 보수교육 역시 모두 원격강의로 대체되었습니다. 코로나19의 전염력이 심각하다는 의미고, 전염력을 낮추기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은 현재로써는 서로간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란 의미입니다.

그런데 보육정책은 이와 정확히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유치원 및 어린이집 휴업기간 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긴급돌봄서비스를 지난 3월 2일부터 제공하고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의 퇴근시간이 오후 6시 이후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3월 6일 이후 오후 7시까지 연장운영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긴급 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조사 결과 유아는 71,353명이 긴급 돌봄서비스 대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장어린이집의 경우에는 긴급돌봄이 아니라 일반돌봄이라는 이야기도 현장에서는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대부분의 부모가 여전히 출근하여 업무를 보고 있고 이에 따라 돌봄 공백은 기관이 메꾸고 있는 셈입니다.

긴급돌봄이 이루어지는 교실에서 유아들은 간식과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생활합니다. 유아들의 놀이라는 것이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손을 잡기도 하고 안기도 하고 마주보며 웃고 떠들기도 하는 것인데 코로나19 시대의 긴급돌봄 교실에서는 안 되는 일들입니다. 영상을 시청하거나 혼자 할 수 있는 놀이들을 제안해야 하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한 공간에서 버티는 일은 어린 유아에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3월 16일 ‘육아정책브리프’를 통해 긴급 돌봄 운영시간을 오전 7시30분으로 앞당기고 종료시간을 오후 7시30분으로 늦추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영유아는 발언권이 없어 힘이 없습니다. 전염병 시대에 단축근무와 재택근무가 논의되는 시점에서도 유아는 기존보다 더 많은 시간을 집단 보육 시스템 안에서 보육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보육 전문가들을 통해 나옵니다.

학부모들에게 제안합니다. ‘정치하는 엄마들’에게 제안합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연합회에 제안합니다. 교육부에 제안합니다. 보육과 유아교육 정책은 노동하는 부모를 위한 서비스이거나, 기업에 복무하는 정책이 최우선 될 수 없습니다. 보육과 유아교육 정책은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 정책입니다. 더 이상 유아가 부모를 양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유아의 안전한 성장을 위해 기업이 노동자를 양보해야 합니다. 부모는 노동자이면서 부모일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실과 떨어진 이상이라는 비판은 게으릅니다. 정책은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오늘의 다짐이고 실천입니다. 재난수당과 가정돌봄수당을 책정하고 확장해서 긴급 돌봄서비스가 필요한 가정에 배정할 수 있을까요. 휴원하여 재정에 어려움이 있는 유아교육기관들은 이 재난 시기가 끝나면 정상적 교육기관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노동자를 위한 서비스기관이기 보다는 영유아를 위한 교육기관입니다. 국가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그 운영을 감독하는 기관입니다. 안정적인 국가의 지원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필요합니다.

오늘도 질병관리본부의 매일 브리핑이 올라왔습니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전파 원인은 밀폐된 공간에서 집단으로 접촉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경우 30-40%의 확진자가 발생하므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발언권이 없지만 영유아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작지만 그들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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